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38사기동대', SBS '원티드' 포스터 <사진=OCN, SBS> |
[뉴스핌=이현경 기자] 드라마 속 풍자 코드가 시청자와 제대로 통했다. 국내 최초로 세금 징수 이야기를 담은 OCN ‘38사기동대’부터 자극적인 연출을 강요하는 미디어의 민낯을 담은 SBS ‘원티드’까지. 사회를 향한 묵직한 메시지가 드라마에 관통, 이에 시청자는 울고 웃으며 뜨겁게 화답하고 있다.
◆‘38사기동대’ ‘원티드’ 메시지로 시청률까지 껑충
OCN 최초로 금, 토요일 밤 11시에 편성된 ‘38사기동대’가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편성이 신의 한 수였을까. tvN이 오후 8시30분 금토드라마 시간을 개척했듯 OCN이 새로운 프라임 시간대를 찾아냈다. 현재 반환점을 돈 ‘38사기동대’는 생소한 소재를 다뤘음에도 성공을 거뒀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우선 시청률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말 늦은 시간임에도 시청률은 4%를 넘어서며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지난 9일 방송 평균 시청률은 4.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기준), 순간 최고 시청률은 5.4%까지 치솟았다.
'38사기동대' 속 마동석(왼쪽)과 서인국 <사진=OCN> |
세금 징수 공무원과 사기꾼이 합세해 편법으로 부를 추적한 체납자들을 잡는 이야기가 통했다는 평가다. 제 영역에서 한가락한다는 사기꾼들이 모여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사기를 치는 아이러니가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지상파에서도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투척하고 있다. 바로 수, 목요일 밤을 장식하는 ‘원티드’다. ‘원티드’는 자극적인 연출을 고집하는 미디어의 환경을 꼬집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같은 소재가 중점적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는 국내에서 ‘원티드’가 유일하다.
유괴범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를 더하고, 아이의 생명이 달려있는 지점에서 상업적으로 들이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시청자의 분노를 유발한다. 시청률 5.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한 ‘원티드’는 2회부터 7.8%로 껑충 뛰었고 꾸준히 7%대를 유지하며 동시간대 2위 자리까지 올랐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사건 전개, 긴장감은 덤
'원티드'의 김아중. 톱스타 정혜인 역을 맡은 그는 유괴된 아들을 찾아내기 위해 프로그램 '원티드'를 할 수밖에 없는 인물을 그려낸다. <사진=SBS> |
‘38사기동대’의 흥행 비결 중 하나는 팔색조 역할을 해내는 캐릭터들이다. 극중 인물들은 한 마디로 살아있다. 사나운 외모와 다르게 수더분한 민중의 지팡이 백성일(마동석)과 재치 넘치는 뇌섹남 양정도(서인국)의 합이 신선하다.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며 극의 재미를 높인다.
여기에 위장 취업에 능한 조미주(이선빈)의 남다른 끼, 든든한 ‘쩐주’이자 노련미가 넘치는 노방실(송옥숙)도 시청률을 견인한다. 장학주(허재호), 정자왕(고규필)의 정보력과 잔꾀가 더해진 합주는 시청자에 강렬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사회의 공공의 적으로 배치된 인물들도 흥미롭다. 다단계 기업의 회장 방필규(김홍파), 그의 아들 방호석(임헌성), 고액 체납자 마진석(오대환)이 그들이다. 실제 뉴스 사회면을 장식한 대기업 회장의 제 자식 감싸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끊이지 않는 갑질의 횡포와 국민의 의무를 다 하지 않으면서 떳떳하게 살아남는 ‘공공의 적’과 맞서는 해결사들의 이야기는 점점 흥미를 더한다.
‘원티드’는 소재도 독특하다. 아이를 유괴한 범인이 직접 ‘원티드’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하고, 미션을 통과해야만 아이를 되돌려주겠다는 제안이 흥미롭다. 아이를 살려야하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시청률을 위해 거짓 연기도 해야 한다. 시청률에 집착하게 되는 연출진의 입장에서는 가감 없이 자극적인 장면과 상황을 만들기 위해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사회에 대한 통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풍자 코드=드라마 흥행' 공식…‘싸우자 귀신’도 통했다
tvN 새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 포스터 <사진=tvN> |
분노와 긴장감 속에 진행되는 ‘38사기동대’와 ‘원티드’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평은 연일 쏟아지고 있다. ‘38사기동대’를 본 시청자들은 “주말에 38사기동대 몰아서 봤다.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최근 개돼지 파동 내용과도 겹치고”(크**) “요즘 보는 드라마 두 개. 38사기동대, 굿와이프, 둘 다 스토리가 재밌고 배우들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dian****) “38사기동대는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다. 매회 명장면이 탄생한다”(juwo****)고 반응했다.
‘원티드’ 게시판에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숨 죽이고 보는 드라마다”(hea*****) “긴장감이 느껴진다. 다음회가 궁금해지는 편집, 음악, 연출도 좋다. 참신한 반전 기대하겠다”(ang*****) 등 응원의 메시지가 줄을 잇는다.
사회 부조리를 논하는 이런 드라마는 흥행과도 겹친다. tvN ‘시그널’과 OCN ‘나쁜 녀석들’이 좋은 전례다. 사회를 향한 메시지로 시청자와 제대로 소통한 두 드라마는 시청률과 흥행은 물론이고 시즌2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였다.
이처럼 ‘풍자 코드=흥행’이란 공식이 성립이 된 가운데 tvN 새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도 시청자들의 꽉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줄 예고편으로 시선을 모았다. 더불어 과연 이 드라마 역시 풍자를 통한 대박에 성공할 지 관심을 끌었다. 일단 11일 첫 방송 성적표만 보면 '싸우자 귀신아'도 사회부조리에 목이 막힌 시청자들과 통했다.
이날 오후 11시 첫 방송한 '싸우자 귀신아'는 제작진의 자신감대로 시청률 평균 4.3%, 최고 5.2%를 기록했다. 이는 tvN 월화드라마 첫방 최고 시청률이기도 하다. 방영 2일차에도 평균 4.063%(닐슨코리아, 케이블플랫폼 가입 가구 전국 기준)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흥행세를 이어갔다.
‘싸우자 귀신아’는 원작을 웹툰으로 한 드라마다. 귀신을 보는 대학생 퇴마사 박봉팔(택연)과 수능 시험을 못 치고 죽어 한을 품은 귀신 김현지(김소현)가 힘을 합쳐 귀신을 잡는 이야기를 담는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싸우자 귀신아’ 박준화PD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귀신이 나온다. 그 중 성폭행 당한 귀신도 있다”며 “에피소드를 통해 시청자가 통쾌해할 이야기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웃음과 호러, 여기에 풍자까지 더해진 ‘싸우자 귀신아’가 첫 방송의 열기를 16부까지 이어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