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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A 칼럼] '도약과 추락' 기로에 선 농협은행

기사입력 : 2016년05월09일 11:13

최종수정 : 2016년05월09일 14:31

시중은행과 격차 좁힐 획기적 대책 필요..농혐금융 상장도 대안

[뉴스핌=박영암 금융부장] 농협 최고수뇌부가 바빠졌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회장은 최근 취임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조선·해운업종에 몰린 부실채권들을 모두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가 어윤대 회장시절 적자를 감내하고 1조498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한꺼번에 반영한 것처럼 농협중앙회와 협의를 통해 부실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도 농협은행 부실해결책을 찾기위한 밤샘토론을 직접 주재했다.

최고수뇌부가 동시에 움직일 정도로 농협은행은 위기상황이다. 농협은행의 지난해말 부실여신은 4조2000억원으로 1년새 1조4000억원 늘었다. 전체 대출에서 고정이하(충당금 20%적립)여신비율은 2.27%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

문제는 앞으로 부실여신이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대우조선에 제공한 1조5000억원은 현재 정상으로 분류됐지만 구조조정 향방에 따라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최근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기업금융에 취약한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012년 농협개혁 일환으로 농협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출범했지만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특히 기업대출 심사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김용환 농협금융회장이 지난달 하순 농협은행 여신관련 4개부서를 방문 “조선과 해운업에 대한 여신심사를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을 정도다.

물론 실무부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이후 최고수뇌부가 외형경쟁에 나선 것이 화를 키웠다. 시중은행들이 발을 빼기 시작한 조선과 해운업종에 뒤늦게 여신을 제공했다가 부실을 떠안았다.

농협중앙회에 상호(농협)사용료로 매년 3000억원 가량 지원하는 현실도 부실을 키웠다. 농협은행은 지주사인 농협금융에 지난해 3052억원을 지급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여기다 증권·보험 것을 더해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 재원으로 제공한다. 이같은 구조 때문에 부실을 즉각 정리하지 못한다.

이 결과 농협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낮다. 농협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85.4%으로 신한(172.8%), 국민(151.6%), 우리(122.0%) 등 시중은행에 크게 못 미친다(2015년기준). 기업여신 등이 부실화됐을 때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적다는 의미다.

농협은행을 포함한 농협 금융부문을 총괄하는 농협금융회장의 잦은 교체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공격경영에 따른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012년 출범이후 김용환 현 회장까지 모두 4번 바뀌었다. 내부출신인 초대 신충식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재무관료 출신이다.

정책금융에 정통한 이들은 비금융전문가인 농협중앙회장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한 정부의 ‘정책금융’ 협조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한계도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 신한, 하나 등 시중은행이 STX조선 채권단에서 발을 뺄 때도 산업은행 둥과 함께 채권단에 남았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농협은행은 현 위기상황을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기 어렵다. 오히려 향후 시중은행과 경쟁에서 실력차를 더 드러낼 것이란 연구결과도 있다(금융연구원 김동환 선임연구위원 외).

전문가들은 유력한 해결책중 하나로 농협금융지주의 증시상장을 제안한다. 자본확충과 책임경영·경영효율성제고를 위해 증시상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금융부문에서 협력관계인 프랑스 크레디 아그리콜(CA)그룹을 연구해 볼 만하다. CA는 프랑스 증시 상장후 농협은행 본분에 더 충실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농협중앙회가 보유한 농협금융지주 지분중 일부를 지역조합에 넘긴다면 상장후 경영권 보호와 농업민 자율조직이라는 농협의 특수성도 살릴 수 있다는 조언이다.(대진대 김영균·최영은 교수).

이경섭 농협은행장은 올해 1월 취임사에서 “고객재산을 안전하게 늘려주는 것, 필요한 자금을 제때 빌려주는 것, 리스크관리”등 은행의 기본원칙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본과 인력 글로벌네트워크에서 시중은행은 이미 서너발 앞서가고 있다. 왠만한 대책으로는 격차를 좁힐 수 없다. “3류은행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이 행장의 취임사가 기우로 끝나길 바란다.

 

 

 

[뉴스핌 Newspim] 박영암 금융부장(pya840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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