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드라마 '굿와이프', 이를 리메이크한 tvN 드라마 '굿와이프' <사진=tvN, CBS> |
[뉴스핌=이현경 기자] 드라마 리메이크가 비단 방송계의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국내 드라마계에 리메이크 열풍이 제대로 불었다.
2016년 두드러진 드라마 리메이크의 유형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과거 히트작을 재탄생시키기도 하고, 해외 드라마를 국내로 들여오기도 했다. 혹은 국내 드라마가 해외로 수출돼 리메이크로 이어졌다.
살짝 손을 본 드라마가 바람을 타면서 그야말로 방송계는 리메이크 작업이 한창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리메이크 드라마를 미리 만나본다.
◆국내 작품 리메이크, ‘1%의 어떤 것’ ‘엽기적인 그녀’…옛 명성 이어갈까
김정화, 강동원이 출연하는 MBC '1%의 어떤 것'(왼쪽)과 리메이크작에 출연하는 전소민, 하석진 <사진=MBC, 가딘미디어, IHQ> |
국내의 리메이크작은 ‘1% 어떤 것’과 ‘엽기적인 그녀’다. ‘1%의 어떤 것’은 지난 2003년 MBC에서 방송된 미니시리즈로 강동원의 드라마 첫 주연작이기도 하다. 당시 일요일 아침에 방송됐음에도 시청률 10%를 넘어서며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1%의 어떤 것’은 현고운 작가의 인터넷 소설 ‘1%의 어떤 것’과 ‘너를 위한 모든 것’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20, 30대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풍성했다. 하루 아침에 할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게 된 한 남자와 평범한 삶을 위해 일부러 1등을 마다하는 여자의 이야기가 흥미를 돋웠다. 이후 ‘1%의 어떤 것’은 국내 인기에 힘입어 일본의 와우와우(WOWWOW) 방송에서 ‘1%의 기적’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13년 만에 부활하는 ‘1%의 어떤 것’ 역시 원작 드라마와 내용은 같다. 안하무인 재벌과 초등학교 선생님의 유산 상속을 둘러싼 갑과 을의 불공정 계약을 뒤집는 로맨스다. 주인공은 강동원, 김정화에서 하석진, 전소민으로 바뀌었다. 하석진은 이번 드라마에서 제대로 까칠한 워커 홀릭을, 전소민은 이와 상반되는 당차고 밝은 여성을 연기한다. 오는 10월중 첫 방송을 앞둔 가운데 원작과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전지현을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엽기적인 그녀’도 드라마로 재탄생된다. 2001년 개봉 후 15년 만에, 그것도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로 리메이크될 예정이라 관심이 높다. 방송은 내년에 SBS에서 전파를 탄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로 대중에 제대로 각인된 제2의 전지현 역은 아직 공석이다. 애초 ‘엽기적인 그녀’ 측은 오디션을 통해 라이징 스타를 발굴하려 했다. 지난 5월 오디션을 진행했고 신예 김주현을 발탁했으나 하차설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엽기적인 그녀’ 측은 23일 뉴스핌에 “아직 여주인공에 대해 정해진 건 없다. 논의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SBS는 “오디션은 드라마 제작사에서 단독 진행했으며, 평가 방식에 있어서 문제가 많았다”면서 “드라마 제작사와 제작진은 정상적인 캐스팅 과정을 통한 완성도 높은 드라마 제작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기대에 보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주인공 캐스팅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드라마 ‘용팔이로’ 연기대상까지 거머쥔 주원이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의 남자주인공을 확정지은 가운데, 15년 만에 선을 보이는 리메이크작에서 그와 호흡할 상대가 누가될 지 본편 만큼이나 커다란 관심을 얻고 있다.
◆해외 드라마를 국내로…tvN, 미국드라마 ‘굿와이프’와 ‘안투라지’ 편성
tvN 드라마 '안투라지'에 참여하는 배우 이동휘, 이광수, 조진웅, 서강준, 박정민(왼쪽부터) <사진=tvN> |
해외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작업도 올해 활발하다. tvN은 하반기에만 두 작품을 편성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금토드라마 ‘굿와이프’와 하반기 방송 예정인 ‘안투라지’다.
‘굿와이프’는 미국 CBS에서 2009년부터 올해 5월까지 시즌7을 이어온 인기 드라마다. tvN은 전도연을 케이블 채널로 입성시키며 ‘굿와이프’의 여주인공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판 ‘굿와이프’는 원작과 비슷한 듯 다른 매력으로 사랑받고 있다. tvN에서 판권을 사들였기에 시그널 장면과 편집 방식도 차용이 가능해 원작의 애청자들도 불편함 없이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물론 원작과 다르게 그려지는 부분도 있다. 최근 화제가 됐던 장면이 대표적이다. 김혜경(전도연)이 서중원(윤계상)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이태준(유지태)과 진한 애정을 나누는 장면이다. 이태준은 적극적인 김혜경에 “방으로 갈까”라고 한다. 그런데 김혜경은 “아니”라고 거부한다.
이 신은 원작에서 줄리아나 마굴리스가 나름의 선을 긋는 의미로 사용됐다. 하지만 전도연은 김혜경이 남편에게 달려간 건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는 순간이라고 재해석했다.
‘굿와이프’ 측은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면서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 연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점이 시청자와 통했고 ‘영화 같은 드라마’로 호평받으며 순간 최고 시청률 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돌파하는 등 흥행하고 있다.
한편 tvN ‘안투라지’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개의 시즌으로 제작되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에 두고 있으며 100% 사전제작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대한민국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영빈(서강준)과 그의 친구들 호진(박정민), 준(이광수), 거북(이동휘)이 회사 대표 은갑(조진웅)과 일궈가는 연예계 일상을 그린다.
드라마 ‘안투라지’는 현실성 있는 전개와 한국 고유의 감성을 더하기 위해 실제 국내에서 활동 중인 셀러브리티를 특별출연으로 섭외했다. 방송 전부터 ‘안투라지’에 참여하는 특별출연 배우들의 리스트가 공개될 만큼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도 남다른 상황이다.
더불어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리메이크 소식도 들린다. ‘태양의 후예’를 제작한 배급사 NEW와 드라마 ‘아이리스’의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가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를 판권사인 ABC스튜디오, 디즈니 미디어 디스트리뷰션과 합세해 국내 드라마로 재탄생 시킨다.
‘크리미널 마인드’는 지난 2005년 미국 CBS에서 방영된 이래 올해까지 시즌 11까지 내놓은 인기 드라마다. 국내에서도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제작할 것으로 전해져 원작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로 뻗어나가 리메이크된 국내 드라마 ‘미생’과 ‘나인’
tvN '미생'을 리메이크한 일본 후지TV의 'HOPE~기대 제로의 신입사원~’ <사진= ‘HOPE~기대치 0%의 신입사원~’ 캡처> |
국내 콘텐츠가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특히 2014년 국내 케이블 드라마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우며 직장인을 비롯해 여러 청춘의 마음을 울렸던 tvN ‘미생’은 지난 5월11일 일본 후지TV와 미팅에서 리메이크 계약이 정식 체결됐다.
이번 계약을 통해 ‘미생’은 일본 후지TV에서 ‘HOPE~기대 제로의 신입사원~’이란 제목으로 제작됐다. 5월 중 첫 촬영에 돌입했고 7월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9시에 방송되고 있다. 주인공 장그래 역은 나카지마 유토가 맡았다. 배우들의 캐릭터, 이야기 구성 등 원작의 설정을 대부분 살린 것으로 알려졌다.
tvN ‘나인’은 지난 2013년 미국에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했다. 세계적 인기를 얻은 미드 ‘가십 걸(GOSSIP GIRL)’ ‘디 오씨(The O.C)’ ‘캐리 다이어리(The Carrie Diaries)’ 등을 만들며 미국 내에서 대표 제작사로 손꼽히는 페이크 엠파이어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을 맡았다. 애초 미국 지상파 채널인 ABC에서 방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쉽게도 2015~2016년 사이 라인업에 들지 못했다. 그렇지만 미국 제작사에서 국내 드라마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으로 보고 있다는 평이 잇따른다.
미국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tvN ‘후아유’는 지난 4월 영국 ITV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렸다. 영국 방송사에서 한국 드라마 판권을 산 것은 ‘후아유’가 최초다. ‘후아유’는 지난 2013년 방송된 드라마로 소이현과 옥택연이 주연을 맡았다. 6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뒤 영혼을 보는 남다른 눈을 가진 시온과 오직 직접 보고 만진 것만 믿는 사실우선주의자 건우가 그려가는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였다. 영국 최초 판매의 의미와 함께 제작과 편성까지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