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배경·히스패닉 포용 '장점'…부시 피로감·과거사는 '단점'
[편집자] 이 기사는 6월17일 오후 1시33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했습니다.
[뉴스핌=김성수 기자] 공화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오는 2016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아버지와 형에 이은 '3부자 대통령' 계보가 탄생한다.
반면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당선될 경우 남편 빌 클린턴을 잇는 '부부 대통령'이 탄생한다. 내년 대선에서 젭 부시와 힐러리의 치열한 '빅 매치'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젭 부시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 젭 부시는 누구
젭 부시 전 주지사는 미국 텍사스 주 미들랜드 태생이다. 본명은 존 엘리스 부시(John Ellis Bush)로, '젭'이라는 이름도 이 본명의 이니셜에서 따온 애칭이다.
젭 부시는 명실상부 미국 최고의 정치 명문가라는 배경을 갖고 있다. 그는 미국 제41대 대통령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George H. Bush)의 차남이자 제43대 대통령인 조지 워커 부시(George W. Bush)의 동생이다.
이러한 막강한 배경은 젭 부시에게 '득' 혹은 '독'이 되기도 한다. 아버지와 형이 쌓아놓은 지지층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도 있겠지만, 악몽의 이라크전쟁과 2008년 금융위기 등 부정적 측면으로 인한 '부시 피로감'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젭 부시 전 주지사가 선거 로고에서 '부시(Bush)' 성을 빼고 '젭! 2016(Jeb! 2016)'이라는 이름만 넣은 것도 대권 도전에서 가문의 정치적 유산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젭 부시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형과 다르다는 사실을 여러번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지난 13일 CNN 인터뷰에서 "젭은 젭일 뿐, 조지와 다르다"며 "나의 인생 스토리는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젭 부시는 아버지나 형과는 다른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우선 그는 전체 유권자의 11%인 히스패닉 인구를 끌어안는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학창 시절 멕시코에 자원봉사로 영어를 가르치러 갔으며, 그 곳에서 지금의 아내인 콜룸바 부시를 만났다.
과거 은행원 시절에는 베네수엘라 지점에서 근무해서 스페인어에 능통하며, 이민 개혁을 통해 불법 이민자에게 합법적 신분을 보장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젭 부시는 지난 15일 플로리다 남부 마이애미 데이드 대학에서 2016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 영어와 스페인어로 번갈아가며 연설했다. 미국인 청중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 연설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부시는 "어떤 언어로 말해도 나의 메시지는 낙관적인 것"이라며 "우리가 앞으로 미국의 수십년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기간으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
공화당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패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히스패닉과 아시안 등 이민자 계층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처럼 히스패닉 문화에 우호적인 점은 젭 부시에게 큰 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 전 주지사의 출정식에서 아버지 부시와 형 부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모친인 바버라 부시 여사만이 출사표를 지켜봤다. 그러나 형인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동생이 출마를 결심한다면 막후에서라도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 것"이라며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을 약속했다.
이 밖에도 젭 부시는 지난 1980년 부친의 대통령 선거 운동에 참여했으며, 부친이 대통령 대신 부통령 후보가 된 후에도 선거 운동을 함께 했다. 이후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로 이주해 부동산업과 로비스트 일을 하면서 재산을 모았다. 젭 부시는 6월 말 현재 1억달러(약 1000억원) 규모의 선거자금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공화당 '큰손'들의 자금을 싹쓸이할 기세를 보이자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3수 도전 의지를 밝혔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다만 젭 부시의 최대 라이벌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역시 쿠바 이민자의 아들로서 히스패닉계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숙제로 남는다.
◆ 학창시절 대마초 흡연…부인은 보석 스캔들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15일 마이이미의 데이드 대학에서 2016 미국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출처=AP/뉴시스>
젭 부시와 관련한 일화 중에는 다소 스캔들 요소도 많다. 우선 부시 자신이 고등학교 재학 중 대마초를 흡연했던 사실을 인정해 마약 문제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기존의 행보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그가 플로리다 주지사로 재직할 당시 마약사범에 대한 강력 처벌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비폭력적 마약 복용자들을 재활 시설 대신 교도소에 수감하고 마약 범죄자들을 의무 수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플로리다주에서의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공화당 경선에서 부시 전 주지사와 경합할 것으로 예상되는 랜드 폴 상원의원은 이러한 행동이 '위선'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폴 상원의원은 "부시는 자신도 과거에 대마초를 폈던 사실을 인정했으면서 똑같은 사람들을 감옥에 넣으려 한다"고 몰아붙였다.
부시 전 주지사는 앞서 명문 사립학교인 필립스 아카데미에 재학하던 시절 "술도 마시고 마리화나도 피웠다"며 "당시 마리화나 흡연이 상당히 일반적이었다"고 전했다.
젭 부시의 아내 콜룸바 부시의 괴짜적 면모도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소재다. 콜룸바는 15년간 약 1억원 어치의 보석과 장신구를 사들일 정도로 '보석광'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999년 파리 여행을 마치고 입국하면서 사들인 보석을 숨겼다가 공항에서 적발돼 4100달러(약 450만원) 벌금을 물었다. 그런데도 이듬해 5월 대출까지 받아 하루에 4만2311달러(약 4600만원)어치의 보석을 사들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전 주지사가 주요 의제로 제시한 문제 중에 빈부격차도 포함돼 있어 부인 콜룸바의 사치성 소비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콜룸바는 언론 접촉이나 정치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1994년 남편의 주지사 선거 유세를 따라 다니던 도중 "이건 내가 바란 게 아니다"고 말하는 게 취재진에 노출됐으며, 플로리다 주지사 부인 시절에도 언론 접촉을 극도로 피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콜룸바를 놓고 "후원금 모금 행사에 가는 것보다 멕시코 드라마를 보는 걸 더 좋아한다"고 보도했고, 윗동서인 로라 부시 여사는 "콜룸바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싫어한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