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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의 4색 여행기] 천혜의 아름다움과 여유의 가치. 파묵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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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묵칼레(Pamukkale)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초저녁 무렵이었다. 엊저녁에 전화를 걸어놓은 모텔의 안주인이 버스 정류장에 마중나와 있었는데 소박한 미소 그대로 순정해 보였다. 수줍어 하는 그녀의 배려 있는 환대를 받으며 걷는 길가엔 멍석에 펼쳐놓은 빨간 고추며 빨랫줄에 널어놓은 빨래들이며 어릴 적에 익히 보던 풍경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넓은 정원에 수수하게 꾸며진 모텔에 들어섰을 때는 이 마을에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단층 가옥인 모텔 주변으로 수풀이 우거져 있었고 마을과 연결되었다. 객실에 짐을 꾸리고 편한 차림으로 갈아 입은 다음 마을을 산책하다가 젊은 커플을 만났다. 프랑스 사람들로서 알고 보니 같은 모텔에 투숙하고 있었다. 서로 반가와서 산책 후에 모텔의 정원에 놓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함께 했다. 그들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스스로를 실존주의자들이라고 말했는데 그런 식의 자기 소개는 처음 겪는 경험이라 무척 신선했다. 오래 전에 읽은 까뮈의 <이방인> 등등에 대해 즐겁게 주고받으며 맥주잔을 비워 나갔다. 

다음 날 일찍 파묵칼레 언덕을 올랐다. 흡사 죽처럼 녹아 흘러내리다가 굳어버린듯한 괴암들이 백색 일색으로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다. 특이한 지형들을 꽤나 보아온 편이지만 이런 것은 처음이었다. 

자그마한 분화구들이 연이어 퍼져있는 형상이기도 했다. 하얀빛의 웅덩이마다 푸르스름한 물이 찰랑이며 차 있다. 나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들어갔다. 물은 따스했고 뭉클한 질감의 석회먼지가 발바닥에 부드럽게 잡혔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 다른 관광객들도 물에 발을 담근채 이 진귀한 모양의 온천을 요모조모 뜯어보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엊저녁에 자리를 함께 한 실존주의자 커플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은 이런 곳에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대화를 나눌까 상상만으로도 참신감이 몰려왔다. 

물 밖으로 나와 하얀 바닥에 눕자 돌이 지닌 냉기가 선선하게 등에 퍼져왔다. 터키어로 목화라는 뜻의 파묵과 성(城)이라는 뜻의 칼레. 그 둘의 합성어인 파묵칼레. 그러니까 파묵칼레는 목화의 성이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이 천연 온천의 온천수가 류마티즘, 심장병, 피부병에 좋다고 이름나 고대 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으며 로마의 황제들도 즐겨 찾던 곳이다.  

쿤데라의 <느림>이나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여유의 가치는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졸속 문화가 우리 사회에 숱한 부작용을 일으켜온 것만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여유의 가치는 그 평가가 미뤄져서도 안 되며 소수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사람이라면 그 누구나 누릴 천부적인 성격이기 때문이다. 

어떤 시공에 잠기면 그와 비슷하게 체험한 시공들이 가슴에 들어온다. 사회라는 것을 알기 이전, 여행을 떠나고 싶은 갈증이나 강박이 생겨나기 이전의 원초적 감각도 피어오른다. 여유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일 것이다. 

나는 오늘은 하루 종일 그 선물의 풍요로움 속에서만 지내려 한다. 푸르스름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일, 목화처럼 하얀 석회암에 편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 있는 일, 하늘을 보거나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 이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일상의 박스가 점점 조여오겠지만 말이다. 

언덕 저 위로는 히에라폴리스라고 하는 유명한 유적지가 있음을 가이드북에서 보아서 알고 있다. 기원전 2 세기 경에 페르가몬 왕국에 의해 세워져 로마에 이어 비잔틴 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번성했던 곳이다. 로마의 원형 극장, 신전, 공동묘지가 1354년의 대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된채 황폐하게 빛나고 있을 것이다. 

터키의 남부 데니즐리 주에 위치한 이 도시로 오기 전에는 당연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천혜의 아름다움 속에 나자신을 방기하듯 내맡기니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찬란한 자유의 포만감으로만 나의 가슴을 채우리라. 생각만으로도 행복의 빛이 돌았다. 실존주의자 커플이 하루 종일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모르긴 해도 그 로마의 유적지를 떠도는 모양이었다.  

편하게 누워서 보는 언덕 아래의 파묵칼레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유유자적 하는 동안 밥 짓는 하얀 연기가 하늘로 오르고 있었고 일몰이 지려 하고 있었다. 마을의 아름다움이 한결 고조되고 있었다. 바로 눈앞엔 노을에 물들어 분홍빛을 띤 석회암이 가로지르고 역시 붉은 빛이 드리워진 물이 물살을 튀기며 흘러내린다. 그 너머 저 아래쪽에 연기를 몽실몽실 피워올리며 붉게 물들어가는 작고 평화로운 파묵칼레 마을. 물론 이런 외관과는 달리 마을 사람들의 남모를 애환들이 저 노을빛에 다른 빛들을 투영시키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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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까지 번진 '사탐런'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한층 더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연계열 수험생들 사이에서 과학탐구(과탐) 대신 사회탐구(사탐)를 택하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올해 수능에서는 사회탐구 과목을 1개 이상 응시하는 비율이 80%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입시 전문가들은 사탐 선택이 단순히 탐구 성적만의 문제가 아니라 확보한 시간과 심리적 여유를 국어·수학·영어 등 다른 영역 성적 향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까지 따져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과학 탐구 응시 인원 비중 추이. [사진=김아랑 미술기자]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에서는 사·과탐 영역 응시자 53만 1951명 가운데 77.3%(41만 1259명)가 사탐 과목을 1개 이상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실시되는 2027학년도 수능에서는 그 비율이 80%를 웃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같은 변화는 전통적으로 미적분·기하와 과학탐구 선택 비중이 높았던 자연계 상위권 모집단위에서도 확인된다. 진학사가 정시 지원 대학을 공개한 수험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선택과목 제한이 없는 대학 지원자 가운데 사회탐구 응시자 비율은 의대 9.3%, 수의대 40.5%, 약대 23.8%로 나타났다. 자연계 최상위권에서도 사탐 선택이 더 이상 예외적인 사례만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배경에는 주요 대학의 자연계열 수능 지정과목 폐지가 있다. 주요 대학들이 2025학년도부터 자연계 모집단위에서 응시 지정 과목을 없애면서 사탐·과탐 혼합 응시가 빠르게 퍼졌다. 사탐 응시 비율은 2023학년도 53.3%, 2024학년도 52.2% 수준이었지만 자연계 학과에서 사회탐구를 인정하는 대학이 늘면서 2025학년도 62.2%, 2026학년도 77.3%로 급증했다. N수생 집단에서도 과탐에서 사탐으로의 이동은 뚜렷했다. 2025학년도와 2026학년도 수능에 연속 응시한 수험생을 보면, 과탐 2과목 응시자 중 19.7%는 이듬해 사탐 2과목으로 23.7%는 사탐+과탐으로 바꿨다. 전년도 사탐+과탐 응시자 가운데서도 62.2%가 올해 사탐 2과목으로 전환했다. 성적 상승 폭도 컸다. 탐구 2과목을 모두 과탐에서 사탐으로 바꾼 집단의 탐구 백분위는 평균 21.68점, 국어·수학·탐구 평균 백분위는 11.18점 올랐다. 과탐 2과목에서 사탐+과탐으로 바꾼 집단도 탐구 13.40점, 국수탐 평균 8.83점 상승했다. 사탐+과탐에서 사탐 2과목으로 전환한 집단 역시 탐구 16.26점, 국수탐 평균 10.92점 올랐다. 사탐 선택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점수 안정성을 노린 전략적 선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2026 대입 정시모집 대비 진학지도 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스핌DB] 다만 대학별 반영 방식은 제각각이다. 상당수 대학이 자연계 지원자에게 미적분·기하나 과학탐구 응시 가산점을 주고 있어 지정 과목이 폐지됐다고 해서 유불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민대·동국대·세종대는 자연계열 지원자가 수학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이나 기하를 택할 경우 3~5%의 가산점을 반영한다. 성균관대 역시 사회과학계열, 의상학과, 경영학과, 글로벌경영학과, 글로벌경제학과 지원자에게 미적분 선택 시 최대 3%의 가산점을 준다. 과탐 응시자에 대한 가산점도 적지 않다. 경희대·고려대·숙명여대 등은 자연계열 지원자가 과탐을 선택하면 가산점을 부여한다. 서울대의 경우 과탐Ⅱ를 1과목 응시하면 3점, 2과목 응시하면 5점을 추가 반영하며, 과탐Ⅰ만 선택했을 때는 가산점이 없다. 인문계열에서 사탐 선택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대학도 있다. 서울시립대는 인문계열 지원자가 사탐 2과목을 응시하면 3%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중앙대는 인문대와 사범대 지원자의 사탐 응시에 5%를 더해 반영한다. 이에 따라 입시 전문가들은 사탐런이 대세처럼 보이더라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연구소장은 "많은 학생이 사·과탐 선택에 따른 성적 변화에만 초점을 두지만 핵심은 선택으로 인해 생긴 시간적 여유나 심리적 안정감을 다른 영역 학습에 활용하는 데 있다"며 "사탐 선택으로 줄어든 학습 시간을 국어·수학·영어 등 다른 영역의 성적 향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탐구 과목을 바꿨더라도 결국 같은 학습 시간을 들여야 한다면 입시 전체로 봤을 때 유리한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단순히 유행을 좇기보다 자신의 학습 적합성과 대학별 반영 방식, 가산점 구조를 함께 고려해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사탐 응시자가 늘고 이들의 성적이 상승하면서 인문계열 모집단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일부 응시자들은 자연계 모집단위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정시에서는 모집단위별 탐구 반영 방식과 지원 가능 집단의 변화를 함께 고려한 보다 정교한 합격선 예측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jane94@newspim.com 2026-03-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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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 이 기사는 인공지능(AI) 번역을 통해 생성한 콘텐츠로 원문은 3월 6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기사입니다.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장관은 6일(현지 시간) "전쟁이 중단되지 않으면 며칠 내에 걸프 지역 모든 산유국들이 불가항력을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는 이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세계 최대 액화석유가스(LNG) 생산·수출 기지인 라스라판(Ras Laffan) 산업단지가 이란 공격으로 '불가항력'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면서 "아직 불가항력을 선언하지 않은 국가들도 며칠 내로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알카비 장관은 카타르 국영기업인 카타르에너지의 최고경영자(CEO)를 겸직하고 있다. 불가항력은 지진 등 자연재해나 전쟁 등의 이유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다. 책임이나 보상 등에서 면제받을 수 있다. 석유나 LNG 등의 계약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내용이다. 카타르는 미국, 호주 등과 함께 세계 3대 LNG 생산·수출국으로 꼽힌다. 현재 연 7700만톤 규모인 노스필드(North Field) 가스전의 생산능력을 오는 2027년까지 1억2600만톤으로 늘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LNG 생산과 수출이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가스전의 첫 증산 물량은 올해 3분기에 시장에 나올 예정이었다.  알카비 장관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세계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고, 며칠 내에 모든 걸프 지역 산유국들이 생산을 중단하게 되면 유가가 배럴 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가동이 중단된 라스라판 LNG 시설에 대해 "지금 당장 전쟁이 끝난다해도 정상적인 사이클로 돌아가는 데 최소 몇 주에서 몇 달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유럽의 경우 카타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아시아 구매자들이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가스를 사들이게 되면 덩달아 상당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알카비 장관과의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 브렌트유는 5.5% 올라 배럴당 90.13 달러를 기록했다"며 "이는 이란 전쟁이 터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알카비 장관은 "이번 전쟁이 몇 주만 더 지속된다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모든 국가의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일부 제품은 부족해질 것이며 원자재 공급이 끊기면서 공장들이 생산을 멈추는 악순환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지역 국가 중 최대 미군 공군기지가 들어서 있는 카타르는 이란과도 전통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이번 전쟁의 포화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라스라판 단지는 지난 2일 이란의 공격 드론의 공격을 받았고, 카타르 정부는 즉각 LNG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이 단지는 전 세계 LNG 공급의 20%를 담당하는 대규모 시설이다.  알카비 장관은 "군으로부터 해상 시설에 대한 즉각적인 공격 위협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고, 즉각 가동을 중단하고 24시간 안에 9000여명의 인력을 철수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카타르의 생산은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hjang67@newspim.com   2026-03-0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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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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