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원조차 "이번엔 클린턴 찍겠다"
트럼프 진영 "어차피 내어준 지역"
[뉴스핌=이고은 기자] "실리콘밸리에 트럼프 지지자는 없습니다. 나는 한 사람도 본 적 없고, 짐작이 가는 사람조차 없습니다. 당신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트위터와 우버의 초기 투자자인 크리스 사카, 벤처 투자가 헌터 워크, 아론 레비 박스 최고경영자(CEO) 등 실리콘밸리 내 인사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다.
실리콘밸리 전경 <사진=블룸버그> |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 공화당 전당대회와 산타 클라라 공화당 전당대회는 기술산업계에서 단 한 기업의 후원도 받지 못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한 기업은 트럼프의 승리를 두고 경영진 회의를 열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실리콘밸리에도 공화당 지지자는 있다. 그러나 올해 경선과정에서는 실리콘밸리 내 누구도 공화당 대선주자로 지명된 트럼프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 실리콘밸리, 트럼프 공개지지 '전무'
스타트업 벤처 육성기업 와이 콤비네이터의 샘 올트먼 사장은 과거 오랜기간 공화당을 지지했으나, 트럼프만은 예외라고 말했다. 올트먼 사장은 "트럼프는 절대 아니다"라면서 이번에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내 반(反) 트럼프 기조가 이처럼 팽배한 것은 실리콘밸리에 이민자와 자유주의자가 많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는 트럼프의 이민 제한 정책과 자유무역 반대 입장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 '벽'을 쌓아올리겠다는 계획을 캠페인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강력한 반 이민 정책을 주장하고 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이 추진해온 자유무역 협정을 거듭 비판하고 있다.
14세에 동유럽 국가 조지아에서 이민 온 조지 애리손 시프트 테크놀로지 CEO는 "구글은 러시아 출생의 세르게이 브린 없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테슬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엘론 머스크 없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유무역과 열린 이민 정책은 실리콘밸리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난색은 트럼프에게는 큰 걱정거리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는 어차피 민주당 텃밭으로 대선에서 '내어주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낸시 매킨타이어 핑거프린트 CEO는 실리콘밸리 밖으로 나가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업가들이 즐비하다고 말했다. 최근 고객을 만나기 위해 필라델피아와 발티모어를 방문했다는 그는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비즈니스 피플 중 상당히 많은 숫자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그들은 현재 워싱턴이 소위 '맛이 갔으며', 아웃사이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