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트 컴버배치 최고의 연기를 만나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이 17일 개봉한다.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
고르고 고른 끝에 선발된 인원들은 내로라하는 수재들이다. 체스 챔피언을 2회나 차지한 휴 알렉산더(매튜 구드)를 포함해 언어학자 존 케인크로스(엘렌 리치), 옥스퍼드의 수학도 피터 힐튼(매튜 비어드), 그리고 홍일점이자 암호 해독에 천부적 자질을 가진 조안 클라크(키이라 나이틀리)가 에니그마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 존 내쉬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삶을 산 앨런 튜링의 이야기 '이미테이션 게임'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
올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무려 8개 부문에 후보를 배출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모튼 틸덤 감독의 ‘이미테이션 게임’은 22일 열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편집상, 음악상, 미술상에 노미네이트된 뜨거운 화제작이다.
단연 돋보이는 건 주인공 베네딕트 컴버배치다. 그의 연기를 논하기 전에, 잠시 전설적 수학자 앨런 튜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앨런 튜링은 컴퓨터의 토대를 마련한 IT 세상의 구원자이자 아집으로 똘똘 뭉친 기인이기도 했다. 동성애 사실이 발각돼 화학적 거세까지 받았던 그는 41세가 되던 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우울한 위인으로 남아있다. 사실 세상이 그의 공로를 인정한 건 불과 몇 해 전이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속의 영국 암호 해독팀. 매튜 구드(뒷줄 오른쪽) 등 쟁쟁한 배우들이 조연라인을 형성했다.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
전쟁과 암호, 그리고 실존한 천재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미테이션 게임’은 론 하워드의 걸작 ‘뷰티풀 마인드’(2002)와 여러모로 닮았다. 특히 자폐에 가까운 학구열과 집착을 보여준 존 내쉬와 앨런 튜링을 비교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더불어 이 두 사람을 연기한 러셀 크로우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같은 듯 다른 연기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두 작품은 세계가 인정한 천재들의 삶을 포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존 내쉬와 앨런 튜링의 명성보다는, 그들이 세상으로부터 받았던 압박과 고통, 외로움과 고뇌에 집중해 근사한 드라마를 완성했다. 더구나 ‘이미테이션 게임’은 당시 동성애에 무척 엄격했던 영국사회의 무시무시한 잣대를 보여주며 수학 천재의 비참한 인생사를 이야기한다.
'이미테이션 게임'의 주인공 베네딕트 컴버배치(오른쪽)와 키이라 나이틀리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
마지막으로 언급할 부분은 조연들의 환상적인 연기다. 아일랜드 출신 엘렌 리치를 제외하고 죄다 영국 출신인 조연들은 맡은 영역을 확실하게 책임지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킹스맨’에서 백업요원으로 등장하는 마크 스트롱은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암호 해독팀을 지원하는 MI6 요원 스튜어트를 맡아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