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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6.25전쟁 65주년, 비무장지대(DMZ)가 준 선물 ‘쌀과 꿀’ <사진=‘한국인의 밥상’ 방송 캡처> |
[뉴스핌=대중문화부] KBS1 ‘한국인의 밥상’은 25일 6.25전쟁 특집 ‘2부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편을 방송한다.
6.25전쟁 그 후 65년, 그리고 한반도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238km의 DMZ 비무장지대가 생겼다.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완충지대로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원시의 자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생명의 땅으로 남아있다.
DMZ 로드를 따라 전쟁이 남긴 우리네 삶의 모습과 음식을 만나는 시간 6·25 최대 격전지였던 중부전선 철원에서부터 동쪽의 끝인 고성까지 그 두 번째는 DMZ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강원도를 찾아간다.
넓은 철원평야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주인이 바뀌었던 땅, 철원. 그리고 현재는 DMZ 인근 숲 속에선 꿀벌들이 한창 떼를 이루며 남과 북을 넘나들고 있다.
지금 수확되는 꿀은 아카시아꿀이 끝마칠 때쯤에 나오는 것이라서, 이중철책선 부근의 양봉지에서 40년간 양봉을 해온 임정현 씨도 이것이 빛깔이 노랗단 것만 알지, 북한에서 넘어온 꿀인지 어떤 꿀인지도 알 수 없다.
참전 당시 몸에 파편이 박히는 사고로 아직까지 작은 파편들이 몸에 박혀 있다는 임정현 씨는 양지리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때의 음식이라 하면 별것 없었다고 말한다.
산에서 흔히 얻을 수 있던 도토리가 쌀 대신으로 주식이었고, 밥과 함께 쪄서는 두들겨 깨서 먹었던 분유찜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기억한다.
전쟁의 흔적은 어렴풋이 사라져 가지만 그때 기억도, 음식도, 밥상에 남아있다.
전쟁의 포성은 멈췄지만, DMZ 접경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겐 이후로도 전쟁 같은 삶은 계속되었다. 고작 14살이란 나이에 고철을 팔아 몇십 원이라도 벌 수 있단 생각으로 미처 터지지 않은 포탄을 주머니에 넣었던 서정호 씨는 그날 이후 멀쩡하던 한쪽 팔과 손, 그리고 한쪽 눈까지 잃어야만 했다.
그렇게 50여 년이 흐르니 지독하던 가난도, 전쟁이 남긴 상처도 조금씩 아물어갔다.
예전에는 늘 먹어서 지겹다는 시래기가 사람들에게 건강 음식으로 입에 오르내리고, 쌀 대신으로 허기를 채우곤 했던 옥수수와 감자가 이제는 맛있는 간식이 됐다.
흘러간 세월과 함께 서정호 씨의 닫혀있던 마음도 점차 풀어져 갔고, 오늘날 추억의 음식들을 밥상에 올리며 다시금 희망을 품는다.
아직 DMZ 안에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13만여 명의 전사자들의 유해가 남아있다.
휴전협정을 단 7일 앞두고 전사한 아버지, 그리고 스물세 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홀로 자식을 키운 어머니가 지닌 깊은 마음의 상처를,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온 남정학 씨는 유해발굴 현장에서 마주한 그는 살아생전 아버지의 흔적을 하나라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은 아버지는 꿈에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버지가 즐겨 먹었다는 쑥콩가루국과 고등어추어탕만이 가족들의 밥상에 남아있다.
전쟁은 이제 낡은 흑백사진처럼 잊힌 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여전히 현재이고 미래이다. 전사자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아들의 절절한 사연과 그리움을 밥상에 담아본다.
[뉴스핌 Newspim] 대중문화부 (newmedi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