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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노년의 로맨스, 그 이상이 있다 ‘장수상회’

기사입력 : 2015년04월08일 13:59

최종수정 : 2015년04월08일 13:59

영화 ‘장수상회’에서 열연한 배우 윤여정(왼족)과 박근형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핌=장주연 기자] “나 참전용사야. 소문내면 알지?” 장수마트의 불친절한(?) 직원 성칠(박근형)은 틈만 나면 버럭 하는 까칠한 노신사다. 하지만 아리따운 외모의 금님(윤여정)이 앞집으로 이사 오면서 그의 팍팍한 일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자신의 퉁명스러운 태도에도 언제나 소녀처럼 미소 짓는 금님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 이를 눈치챈 동네 사람들은 성칠의 성공적인 데이트를 위해 발 벗고 나선다. 하지만 설레는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금님과의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리면서 성칠은 자신만 몰랐던 비밀을 알게 된다.

영화 ‘장수상회’(제작 ㈜빅픽쳐·CJ엔터테인먼트,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동시에 가장 강제규 답지 ‘않은’ 영화이기도 하다. 그간 영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마이웨이’ 등 블록버스터들로 재미(?)를 봤던 강제규 감독은 처음으로 로맨스(정확히 말하면 로맨스라기보다는 가족영화에 가깝지만) 영화에 도전했다. 

그래서일까. 사실 ‘장수상회’는 그간의 작품들과 달리 극 초반 살짝 처지는 감이 있다. 하지만 강제규 감독은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마다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여지를 남긴다. 특히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성칠과 금님에게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음을 암시, 관객의 몰입도를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마침내 이야기가 절정에 치달았을 때 스릴러 장르 못지 않은 역대급 반전을 선사한다. 눈물과 감동은 덤이다.

박근형과 윤여정의 연기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로 로맨티스트에 등극한 박근형은 반경을 넓혀 스크린에서도 그 매력을 발산했다. 관심이 생긴 여자를 위해 미리 배워둔 데이트 노하우를 (엉성하게) 사용하는가 하면, 토끼 머리띠를 하고 놀이기구도 탄다. 어디 그뿐이랴 여자 화장실 앞에서 금님의 가방을 든 채 노래도 부른다. 박근형은 이런 성칠의 투박하면서도 수줍은 면면들을 잘 살려냈다.

윤여정은 영화 ‘여배우들’이나 ‘돈의 맛’에서 보여준 도회적이고 냉정한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고 순수하고 헌신적인 금님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극 초반에는 소녀 같은 싱그러운 매력을 뽐내고 극 후반에는 그 세월을 겪어본 이들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절절함을 표현한다. 여기에 조진웅, 한지민, 황우슬혜, 문가영, 엑소 찬열 등이 합세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고 백일섭, 김정태, 임하룡 등이 깜짝 출연해 재미를 더한다.

영화 ‘장수상회’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제규 감독은 줄곧 자신의 영화에서 강조하던 분단 혹은 역사적 이야기를 잠시 내려놓았다. 대신 그간 늘 말해 온 ‘가족’과 ‘소통’에만 온전히 집중했다. 그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부모 자식, 세대 간에 서로를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고 이를 ‘장수상회’에 고스란히 녹아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속에서 관객을 따스하게 안아주고 관객은 고독하고 지친 삶을 영화를 통해 위로받는다.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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