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임금·물가 모두 '빨간불'…연준, 통화정책 재검토할 수도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은 이번 주 글로벌 금융시장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QE) 정책이 종료된 데다 30일(현지시각)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란 매머드급 지표가 공개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운 것이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상당기간' 문구는 유지했으나 '예상보다 매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GDP 성장률은 헤드라인 숫자만 보면 '서프라이즈'에 가깝지만 '소비가 부진'해 내실이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보다 낮아 통화정책 방향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美 GDP '수치만' 호재?…임금과 소비는 '바닥권'
미 상무부는 30일 올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 전분기 대비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 4.6%에서 둔화됐지만 전망치인 3.0%보다 높은 수치다. 이로써 미국 경제의 올 2~3분기 GDP는 지난 2003년 후 약 11년 만에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소비지출 등 하위부문을 보면 크게 양호하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소비지출은 1.8% 증가해 전분기의 2.5%보다 증가폭이 둔화됐다.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도 1.4% 증가하는 데 그쳐 전분기의 2.0% 증가에 못 미쳤다.
이처럼 소비가 증가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임금상승이 물가상승 속도에 턱없기 못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임금은 지난 1년간 2% 상승했으나, 실질임금은 지난 5년간 연평균 0.5% 상승에 그쳤다. 이는 현재 정체기에 놓인 물가상승률의 3분에 1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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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자료] 향후 전망치가 1.0% 아래로 떨어지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멀레인 TD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성장 모멘텀을 받고 있으나, 소비 등의 둔화로 올 4분기 경제성장률이 주춤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QE 재개 등 통화정책 재검토 가능
일부 연준 위원들은 이 같은 저임금·저물가가 장기화될 경우 통화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연준 위원은 필요하다면 QE 연장도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QE는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라며 QE의 경기부양 효과를 강조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최악의 경우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다면 QE를 재개하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약화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논리적 정책 대응으로서 QE 종료 연기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 연준 금리인상 시기는?…"아직 멀었다"
그렇다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회복세가 미약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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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제금융센터 보고서] 현재 미 국채 장단기 금리차가 2%p 초반으로, 과거 금리인상 시기에 나타난 3%p대에 못 미치고 있다. |
과거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에는 미국 장단기 금리차(국채 10년물 수익률과 연방기금금리 차이)가 3%p(포인트)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최근의 경우에는 지난달 이후 장단기 금리차가 2%p 초반에 머물고 있다.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도 상승폭이 완만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기준금리를 올릴 만큼 경기 모멘텀이 강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최 연구원은 "연준이 미국의 경기회복세에 맞춰 금리인상 등 적절한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것이 향후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