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틀간 강하게 랠리했던 뉴욕증시가 좁은 박스권에 갇혔다.
1분기 기업 실적 발표가 지속된 가운데 주요 금융주가 상승 흐름을 탔지만 증시 전반에 걸친 탄력이 부족했다.
단기 랠리에 따른 부담이 추가 상승을 가로막은 데다 주요 지수가 저항선에 근접해 더욱 발목이 잡혔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4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18.15포인트(0.10%) 오른 1만7926.43에 거래를 마쳤고, S&P500 지수는 0.36포인트(0.02%) 소폭 상승한 2082.78에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1.53포인트(0.03%) 완만하게 떨어진 4945.89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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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통신> |
앞서 이틀 간의 랠리에 대한 부담이 투자자들의 매수에 제동을 건 데다 국제 유가의 완만한 하락과 경제 지표 둔화 등 주변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았다.
주말 도하에서 산유국 회동을 앞두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6% 하락한 배럴당 41.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산유량 동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를 포함한 산유국이 원유 생산량을 동결하는 데 합의를 이룬다 하더라도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제 지표는 부진했다. 전날 발표된 소매 판매의 예상밖 감소에 이어 이날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 역시 시장 전문가들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에 비해 0.1%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이코노미스트의 예상치인 0.2%를 밑도는 수치다. 연율 기준 물가상승률은 0.9%로 집계됐다.
반면 고용 지표는 개선됐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25만3000건으로 감소해 1973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JP모간이 전날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으로 금융 섹터 어닝 시즌의 산뜻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어 공개된 블랙록과 웰스 파고의 성적표는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
세계 최대 머니매니저인 블랙록은 1분기 이익이 20% 급감했고, 미국 3위 은행인 웰스 파고 역시 에너지 섹터 여신에 대한 충당금 확충으로 인해 이익이 7% 감소했다.
주가 향방은 엇갈렸다. 블랙록이 약세 출발 후 상승세로 반전, 2% 가까이 오르며 거래를 마쳤고, 웰스 파고는 0.5% 완만하게 하락했다.
이 밖에 골드만 삭스가 1% 이내로 상승했고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씨티그룹이 1.6% 뛰는 등 전반적인 금융 섹터의 상승 흐름이 두드러졌다.
연방준비제도(Fed) 정책자들 사이에서는 비둘기파 목소리가 나왔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연준은행 총재는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아직 탄탄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이달 금리인상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주가 흐름과 관련, 닉 라이히 더 어닝스 스카우트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상승과 하락 중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정체된 모습을 나타냈다”며 “1분기 실적이 바닥일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조 살루지 테미스 트레이딩 주식 트레이딩 헤드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연준의 통화정책에 기대고 있다”며 “1분기 기업 이익이 저조하지만 투자자들은 펀더멘털을 외면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