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외국인에 흔들린 '투톱'… 정책 효과 감안한 대응전략 짜라
[뉴스핌=이영기 기자] 미국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글로벌투자자금이 캐리트레이드 청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엔화 약세까지 겹친 우리 증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6개월 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최경환 부총리 등 당국의 엔화 약세 가속화 우려로 다소 추세가 완화되는 모습이지만, 달러강세가 지속될 경우 엔저 현상은 당분간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우려된다.
피하지 못할 것이라면 이를 활용하는, 이른바 '악재를 즐기는 방안'을 고민하라는 주문도 나온다.
이에 증시 전문가들은 10월에도 내수/소비재 비중 확대를 추천하는 분위기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로 대응한다면 어느정도 피할 수 있겠지만 미국달러화 강세가 지속된다면 엔저 현상은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망된다.
◆ 달러강세와 엔화약세로 외국인 자금이탈
외국인들은 달러강세와 엔저의 지속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와 같은 대표 기업들의 수출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연일 매도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전망이 설득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코스피지수가 2050선에서 맴돌면서 방향성을 잃었고, 지난 18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외국인은 주식을 내다팔아 1조원이 넘는 수준의 매도세를 보여 6개월 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글로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흐름도 우리증시와 다르지 않다. 달러강세로 그간 신흥시장으로 몰렸던 캐리트레이드 자금 규모는 2조달러 수준인데 이들의 갑작스런 이탈은 국제적인 문제를 야기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달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달러강세의 여파로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이탈하면서 신흥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차보다 환차손이 커 더이상 신흥국 투자에 매력이 없을 뿐 아니라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커져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지경인 것이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지수인 JP모건체이스글로벌외환시장변동선지수는 7.95%로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단 캐리트레이드 청산이 시작되면 쏠림현상으로 신흥국 자산가치 급락이 다시 통화가치 하락으로 그리고 또다시 투자자산 매도라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도 달러강세에 동반되는 엔화약세에 대응할 노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우리경제가 안으로 밖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엔저 등 대외리스크를 면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으로 엔저 속도가 주춤했지만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한 엔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투톱'이 엔저로 인해 주가조정을 상당 받은 상태지만, 외국인들은 여전히 엔저 지속을 우려해 주식 매수에 적극적이지 않다"라고 외국인 분위기를 전했다.
◆ 달러강세에도 불구하고 내수주 사야
최근 달러강세와 엔화약세 추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달러강세는 속도가 문제일 뿐 방향은 위쪽이다.
달러강세는 미국의 소비여력을 높이는 요인이기는 하지만 경기회복이 빨리지만 조기금리 인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달러강세는 더구나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의 수출에 대한 환위험을 더 높인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나 금통위 추가금리 인하 요인을 고려하면 내수주 수익률 호전에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의 박석현 스트레터지스트는 "정책효과와 국내 주식형펀드 플로우 등을 고려하면 배당주를 중심으로 내수/소비주에 대한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같은 맥락에서 건설, 유틸리티, 변동형 소비재 업종을 선호 업종으로, KB투자증권은 현대건설과 기업은행, 만도 등을 톱픽(Top Pick)으로 선정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