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배우 차예련(29)은 도도한 이미지의 배우다. 적어도 그간 브라운관에서 보여준 모습은 줄곧 그랬다. 덕분에 사려 깊지 못하게도 그가 새침한 패셔니스타에, 연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직접 마주한 그는 정 반대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소문대로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연기에 대한 갈증과 열정으로 가득했다. 아마도 ‘반전매력’이라는 단어는 그를 두고 쓰는 게 아닐까 싶다.
차예련이 배우 유지태와 5년 만에 재회했다. 이번엔 드라마가 아닌 영화로, 이루지 못한 사랑이 아닌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31일 개봉하는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더 테너)는 목소리를 잃은 천재 테너 배재철의 감동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극중 차예련은 테너 배재철의 아내이자 강인한 여인 이윤희를 연기, 기존과 다른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매력을 발산한다.
“어렸을 때는 저 역시 차도녀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단 생각이 강했죠. 내가 하고 싶은 것, 잘할 거 같은 것도 있는데 줄곧 그런 이미지로 찾아주니까 갈증이 있었던 거예요. 물론 그거 또한 저만의 장점이지만, 배우로서는 비슷비슷한 캐릭터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근데 사람들이 어색해 하시더라고요(웃음). 사실 이번 역할도 차도녀의 이미지에서 크게 다르진 않지만, 어떤 상황이나 처해진 느낌이 조금 더 수수하고 차분하죠.”
비록 많은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차예련은 이번 영화를 위해 직접 성악을 배우고 연습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조금이라도 더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실제 테너 배재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그는 배재철과 그의 아내, 두 사람에게도 남다른 애정과 존경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배재철 선생님 같은 경우엔 성악 연습할 때 와서 호흡도 가르쳐 주시고 본인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죠. 그리고 저희 연기할 때 늘 고맙다고 하셨어요. 또 아무리 저희가 열심히 해도 평생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늘 잘한다고 고맙다고 힘을 북돋아 주셨죠. 선생님 아내분도 물론 뵀어요. 그래서 감정 같은 걸 종종 여쭤봤는데 이게 스토리 자체가 그분들껜 너무 힘들었던 상황들이잖아요. 그래서 여쭤보기가 조심스러워서 많이 못 여쭤봤죠. 대신 다큐멘터리 많이 보면서 느끼고, 저만의 느낌을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극중 이윤희는 남편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자신의 인생에 당당한 인물이다. 목소리를 잃은 남편을 다그치기도 하고 최고의 목소리가 아니어도 진심의 소리를 낼 수 있다고 격려하는 외유내강 형으로 남편을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희생하기도 한다. 차예련에게 실제 이 입장이면 어떨 거 같으냐고 물었더니 단박에 긍정적인 답이 돌아왔다.
영화 ‘더 테너’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차예련(왼쪽)과 유지태 |
이렇게 결혼에 준비된 여자인 걸 몰랐다는 농에 그는 “저 이래 봬도 요리도 엄청 잘한다”고 받아쳤다. 이왕 결혼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어떤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덧붙이자 “착한 사람”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겉보다 속이 더 따뜻한 사람과 너무 늦지 않게 가정을 꾸리고 싶은 바람이다.
“착한 거와 착한 척하는 건 달라요. 그건 조금만 지내보면 알 수 있는 듯해요. 말하는 것만 봐도 티가 나거든요. 자상한 사람이 좋겠지만, 굳이 자상하지 않더라도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이라면 결혼해도 좋을 듯해요. 사실 스물아홉 살 때는 되게 하고 싶었어요. 물론 지금은 내려놓는 부분이 생겼지만, 결혼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없어요. 서른둘 셋에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근데 이러다 또 넘기는 거 아니에요?(웃음)”
2015년을 맞이하기 하루 전날인 12월31일 새 영화를 선보이는 만큼 그의 새해 소망은 단연, ‘더 테너’의 흥행이다. 준비 기간이 길었고 나름의 우여곡절도 많았던지라 영화에 대한 기대도 애정도 남다르다. 이왕이면 그 흥행으로 관객들에게 ‘희망’이 퍼질 수 있길 바란다.
“촬영한 지 3년 만에 드디어 보여드리는 거라 사실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기뻐요. 개인적으로는 10년 만에 이미지 변신을 했고요. 물론 이왕이면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고, 그게 새해 첫 소망이기도 하죠. 또 단순 흥행을 떠나서 많은 분께 따뜻한 이 이야기가 감동으로 가길 바라요. 사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죽을 만큼 힘든 시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 별일이 아닌데 말이죠. 우리 영화만큼은 아니라도 그런 순간 선물 같은 상황은 누구에게나 올 거라 믿어요. 여러분에게도 저에게도 영화처럼 따뜻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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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BoXoo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