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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집 閑談]골프와 술

기사입력 : 2015년03월06일 08:30

최종수정 : 1970년01월01일 09:00

[뉴스핌=이종달 골프전문기자]“나 어제 처음으로 8字 그렸어. 오늘 밥값은 내가 쏠 게.” “드라이버를 바꿨더니 비거리도 늘고 너무 잘 맞아서...”  “난 주말에 캐디를 잘 못 만나 망쳤어. 얘가 거리를 제대로 못보고 그린에서 라이 볼 줄도 모르고 참내.” “그랬구나 난 볼 하나로 18홀을 돌았어. 볼을 잃어버리지 않은 것은 처음이야.”

월요일 여의도 증권가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점심식사 풍경이다. 점심식사를 하던 일행은  소주병을 옆에 놓고 침을 튀기며 주말 라운드에 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옆자리 손님도 골프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골프는 라운드 자체도 즐겁지만 라운드 후 지인들과 나누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어색한 분위기를 살리는 것도 골프다. 끊어진 대회를 잇는 것도 골프다. 말문을 열고 잇는데 이만한 게 없다. 이게 바로 골프가 갖는 힘이다.

골프 이야기는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다. 마치 군대 이야기처럼. 골퍼들은 모였다 하면 옴니버스 소설처럼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쉴 새 없이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주워 들은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에 얹어 가공한다.

골프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것은 그게 바로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든 공감을 할 수 있다. 그 이야기가 소설일지라도 쉽게 신화가 되고 전설이 된다.

이 이야기가 술을 만나면 더 확장된다. 골프가 술을 만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부풀어 오르는 특징이 있다. 골프이야기는 쉽게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또 중독성까지 갖는다.

골프는 소주와도 잘 어울리고 맥주와도 친화적이다. 물론 폭탄주도 끌어당긴다. 위스키나 와인과 만나면 더욱 세련되고 깔끔해 진다.

골프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고 좌중을 휘어잡는 힘이 있으나 경계해야 될 독이 있다.

골프 이야기 속에서 그 사람이 사물을 보고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방식과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아무리 재미로 하는 이야기라도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골프전문기자 (jdgolf@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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