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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양진영 기자] SM(에스엠) 에프엑스가 길었던 공연 갈증을 시원하게 풀었다. 7년간 기다려온 에프엑스는 독특하기 그지없는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현 가요계 단 하나의 가장 특별한 걸그룹임을 증명했다.
에프엑스는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6년 만에 최초로 단독 콘서트 'DIMENTION 4 - Docking Staion'를 열고 팬들을 4차원 '에프엑스의 세계'로 초대했다. 이번 공연은 29일부터 3일간 이뤄졌으며 약 9000여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에프엑스의 콘서트는 오래 준비한 만큼 볼거리가 가득한 '명불허전'의 쇼였다. 30m x 10m 크기의 본 무대를 비롯해 최대 6분할로 구동되는 12m x 6m 의 메인 LED, 6m x 5m 크기의 중계 스크린 2대 등으로 구성된 무대와, DJ BOX, 계단 리프트, 레이저쇼 등 다양한 무대장치는 거들 뿐이었다. 7년차를 맞은 가장 유니크한 걸그룹 에프엑스는 빈틈 없는 콘셉트 소화력과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2시간여를 뜨겁게 불살랐다.
◆ '독특함' 속 귀엽거나 멋있거나…적수없는 대한민국 'ONLY ONE'
감각적인 인트로 영상 이후 무대에 등장한 에프엑스 멤버들은 머리에 에프엑스를 상징하는 사각형을 벗으며 정체를 드러냈다. 첫 곡인 'Electric Shock'에서 멤버들은 앞선 활동에서 함께 했던 설리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 꽉찬 무대 구성으로 객석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이어진 'Red Light'를 위한 붉은 제복 스타일링은 에프엑스 첫 콘서트의 오프닝을 뜨거운 카리스마로 가득차게 하는 데 한 몫을 했다. 중간에 록 버전 편곡과 함께 이어진 루나의 솔로 파트는 한번 더 이 곡의 색다른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Dangerous'가 이어지며 긴장감으로 가득찼던 객석은 멤버들의 호흡을 좇기 바빴다. 6년이 넘는 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끼와 노련한 내공을 터뜨리는 듯 멤버들은 한 치의 흐트러지지 않는 무대 매너로 오프닝을 능숙하게 끌고 나갔다. 오프닝 곡의 마지막인 'Dracula'는 말 그대로 압권이었다. 중간에 등장한 크리스탈이 남자 댄서의 목을 물어뜯는 연출은 에프엑스만의 콘셉트를 사랑하는 모두를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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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룩으로 환복한 에프엑스 멤버들은 'Gangsta Boy'와 'Toy'로 오프닝과는 완벽히 분위기를 바꿔 발랄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의 소녀들로 변신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멤버들의 밝은 표정과 방방 뛰어다니는 제 나이대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는 곡이었다. 'ME+U'와 '피노키오(Danger)'를 거쳐, 팬들 사이 인기가 높은 수록곡 '미행' 무대에서 멤버들은 마치 목각 인형이 된 듯한 모션과 제스처로 더없이 유니크한 느낌을 극대화했다.
'MILK' '아이스크림(Ice Cream)' 'NU 예삐오(NU ABO)'부터 'Airplane' '첫 사랑니(Rum Pum Pum Pum)' 'Step (+SHAKE THAT BRASS)', 최근 활동했던 '4 Walls'를 비롯해 4인조로 낸 'Papi'와 'Deja Vu'까지 에프엑스는 트렌디와 소녀다움, 묘하게 깜찍한 비주얼과 하이패션의 선두주자 자리를 오갔다. 지난해 팀을 탈퇴한 설리의 아쉬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더욱 짙어진 에프엑스만의 유니크한 매력을 누구든 만날 수 있었다.
◆ 루나·크리스탈·엠버·빅토리아가 고른 추천곡?…숨겨왔던 에프엑스의 이면
공연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에프엑스 멤버들은 콘서트에서 꼭 보여주고 싶었던 곡을 하나씩 꼽았다. 이들 무대에서는 유난히 그간 방송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어쩌면 숨겨졌던 에프엑스의 또 다른 면, 다른 차원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오랜만에 만난 데뷔곡 '라차타'에서는 모든 팬들이 당시부터 에프엑스의 광팬이었던 것처럼 모든 파트를 따라하며 신나는 하이스쿨 축제현장 같은 분위기를 꾸몄다. 이 곡은 바로 엠버가 추천했던 무대였다. 엠버는 "데뷔곡을 할 땐 우리 모두 어렸다. 그때 노래를 다시 하면 좀 오글거린다"면서도 "팬들과 즐기다 보니 그때 생각도 나고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실제로 팬들은 '라차타' 때부터 모두가 팬이었음을 증명하듯 뜨거운 떼창으로 에프엑스를 맞았다.
루나가 추천곡으로 꼽았던 'Beautiful Goodbye'는 멤버들이 책상과 걸상에 걸터앉아 거의 최초로 선보이는 발라드 곡이었다. 그간 퍼포먼스로 조금은 가려졌던 멤버들의 개성이 살아있는 보컬과 하모니를 만나볼 수 있었다. 웅장한 느낌과 섬세한 감정표현 속 에프엑스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에프엑스의 중심을 잡는 보컬 크리스탈과 루나의 듀엣 'Sorry (Dear. Daddy)'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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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이 콘서트에서 선보이고 싶어했던 'Beautiful Stranger'은 오랜 시간 팬들 역시 무대를 보고 싶어했던 곡이다. 루나와 엠버, 크리스탈이 불러 미니 2집 앨범에 수록된 이 곡은 에프엑스의 기존 색깔과는 다른 비트와 분위기를 가진 곡. 이날 멤버들은 2층과 3층 객석을 채운 팬들을 만나러 갈 때 이곡을 선택했다. 직접 팬들의 손을 잡고 가까이 가서 호흡하며, 가장 팬들이 원해왔던 곡을 골라 제대로 팬서비스를 했다.
'Rude Love'는 리더 빅토리아가 콘서트의 포인트로 고른 곡이다. 빅토리아는 "앨범 나왔을 때도 그랬지만 'RUDE LOVE(루드 러브)'라는 곡을 꼭 하고 싶었다. 너무 신이 나고 감동 받을 것 같은 곡이라고 생각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정규 4집 수록곡인 이 곡을 부를 때 멤버들은 중앙 돌출 리프트 무대를 이용해 가장 높은 곳에서 방방 뛰며 콘서트장을 흥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오래 일렉트로닉 음악을 해온, 잘하는 에프엑스임은 익히 알려졌지만 '이렇게 잘 노는 에프엑스였던가' 하는 깨달음을 안겼다.
긴 기다림 끝 열매는 달았다. 에프엑스는 국내 걸그룹 중 이례적으로 첫 콘서트에서 1만여명 가까이 관객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고, 소녀시대의 뒤를 잇는 '공연형 걸그룹'으로 입지를 다졌다. 오는 2월에는 일본 4개국 투어를 통해 그간 아껴온 콘서트 갈증을 풀어낼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