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에 도전장, 골드만 등 경쟁 후끈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배하는 월가의 보수적 투자 세계에 파란이 일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가 이른바 ‘스마트 베타’를 앞세워 자산 규모 4조달러의 ETF에 도전장을 내민 것. 몸집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앞으로 수년간 투자자들 사이에 스마트 베타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금융 업계에서 베타는 시장의 움직임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의미한다. 펀드매니저의 적극적인 기법과 전략이 동원되는 ‘알파’와 대조를 이루는 용어다.
ETF나 뮤추얼펀드 가운데 인덱스펀드가 베타 수익률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상품에 해당한다. 특히 ETF는 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알파’ 수익률 창출이 어려워진 데다 투자자들 사이에 보수적인 성향이 확산되면서 지난 수년간 뭉칫돈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에는 결점이 자리잡고 있다. 가령, 채권 지수는 대규모 발행자들을 중심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보이며, 주가 지수 역시 대형주의 등락에 휘둘리는 측면이 크다.
업체간 경쟁 측면에서 ETF 시장의 구조 역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블랙록과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 소위 ‘빅 3’가 ETF 시장의 80%를 지배하고 있고, 외형이 클수록 유리한 시장 특성상 그 밖에 IB 업체들이 처음부터 승부를 겨루기 어려운 실정이다.
머니매니저들이 스마트 베타 상품 개발에 혈안이 된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액티브 베타라고도 불리는 이 상품은 ETF와 같은 보수적인 전략을 기반으로 하되 매니저의 기법을 일정 부분 동원해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
오펜하이머펀드와 레그 메이슨, 프랭클린 템플턴, 골드만 삭스 자산운용까지 월가의 대형 머니매니저들이 이미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존의 ETF가 여전히 보수적인 투자 상품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2세대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 베타 펀드가 급격하게 외형을 확대할 것으로 업계 애널리스트는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위키피디아의 금융 사이트인 인베스토피디아에서 지난해 스마트 베타가 최고 인기 검색어로 부상했다.
유동성 흐름에서도 스마트 베타 펀드의 가능성이 확인됐다. 미국 ETF 시장 규모가 1조7000억달러로 집계된 가운데 스마트 베타 상품이 이미 ETF 외형의 20%를 넘어섰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3년 연속 스마트 베타 상품으로 유입된 자금이 매년 6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벤 존슨 모닝스타 ETF 리서치 이사는 “시중 유동성을 놓고 ETF와 스마트 베타 사이에 전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다만 스마트 베타가 ETF 시장의 차세대 대안으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수익률로 경쟁력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쟁이 이미 본격화됐고, 앞으로 3~4년 사이 뜨겁게 가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 설리번 레그 메이슨 최고경영자는 “자산운용 업계에 가장 위험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업계와 시장의 변화가 무섭도록 급속하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