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및 국채 수익률 '뚝' 상품통화-주식 강세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양적완화(QE)를 확대할 의사를 내비친 데 따라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유로화가 가파르게 내리 꽂힌 한편 독일을 필두로 유로존 국채 수익률이 동반 급락했다. 주식부터 옵션까지 시장 트레이더들은 ECB의 추가 QE 가능성에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나섰다.
유로화 및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유로화뿐 아니라 이머징마켓 통화에도 파장을 미쳤다. 멕시코 페소화가 유로화에 대해 장중 2% 내외로 상승했고, 뉴질랜드 달러화와 남아공 랜드화 등 상품통화가 일제히 급등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중 0.5%까지 밀렸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주변국 국채 수익률 역시 각각 10bp 이상 떨어졌다. 독일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마이너스 0.295%까지 하락해 사상 최저치 기록을 세웠다.
주가는 폭등했다. 독일 DAX 지수가 2% 이상 뛰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2% 내외로 상승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기자회견에서 연말 QE를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머징마켓의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의 혼란이 유로존 경제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하락 리스크가 높아지자 부양책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업계 투자자들은 이미 QE 확대 가능성에 베팅하고 나섰다. 이날 발언이 나오기 전부터 월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 확대 및 내년 9월 종료 시한 이후 프로그램 연장 등 QE 확대를 점쳤던 투자자들은 이날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ABN 암로의 닉 쿠니스 매크로 리서치 헤드는 “ECB의 QE 확대가 확실시된다”며 “올해 말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자들이 금리인하와 QE 프로그램 규정의 완화, 그 밖에 전례 없는 부양책을 동원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애블린 탄 전략가는 “ECB가 자산 매입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트레이더들 사이에 크게 힘을 얻고 있다”며 “이 때문에 유로화 하락 베팅이 급증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의 1개월 만기 풋옵션의 프리미엄이 지난 7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조사에서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유로/달러가 올해 말 1.09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니크레디트의 로베르토 미알리히 외환 전략가는 “드라기 총재를 포함한 ECB 정책자들은 유로화의 상승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연말 QE 확대 여부와 무관하게 정책자들은 유로화의 약세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