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매일 새벽 2시. 항상 잠에서 깨는 로버트 맥콜(덴젤 워싱턴)은 어김없이 책 한 권을 끼고 카페를 찾는다. 모두가 잠든 시간, 불면증으로 눈을 뜨는 그는 아내가 남긴 책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소설 100권’을 무미건조하게 읽어 내려간다. 삶의 낙이라고는 없는 맥콜. 하지만 어느 날 어린 콜걸 테리(클로이 모레츠)가 말을 건네면서 팍팍한 삶에 볼륨이 생기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우정 이야기는 어느 날 테리가 멍투성이로 발견되면서 급반전을 맞는다. 당연히 예상했겠지만, 경찰과 법은 콜걸의 사정 따위 안중에도 없다. 급기야 분노한 맥콜은 스스로 악을 처단하겠다며 어두운 밤거리로 홀로 나선다.
지난달 말 개봉한 영화 ‘더 이퀄라이저’는 딱히 목표 없이 살던 중년 남성과 어린 콜걸의 이야기다. 1980년대 인기 TV시리즈를 리메이크한 ‘더 이퀄라이저’는 관록 넘치는 배우 덴젤 워싱턴과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신예 클로이 모레츠를 투톱으로 내세웠다.
‘더 이퀄라이저’는 중년과 소녀의 조화 탓에 ‘레옹’ ‘택시 드라이버’를 종종 떠올리게 한다. 아내를 잃고 세상 자체가 무료해진 맥콜은 무뚝뚝한 중년이지만 틈을 비집고 다가오는 테리에게 점차 마음을 연다. 테리 역시 오갈 데 없는 마음을 맥콜에게 맞대고 관심사를 꺼내 보이며 쉴 새 없이 조잘댄다. 맥콜이 테리를 위해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에선 ‘모범시민’의 일부 장면도 떠오른다. 칙칙한 분위기만 봐서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떠올리는 팬도 있겠다.
영화 ‘더 이퀄라이저’는 현실에서 악을 처단하는 남성을 조명하며 현실적인 히어로에 대해 이야기한다. 폭력이 폭력을 처단하는 구조 자체의 모순은 차치하더라도, 일단 영화 속 액션이 주는 쾌감은 꽤 강렬하다. 이야기의 구조는 어딘가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짜임새가 없지도 않아 무난하게 즐길 만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관록의 배우 덴젤 워싱턴의 묵직한 대사와 몸짓이 객석의 카타르시스를 완성한다. 특히 ‘킥 애스’의 힛걸로 일찍이 삼촌팬들의 주목을 받은 클로이 모레츠는 ‘택시 드라이버’의 조디 포스터, ‘레옹’의 나탈리 포트만과 비슷한 듯 서로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성인연기에 한층 다가섰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사진=UPI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