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에겐 한없이 다정한 아버지 푸치오 <사진=(주)더블앤조이픽쳐스 |
[뉴스핌=김세혁 기자] 엄청난 흡인력으로 객석을 빨아들일 아르헨티나 영화 ‘클랜’이 스릴러 마니아들과 만난다.
오는 5월12일 국내에 개봉하는 영화 ‘클랜’은 1980년대 초 극도의 혼란에 빠졌던 아르헨티나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재구성했다.
영화 ‘클랜’은 멀쩡한 사람들을 잡아다 몸값을 요구한 한 가족의 조직적인 납치극을 담았다. 아르헨티나 사회를 발칵 뒤집은 푸치오 가족의 엽기적인 범죄가 모티브다. 모든 상황을 주도하는 가장과 맞장구를 치는 아내, 아버지의 지시대로 범죄를 실행하는 장남의 전대미문의 납치극이 시선을 강탈한다.
인질의 가족에게 태연히 협박전화를 거는 푸치오 <사진=(주)더블앤조이픽쳐스> |
‘클랜’이 발휘하는 무서운 흡인력의 시작과 끝은 배우 길예르모 프란셀라다. 영화에서 납치극을 설계하는 가장 아르키메데스 푸치오로 변신한 그는 눈빛 하나만으로 서늘한 존재감과 지독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추천을 백 번 줘도 아깝지 않은 길예르모 프란셀라의 연기는 작품 전반을 수중에 넣고 지배한다. 아르헨티나 군부 정보국에서 일했던 푸치오는 국가에 충성한다는 일념으로 사람들을 납치하는 인물. 주로 블랙코미디에서 입지를 다진 아르헨티나 배우 길예르모 프란셀라는 멀쩡해 보이는 이웃이 무서운 살인마일 수 있다는 섬뜩한 이중성을 매우 현실감 넘치게 표현했다.
영화 '클랜'의 서늘함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가족의 시커먼 이면을 드러내면서 점차 강렬해진다. <사진=(주)더블앤조이픽쳐스> |
길예르모 프란셀라와 함께 극의 긴장감을 이끄는 아들 알렉스(피터 란자니)도 눈여겨볼 인물. 전도유망한 럭비 스타인 알렉스가 부친 푸치오의 범죄에 가담한 뒤 겪는 강렬한 상황들은 영화 ‘클랜’의 스토리를 한층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힘은 이 영화로 막 스크린에 데뷔한 피터 란자니의 수완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영화의 막바지에 보여주는 알렉스의 원신은 객석의 뒤통수에 강렬한 한 방을 날리므로 반드시 졸지 말고 지켜볼 것. 하긴 영화가 워낙 탄탄해서 졸 틈도 없겠지만.
감독의 연출도 일품이다. 아르헨티나의 젊은 감독 파블로 트라페로는 섬뜩한 납치극을 일면 유쾌하게 풀어내는 장기를 발휘한다. 특히 강렬하고 기괴한 대비가 압권. 목숨이 경각에 달린 납치 상황과 몸이 절로 반응하는 흥겨운 1980년대 디스코를 믹스한 장면에선 감탄사가 터진다. 필름 한 컷 허투루 쓰지 않고 알뜰하게 명장면들을 창조해낸 그에게 베니스국제영화제는 감독상이라는 근사한 선물을 안긴 바 있다.
여담으로, 이 영화는 평범한 이웃의 추악한 두얼굴을 담았다는 점에서 조만간 개봉할 일본영화 '클리피'와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