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최근 디플레이션(이하 'D')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여의도 증권가는 한국이 일본의 장기불황 전철을 따라갈 우려가 있다는 공감하면서도 그 속도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또한 지금껏 공론화를 꺼리던 'D' 이슈 자체가 사회 전반에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면서 금리인하에 이은 사회전반의 구조개혁 등 본질적인 접근을 주문하는 모습이다.
이번 'D' 우려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식보고서를 통해 경고하며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재점화됐다. 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지난 25일 90년대 일본의 통화정책과 시사점을 통해 한국의 디플레이션 우려에 강한 메시지를 던지며 한국은행에 추가 금리인하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6일 "정부 안팎의 디플레이션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공감했다. 현 상태가 이어진다면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시달릴 우려가 상당히 높다고 봤다.
그는 "현재 우리는 90년대 초입 장기저성장 초입국면이던 일본과 상당히 비슷한 상태로 내수부진에 따른 물가상승률 하락 국면"이라며 "반도체, IT, 차, 화학, 철강, 조선 등 대부분의 주요 제조업이 성숙단계를 찍고 하락국면에 들어선 상태여서 수출을 통한 대안은 없는데, 그렇다고 서비스업으로도 의미있는 고용창출이 현재로선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디플레이션 우려는 구조적인 문제로 정부가 재정지출 늘리고 금리인하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D' 논란이 재점화된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까진 디플레이션 우려를 피하고 장기 저성장 이슈를 꺼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디테일에 대해선 해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식 자체가 비슷해지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풀이했다.
홍 센터장은 "디플레이션이냐 디스인플레이션이냐의 논쟁은 의미없다. 방법이 구조개혁이던 금리인하던 디플레이션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올 수 있고 대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세계가 일본된다'는 경제서적을 통해 '전환형 복합불황'이란 신개념 용어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서 '전환'은 성장시대의 종말, '복합불황'은 경제뿐만이 아닌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침체를 의미한다. 앞서 그는 2004년 펴낸 '디플레이션 속으로'를 통해선 세계경제가 저성장, 저금리 추세로 진입할 것이라고 국내선 처음으로 예고한 바 있다.
또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한 차례 인하를 예상했는데 현재 기준금리 2.0%에서 한 차례 인하할 경우 1%대로 진입한다는 점에서 인하가 한번이냐 두번이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일본식의 장기불황을 한국이 그대로 밟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일본이 내수 기반으로 성장한데 비해 한국은 수출 기반의 경제라는 점에서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일본은 내수 비중이 전체 GDP의 80%고 수출이 20% 수준이지만 우리는 수출비중이 50%를 넘는다"며 "때문에 우리의 성장률 둔화는 일본보다는 더디게 진행될 것이며 우리와 일본은 같은 선상에서 매칭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곽 애널리스트는 특히 "최근 물가상승율이 낮아지는 것은 수요부족보다는 공급문제 영향이 크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기보다는 유가하락에 따른 물가하락 측면에서 소비측면에선 긍정적인 유인이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지금 정부의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과 서비스업 확대를 통한 내수진작 정책이 어느정도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란 말도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IB들은 한국의 추가 금리인하에 베팅을 하는 모습이다. 노무라는 최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유가하향 안정 등에도 불구하고 내년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년 4월까지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고, HSBC와 크레딧스위스는 한은이 내년 1분기 한차례 정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