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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의 4색 여행기] 에티오피아 구름 위의 마을, 그 질박한 미소

기사입력 : 2015년02월11일 12:09

최종수정 : 2015년03월25일 09:43

길을 막아설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운전석의 기사도 순간순간 핸들을 돌려야 했다. 우리를 태운 차가 달려가는 도로엔 원주민들 뿐 아니라 염소와 소가 유유히 걷기도 하고 낙타가 한 가운데에 버젓하게 서 있기도 했다. 


충돌할까봐 가슴이 움츠러들면서도 생각에 잠겨 들었다. 이 도로가 먼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차창 밖에 보이는 광활한 대자연만이 있었을 뿐이다. 염소와 소, 낙타 외에도 각종 야생동물들과 원주민들의 터전이었던 이곳에 순전히 인간의 편리를 위해 도로를 낸 것이다. 그러니 이 길 위에서 차의 흐름을 방해하는 존재들은 실은 방해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자리에 난 흉터 위를 걷는 것이다. 자기들의 장소를 부당하게 빼앗긴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차도를 달리는 우리는 편익의 편에 어쩌다가 선 사람들일 뿐이므로 그들을 방해 거리로 치부할 아무런 권리가 없다.

이렇게 흘러가는 생각이 더 강렬해진다면 관광객일뿐인 나도 차에서 내려 그들과 어울려 걸어가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까진 한계인지 습성인지 내닿지 못한채 나를 포함한 우리 일행은 아프리카 대자연 속에 주욱 뻗은 외길을 달리고 있었다.

아디스아바바를 떠나 남쪽으로 뻗은 길을 따라 다섯 시간 이상 달리고 있다. 가난한 농가들이 수시로 보이고 휴식을 취할 겸 차를 세울 때면 수많은 꼬마들이 멀리서부터 달려와 우리를 에워싼다. 먹을 것을 요구하는 애절함과 순수함이 함께 버무러진 표정은 착잡함과 애틋함을 넘어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상을 안겨준다. 에티오피아의 현주소일 수도 있는 그 표정들을 떠나 동물들과 사람들이 어우러진 길을 달리고 달려 산비탈로 접어 들었다. 굽이굽이 흙길을 한참이나 올라서자 구름이 보였다. 우리는 구름을 뚫고 올라갔다.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간 적은 있어도 차로는 처음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고원이 상당 부분인 에티오피아에서 이 지역도 고지인데다가 우리는 그 한참 위에 있는 해발 2000여 미터의 산지 마을로 향하기 때문이었다. 구름을 뚫고 올라갈 때는 흙길이 축축히 젖어 있었는데 구름 위로 올라서자 언제 그랬냐는듯 말끔했다. 도르제(Dorze)라는 이름의 그 산지 마을에서도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며 몰려와 우리를 환대했다.


젊은 원주민 청년이 다가왔다. 그 마을의 여행 가이드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자기가 받는 돈은 개인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공동 기금으로 모아져 마을 사람들에게 공평히 분배가 된다고 했다.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닌 나라답게 푸근한 정감을 주고 있었다. 청년을 따라 걷는 길엔 바나나 나무들과 유카리투스 나무, 이름 모를 풀과 꽃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 사이를 헤집고 올라가자 대나무 울타리가 보였다. 청년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청년이 설명을 해나갔다.


“이 마을은 산지에 고립된 곳이라 생활 조건이 이 가난한 나라의 다른 마을들보다 더 어렵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공동체 방식이지요. 물론 정부가 일조를 했어요. 이 마을의 저 아래에 목화밭이 있어요. 거기서 목화를 단체로 구매를 합니다. 그것으로 집집마다 실을 잣고 옷감을 짜는 거지요. 염색을 한 다음에 팝니다. 그 수입 역시 마을의 공동기금으로 들어와 나누어 씁니다.”
실 잣는 소리와 함께 그 말은 질박하면서도 따스함을 안겨주었다. 그 곁엔 여지껏 볼 수 없었던 희귀한 형상의 가옥이 있었다.


“이 가옥에서 뭐가 연상되나요?”청년이 물었다.
“코끼리.”생각나는대로 말하자 맞다며 청년은 이어 나갔다.
“이 마을엔 코끼리들이 살았지요.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전통적으로 코끼리 모양으로 집을 지어 왔어요.” 
호기심이 생겨나는데“이것 봐요. 이 집은 낮지요.”하면서 청년은 좀 작은 집을 보여주었다.
“흰개미떼가 아래를 갉아먹어서 그래요. 대나무 잎으로 만든 이 집을 땅바닥 근처에서 흰개미들이 갉아먹으면 집이 털썩털썩 주저앉으며 낮아지죠. 그러면 창고로 쓰기도 하고 변소로 쓰기도 합니다.”
자연에 대응하는 방법치곤 멋져 보였다. 그렇게 집들은 낮아져 다른 용도로 쓰이다가 가장 중요한 주거용 집마저 낮아지면 새로 진다는 것이었다. 이 마을에서 집들이 올망졸망 변모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코끼리의 가족 무리처럼 보일 것 같았다. 흰개미떼를 멸절시키는 방법을 찾아내기 보단 그들과 공존하는 삶 속에서 집이 율동감을 얻고 그들의 영혼마저 음악적으로 되었다고 말한다면 단지 피상적이고 낭만적인 생각일까? 그 안에 곁들여진 그들의 노고를 무시한. 건축물로선 너무도 독특해 차라리 생명체 같은 느낌을 주는 그 집의 내부로 들어서자 어둠 속에 살림살이들이 보이고 가축들도 함께 살고 있었다.

여운에 잠겨가는 나를 청년은 집의 뒤뜰로 안내했다.
“저것들은 바나나가 아니라 훨스 바나나(false banana)라고 합니다. 가짜 바나나라는 뜻이지요. 원래는 바나나와 다른 품종의 나무인데 모양이 비슷해서 그렇게 부르지요. 자. 저 여자를 보세요. 훨스 바나나의 줄기를 긁어서 즙을 얻지요. 그것을 땅 속에서 삼개월간 발효시킵니다. 그런 다음 불판에 구우면 빵이 됩니다. 저 여자가 빵을 구워서 이따가 가져 올 겁니다. 여러분들은 이 훨스 바나나로부터 만든 빵을 드시게 되는 거지요.”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살펴 본 우리는 밖으로 인도되었다. 숲길을 걷자 역시 대나무 울타리로 쌓여진 공터가 나타났다. 외지인들을 대접하며 자기네가 만든 천들을 파는 공동 장소라고 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울타리에 다채로운 색상들의 천들이 걸려 있었다. 한가운엔 나무로 된 탁자와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가 앉자 얼마 후에 음식들이 나왔다. 뒤뜰에서 만들던 빵도 나왔고 벌꿀로 만들었다는 노란 술도 나왔다.


뭔가를 사야한다는 강박이 다소 일었지만 우리는 이 마을 사람들이 제공하는 환대에 이미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빵은 시큼하면서도 처음 먹어보는 설레임이 작용해 먹음직 했다. 조금 후에는 삶은 감자도 나왔다. 천들에 대해 흥정이 시작되었다. 바가지를 씌우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 고립된 산지 마을 사람들의 삶은 농사로는 부족할 것이다. 에티오피아 전역을 강타하는 빈곤의 공기에서 이 마을은 더욱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들이 가내수공업 형식으로 천을 만들어 팔아 공동으로 나눈다고 해도 얼마씩이나 손에 쥐일까 생각하면 안쓰러움이 생긴다. 생존의 그런 처절함은 그러나 이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진 않았다. 이들은 그 마을 공동체에 걸맞는 지혜를 찾아내어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는 그 삶의 현장에 잠깐 동석한 것이다.


떼쯔라고 불리는 노란 벌꿀 술을 함께 마시며 즐겁게 흥정해나가는 풍경을 빼끔 열린 문으로 천진한 얼굴의 꼬마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버림받은 대륙이라는 아프리카에서도 극빈국에 속하는 에티오피아. 그곳에서도 혹독한 환경에 처한 마을 도르제. 그러나 에티오피아는 라이베리아와 더불어 아프리카에서 식민지로 추락한 적이 없어 자존심이 높고 이 마을은 그것외에 곤궁을 벗어날 지혜를 발견해 삶의 결을 빛내고 있다. 아프리카 전체를 지구의 흉터라고 한다면 그 흉터의 기원이 어디에 있든 그것을 보금자리로 승화시켰다고나 할까, 그런 감동마저 불러일으키는 도르제 마을 사람들의 정성이 배인 천 몇 개를 사고 알딸딸하게 취해 내려오는 산길에도 유카리투스 나무들이 많이 자라 있었다. 우리는 구름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동물과 사람들이 어우러진 도로를 다시 착잡한 심정으로 달리면서 코끼리 형상 집이 그리워 되돌아 보니 보이지 않았다. 구름만이 보이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천연 염색으로 색칠한 천들이 무지개처럼 빛나는 마을이 저 구름 위에서 그들만의 삶의 여정을 향해 소박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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