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배우 류현경(32)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솔직히 뚜렷하게 감이 잡히지 않는다. 섹시한 사람인 듯했다가 어딘가 억척스러운 느낌도 든다. 또 어떻게 보면 독한 이미지인데 이상하게 옆집 언니 같은 푸근함도 맴돈다.
이 말인 즉슨, 류현경은 어떤 작품에서든 제 옷을 입은 것마냥 딱 맞는, 자신만이 가능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는 의미다. 더욱이 그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비중에 얽매이지 않으니 그야말로 진정한 연기 쟁이. 그러니 류현경의 신작에 매번 관심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쓰리 썸머 나잇’을 지난 15일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화려한 일탈을 꿈꾸며 해운대로 떠난 세 친구의 이야기다. 눈을 떠보니 조폭, 경찰, 그리고 여친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삼인방. 이들이 겪는 3일 밤의 이야기를 그린 핫 코믹 어드벤처가 '쓰리 썸머 나잇'이다. ‘주유소 습격사건’(1999) ‘신라의 달밤’(2011) 등을 연출한 김상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언제나처럼 긴장보다는 설렘이 커요. 특히 이번에는 지영이라는 캐릭터가 변화되는 시점들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서 기대가 되죠. 몰론 코미디라고 해서 촬영할 때 가볍거나 쉽지는 않았어요. 게다가 워낙 감독님이 현장에서 많이 바꾸셔서(웃음) 순발력이 많이 필요했죠.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어려웠어요.”
극중 류현경이 연기한 장지영은 최연소 사시합격 엄친딸. 집안부터 학벌, 외모, 실력까지 뭐하나 빠지는 게 없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8년째 연애 중인 남친 명석(김동욱). 매번 시험에 떨어지면서도 친구와 놀기 바쁜 못난 남자다. 그는 엄친딸 지연의 욕과 구타를 유발하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욕은 정말 한 글자씩 적으면서 외웠어요. 게다가 뉘앙스가 중요하니까 녹음해서 듣기도 했죠. 감독님이 직설적이고 세면서도 재밌는 욕을 원하셨어요. 그래서 그런 욕들은 찾아서 열심히 공부했죠. 근데 이게 외운 후에 감정까지 넣어야 하니까 헷갈리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에라이~ 모르겠다’ 했어요(웃음).”
물론 스크린 밖으로 나온 명석, 즉 김동욱은 오히려 촬영장에서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알려진 대로 두 사람은 알고 지낸 지 6년 차에 접어든 연예계 대표 절친. 하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선 친한 이와 하는 연인 연기만큼 어색한 건 없어 보인다.
“저는 오히려 친하고 잘 챙겨줘서 좋았어요. 마음도 훨씬 더 편하죠. ‘아, 이 사람은 내가 어떻게 해도 다 용서해주겠구나, 다 받아쳐 주겠구나’하는 느낌이죠(웃음). 물론 작품에 따라 낯선 게 좋을 수도 있지만, 전작인 ‘더러버’ (오)정세 오빠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오히려 친한 게 장점으로 작용했어요. 아무래도 기 싸움을 하거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까 편하게 촬영했죠.”
최근 드라마 ‘더 러버’를 비롯해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쓰리 썸머 나잇’을 선보인 그는 내달 ‘오피스’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촬영도 지난 5월 모두 마무리했다. 바쁜 시간을 보낸 만큼 당분간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촬영할 때는 열심히 하되 그렇지 않을 때는 어딘가에 얽매여있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휴식할 때는 혼자 보내는 시간도 가지죠. 사실 근데 옛날에는 뭐든 혼자 낯선 곳에 가고 이런 게 하나도 안 무서웠는데 요즘 나이가 들어서 몸을 사리게 돼요(웃음). 뭔가 안전한 도시를 찾죠. 이제 저도 당분간은 휴식을 가지려고요. 만약 저와 반대로 휴가를 못가는 분들이 계신다면 우리 영화 보고 시원하게 즐기셨으면 합니다. 분명 휴가 같은 작품이 될 거예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