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부채 탕감 목소리 우세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의 위기가 봉합되지 않은 가운데 압박의 화살이 독일을 향해 방향을 돌렸다. 독일이 강경한 입장을 굽히고 부채 축소를 단행해야만 근본적인 부채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패자는 독일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출처=블룸버그통신] |
터스크 의장은 “그리스 정부의 현실적인 개혁안은 동일하게 현실적인 채권국의 채무 조정안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며 “영속 가능한 채무 조정 위에 개혁안이 단행돼야 양측이 윈-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요국 정상들과 국제 기구가 연이어 이른바 헤어컷(채무 원리금 축소)을 주장하고 나서자 입지가 좁아진 것은 독일이다.
독일은 그리스의 유로존 채권국에 대한 부채를 축소하는 방안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 좌파 정부가 세금 인상과 연금 개혁을 포함해 채권국이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해야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주장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헤어컷을 권고하는 미국에 대해 그리스를 푸에르토 리코와 맞바꿔도 좋다는 말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채권국과 국제 사회가 헤어컷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을 경우 독일이 언제까지 ‘마이웨이’로 일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렉시트를 포함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이에 따른 금융시스템 충격이 번질 경우 비난의 화살이 독일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주도로 이뤄진 고강도 긴축 결과 그리스 경제가 최근 5년 사이 25% 후퇴한 사실만으로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해법은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그리스가 채권국에 백기를 들고 고강도 긴축을 강행하든 유로존 탈퇴를 결정하든 독일이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메르켈 총리가 정치적 측면에서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독일의 실물경제로 파장이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메릴랜드 대학의 피터 모리치 교수는 “폴란드와 체코가 자국 통화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를 모면했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포함한 유로존 주변이 이를 인식하고 있다”며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 이후 고강도 긴축보다 효과적인 경기 회복을 이룰 경우 다른 주변국이 같은 행보를 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유로화는 독일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저평가된 동시에 주변국에 대해 고평가된 상태”라며 “주변국이 유로존을 떠날 경우 독일의 수출 및 제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