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준 대표 "쎌바이오텍, 미생물 전문가들의 메카로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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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이사 <이형석 사진기자> |
[뉴스핌=홍승훈 기자] 신생아 기저귀, 갓김치, 젓갈, 맥주. 유산균 발효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라면 오지라도 갔다. 순수한 신생아 분변이 필요했던 그는 몇날 며칠 섬마을 아기 엄마들 꽁무니를 따라다니기도 했다. 발효와 숙성 연구를 위해 요즘도 주기적으로 찾는다는 전라도 젓갈과 여수 갓김치. 한국형 유산균 연구를 위해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58세,사진)가 안해본 일은 없었다.
"유럽수출을 하려면 분변검사가 필수예요. 그러자면 다른 유산균을 복용하지 않은 산모의 신생아 변이 필요했고 섬마을을 수도 없이 찾았죠. 덕분에 덴마크 식약청에서도 우리 기술을 인정한거구요. 최근 연구논문에서도 분변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이 100배 증가한 것을 증명했어요."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기업 오너이자 CEO로 있지만 사실 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설비투자뒤 97년 외환위기가 닥쳐 휘청일때는 사업을 포기할까도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끝에 결국 프로바이오틱스 본고장인 덴마크 등 유럽시장을 뛰어넘어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다.
김포 본사를 찾아 처음 만난 정 대표는 한눈에 봐도 책상머리에 앚아 실험에만 매진할은 '범생이' 스타일은 아닌듯 보였다. 큰 덩치에 털털한 성격과 걸걸한 목소리. 정명준 대표는 미생물을 전공(연세대 생물학과)으로 택하게 된 이유를 묻자 농반진반 "여학생이 많아서"라며 웃었다. 지금의 그를 이 자리에 있게 한 건 미생물을 전공하며 한 결심 때문이다. '미생물의 산업화'였다. 학교 연구실에만 머물던 순수 학문, 졸업해도 배고팠던 학문인 미생물을 산업화로 반드시 끌어내겠다는 꿈을 꿨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미원(현 대상그룹) 연구원으로 입사한 그가 유산균 본고장인 덴마크왕립공대로 유학을 떠나 유산균발효부문 박사학위를 따낸 것도 스스로 전문가가 되고자 했던 것. 그리고 당시 대기업인 미원에서 나와 95년 홀로 쎌바이오텍을 차렸다.
"제 스스로 교수 혹은 연구소에만 있을 캐릭터가 아니었어요. 실험실에 앉아 고상하게 학문을 하는 것보단 사람들과 만나 기술을 얘기하고 상품화하는 것, 라면 끓여먹으며 밤새 발효주 돌리면서 여기서 나온 결과물로 서로 꿈을 꾸게되고...이런 게 제게 맞아 회사를 나왔죠."
유럽내 글로벌 제약사를 처음 뚫을 때 활발하고 거침없는 정 대표의 성격, 유학시절 갈고 닦은 네이티브에 가까운 영어 구사력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물론 '듀오락'이라는 글로벌 수준의 제품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북유럽 사람들은 보드카를 많이 마시다보니 장이 별로 안좋은 편이죠. 그래서 제품을 들고 나가면 듀오락을 권했고 처음엔 긴가민가 했던 이들도 먹고나서 효과를 보고는 우리 제품을 택하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큰 기업들을 뚫었어요."
국내 시장에 대해서도 그는 성장성을 높게 봤다. 국내 유산균시장은 이제 걸음마를 뗀 상황으로 인식했다. 제조업 생산가 기준 연간 800억원에 불과한 시장이 앞으로 무궁무진하다고 봤다. 최근 2~3년 치고올라오면 홍삼, 비타민 등에 이어 건강기능식품 4위에 자리잡았지만 위로 올라갈 여지가 높다고 봤다. 최소한 비타민시장은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포 끝자락에서 시작한 쎌바이오텍이 유럽시장을 장악하고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지금 그의 꿈은 뭘까. 자세를 고쳐앉은 그는 "쎌바이오텍을 한국 미생물 전문가들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미생물을 연구하는 사람이 대학원생 이상 기준으로 1만2000여명입니다. IT를 전공한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 중 하나가 '구글'이듯 미생물 전공자들이 가고 싶어하는 기업이 쎌바이오텍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이들의 연구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미생물을 공부하면 어떤 직업보다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이에 최근 그는 바쁜 비즈니스로 4~5년 쉬었던 강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그는 올해부터 모교인 연세대 생물학과에서 겸임교수로 다시 시작한다. 학생들에게 미생물의 산업화를 깨우쳐주기 위해.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