삼성전자 등기이사 등재...법적책임ㆍ연봉공개 등 투자자에 신뢰 제공
'실용주의' 사업재편ㆍ지배구조 개편도 가속도..금융지주 주목
[뉴스핌=김신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나선 것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갤럭시노트7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단으로,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 전반의 사업재편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열린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다음달 27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사내이사로 권오현 DS부문 부회장, 윤부근 CE부문 사장, 신종균 IM부문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 등 4명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부회장은 이상훈 사장과 바통터치를 할 계획이다. 사외이사로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송광수 전 검찰총장, 이병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등 총 5명이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급변하는 IT사업환경 아래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 기업문화 혁신 등이 추진돼야 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2년 넘게 병상에 누워있는 동안 이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삼성그룹 경영을 맡아왔기 때문에 등기이사 등재를 시작으로 그룹 승계를 위한 수순을 밟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내부적으론 삼성그룹 승계를 공식화하고, 대외적으론 투자자들에게 보다 많은 신뢰를 주는 효과가 있다. 해외 기관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그동안 오너가 아닌 등기이사로서의 책임경영을 요구해 왔다.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이사회의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할 뿐 아니라 결정된 사안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도 진다.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으면 이를 공시해야 하는 의무도 지닌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은 삼성家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제외하고 70%가 넘는다. 특히 해외기관 투자자들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서 보다 책임 있는 경영을 해줄 것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삼성그룹 승계 본격화라는 서막을 알리는 효과가 있고, 대외적으론 그동안 해외기관 투자자들의 지적사안인 등기이사 등재를 받아들인 것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 모습을 보여주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로고가 새겨진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또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를 시작으로 삼성그룹이 진행하던 사업구조 재편과 지배구조 개선작업, 조직문화 혁신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은 현재 주력사업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반면, 비주력사업은 과감없이 매각 등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함께 프린터 사업부문 매각도 공식 발표했다. 미국의 HP에 매각하기로 한 것인데, 그동안 프린터 B2B사업 강화에 주력했으나 더이상 시장 선점이 어렵다고 판단,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프린터사업은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세계 10위권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같은 결단에는 이 부회장 특유의 경영철학인 '실용주의'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세계 시장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사업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으로 그룹 전반적으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최근 3년간 화학과 방산 등 비주력 계열사 등을 매각해 왔다. 반면 이 기간 미국의 빌트인 가전업체 '데이코' 인수를 비롯해 디지털 광고 스타트업 '애드기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조인언트' 등 IT관련 글로벌 M&A를 진행해 왔다. 3년간 약 10여개에 달하는 글로벌 IT기업 또는 벤처기업등을 인수했다.
아울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한층 가시화 될 전망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주사를 지배하고 그 밑에 삼성생명 중간금융지주사와 삼성전자지주사가 구축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중간 금융지주사가 되기 위해선 순환출자 해소와 삼성생명 계열사 지분투자 한계 문제 등이 남았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