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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뜨거웠던 그날, 저마다의 추억 '한여름의 판타지아'

기사입력 : 2015년06월08일 11:47

최종수정 : 2015년06월08일 11:47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 중에서 <사진=(주)인디스토리>
[뉴스핌=김세혁 기자] 쳇바퀴 속 다람쥐마냥 분주한 오늘날의 우리들을 감싸줄 힐링영화가 객석을 찾아온다.

11일 개봉하는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에 관한 이야기다. 한일 감독 장건재, 카와세 나오미가 연출한 이 영화는 일본 나라현 고조시를 배경으로 남녀의 설레는 동행을 담았다.

작은 마을 고조시를 카메라에 담은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모든 것이 일상 속 풍경처럼 정겹다. 이국에서 촬영한 영화이기에 그림 같은 경치가 등장할 법도 하지만, 모노톤 화면으로 막을 올리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꿋꿋하게 풋풋하다.

워낙 출연자가 적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둘로 압축된다. 고조시를 찾은 한국 여성 혜정(김새벽)이 첫째요, 그에게 한눈에 반한 마을 총각 유스케(이와세 료)가 둘째다. 두 사람은 고즈넉한 고조시를 함께 걷고 여행하며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완성한다.

훅훅 찌는 무더위와 낯선 땅의 추억, 설렘을 담은 '한여름의 판타지아' <사진=(주)인디스토리>
작은 영화 특유의 화면과 감성으로 가득한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혹자에게는 참기 어려울 만큼 지루할 수 있다는 의미. 김새벽과 이와세 료 등 일반에 아직 생소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도 어쩌면 약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객석 저마다의 추억을 어루만지며 의외로 거대한 위력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한여름의 판타지아’란 제목이 기막히다. 한여름이 우리에게 주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담아낸 제목이 근사하다. 한여름 속 아련한 수만가지 추억을 절묘하게 캐치한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란 혜정과 유스케의 물음에서 관객은 저마다의 어느 여름날 아련한 판타지아, 추억여행에 빠져든다.

배우의 대화 사이 간격을 넓혀 현실감을 확장한 '한여름의 판타지아' <사진=(주)인디스토리>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이런 감정은 이와세 료가 꼽은 명장면에서 터질 듯 팽창한다. 재회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 그렇기에 서로에게 더 이끌리는 남녀의 벅찬 감정을 무척 담담하게 잡아낸 연출에 박수를 보낸다. 그, 혹은 그녀에게서 한 번쯤 느껴봤을 설렘과 좌절, 그리고 복합적인 느낌은 대화 사이에 긴 호흡을 둔 감독의 연출 덕에 훨씬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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