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도박설ㆍ전 대표 기소ㆍ경쟁사와 소송 등 돌파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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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수호 기자] 김범수 의장의 도박설로 홍역을 앓은 카카오가 이번에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유포 방조혐의로 전 대표가 기소되며 또다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불거진 카카오톡 감청 논란 이후, 정부와의 마찰이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예고된 위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30대 CEO인 임지훈 신임 대표는 무죄를 입증하겠다며 사실상 정면 돌파를 시사한 상황이다. 또한 임 대표는 SK플래닛과 카카오 자회사간의 소송 이슈도 기자간담회를 해명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시절, 장점으로 부각됐던 승부사 근성이 발휘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다만 섣부른 대응으로 오히려 득보다 실이 더 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의 대립각이 지속되고 있지만, 신규 서비스 출시에 여전히 속도를 내고 있는 중"이라며 "독선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발 빠른 대응이 임 대표의 장기인 만큼 악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본인의 스타일을 밀고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예고된 위기..정면 대응 천명한 '젊은 카카오'지난달 27일, 제주도 카카오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임지훈 대표가 신사업 추진과 관련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이수호 기자>
지난 4일, 검찰은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를 자사 서비스 내 아동 음란물 유포를 막지 못한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12월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지 약 1년 만이다.
당시 경찰은 그가 다음과 합병하기 전 카카오에서 대표로 있던 시기, 카카오그룹이라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 유포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대해 사전에 전송을 막거나 삭제할 수 있는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앞서 불거졌던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해외 도박설과 지난해 진행됐던 비정기 세무조사까지 연이어 정부발 악재가 이어지면서 카카오가 이번 정권 눈밖에 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임 대표는 이 전 대표 기소가 보도되자 마자, 이전과는 다르게 바로 입장 자료를 내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일종의 여론전을 펼쳐 카카오의 억울함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김기사`의 운영사인 록앤올 박종환 공동대표가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록앤올에서 전자지도 데이터베이스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또한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결정될 것이며 카카오는 법적 대응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에게 더이상 끌려만 가지 않겠다는 임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불거졌던 SK플래닛과 김기사간의 소송전에서도 임 대표의 발 빠른 대응을 엿볼 수 있다. SK플래닛은 자사의 지도앱인 T맵을 카카오의 자회사 록앤롤(김기사)이 무단으로 활용했다며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김기사는 바로 그 다음날 모회사인 카카오와의 대응과 관련된 회의를 진행하고 역삼동 사옥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소송 이슈를 대기업과 스타트업간의 대결 구도로 여론전을 진행하겠다는 취지였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정통한 임 대표의 조언을 받았다는 것을 김기사 측도 숨기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를 향한 갑질이라는 프레임으로, 내용의 진위를 떠나 대기업인 SK플래닛과 대등한 싸움을 펼치기 위한 임 대표의 전략으로 보인다"라며 "문제의 초점은 기술도용인데, 임 대표가 너무 빠르게 움직인 것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다"고 설명했다.
◆ 경영진 수난·자회사 소송전에도..속도내는 신사업, 택시·대리운전·웹보드 '착착'
경영 외적인 악재에 대한 위기대응과 별도로 임지훈의 '젊은 카카오'는 신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있다. 당장 이달 들어, 고급 택시 서비스인 카카오 택시 블랙을 정식 출시했다. 모범 택시 사업자들의 불만 섞인 시선 속에서도 사세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이는 무료 플랫폼인 카카오택시를 통해 대중성을 확보한 만큼, 이제는 돈을 낼 수 있는 수요층을 적극 공략한다는 의미다. 더불어 고급 택시 서비스에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강제로 붙여, B2C 핀테크 사업에도 저변을 넓히겠다는 계산이다.
이달 들어 본격 출시되는 또다른 신사업으로는 6000억원 시장규모의 모바일 웹보드 게임이 꼽힌다. 모바일 보드게임이라고도 불리는 웹보드 장르는 맞고와 포커 등 사행성 게임을 기반으로하는 캐주얼 게임을 의미한다. 사행성 이슈로 인해 여론의 질타를 부를 수 있는 '양날의 검'으로 불리지만 임 대표는 기존 웹보드와 다른 캐주얼 성향을 부각시키며 정면 돌파에 나선 모습이다.
카카오가 올해안으로 대리운전 사업 진출여부를 밝히기로 한 가운데, 지난 8월 전국대리운전연합회가 카카오의 시장 진입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 = 이수호 기자> |
기존 업계의 가장 큰 반발을 낳고 있는 대리운전 사업 또한, 이달 초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11월 초, 카카오가 대리운전 사업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차례 반대 집회를 진행하며 카카오의 시장 진입을 반대했던 대리운전 업계와의 정면 대응도 머지 않은 셈이다. 카카오 입장에선 연간 1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만큼, 기존 업계와의 마찰 속에서도 사업 진출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해야할 일이라면 여론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라며 "대리운전 사업 진출 시기와 관련해 내부에서도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임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