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의 '혁신의 시차' 거의 없거나 역전될 위기
[뉴스핌=김선엽 기자] 중국 IT 기업들의 약진을 저가 경쟁력만으로 재단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장파괴형(disruptive) 혁신 기업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어 향후 인건비가 오르더라도 전자IT 분야의 패권은 상당기간 중국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박래정 수석연구위원과 남효정 선임연구원은 11일 '중국 IT기업들이 무서운 진짜 이유'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최근 중국 IT기업 브랜드 제품을 보면 한국 일본 등 글로벌기업 제품과 같은 성능과 외관을 가지면서도 가격경쟁력에서 앞선 것은 분명하지만 이 가격경쟁력의 원천이 저임 덕택이라고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한국이나 일본의 경쟁기업들과 전혀 다른 ‘시장파괴형’ 사업모델을 내세운 기업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고 무엇보다 이런 기업들이 단시간 내 자라나도록 밑밥을 뿌려둔 ‘중국적 특색’도 저임과 뚜렷한 연관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이 자랑해온 저렴한 노동집약 공정에 더해 ‘플러스 알파’가 작용하고 있다면, 향후 전자 IT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오랫동안 유지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 로컬 시장 내 판도 변화 <자료 : LG경제연구원> |
특히 중국의 주요 IT기업 경영자는 한국 일본의 경쟁기업보다 훨씬 ‘혁신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 친숙하다고 평가했다.
알리바바는 지분구조만으로 보면, 미국·일본·중국의 다국적 기업이고 바이두의 창업자인 리옌홍(李彦宏)은 미국 IT 업계에서 다년간 근무한 ‘하이꾸이(海龜)’ 출신이다. 하이꾸이란 외국에서 공부했거나 일하다가 돌아온 인재를 의미한다.
또 샤오미에는 실리콘 밸리에서 영입된 안드로이드 전문가 휴고 바라(Hugo Barra)가 해외사업을 관장하고 있다. 또 중국 로컬 30대 IT기업 대표들의 평균 연령은 올해 46세다.
한편 중국 전자기업들의 부상 이후 한국 IT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 낀’ 신세로 간주돼 왔다고 지적했다.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끼인 신세이지만, 미국의 소프트역량에 밀리면서 중국의 하드웨어 역량에 쫓기는 애매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저자들은 "이제 중국의 신흥 IT기업들이 부쩍 강력해진 S/W역량을 기반으로 실리콘 밸리식혁신을 추구하면서 상황은 더욱 낙관하기 어려워졌다"며 "미국에서 한국 일본으로, 이어 중국 시장으로 이어져 온 ‘혁신의 시차(時差)’가 거의 없거나, 역전될 위기를 맞은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