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큘러스 리프트 |
[뉴스핌=김양섭 기자] 페이스북이 가상현실(VR) 기기 업체 '오큘러스 VR'을 23억 달러(2조5천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VR 시스템에서는 몰입감과 입체감을 주기 위해 머리에 쓰는 방식의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군사용 시뮬레이션 기기, 전투용 장비 등 특수한 분야에서 주로 쓰였던 HMD가 대중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 페이스북, 모바일기기 경쟁 나설까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HMD 기기 업체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인 모바일 기기 경쟁에 나설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이스북이 인수하는 오큘러스는 작년 3월 3차원 게임 같은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오큘러스 리프트'라는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출시할 계획이다.
IT업에서 주목하는 것은 페이스북의 투자 행보다.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적극적을 뛰어들고 있어 사업 범위를 하드웨어까지 다각화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소프트웨어만 주력해왔던 페이스북이 하드웨어 업체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저커버그는 “모바일 분야에서 더 이룰 것이 많지만 우리는 다음 플랫폼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에 와 있다”면서 “오큘러스를 스포츠 중계, 원격 학습, 원격 대면 진료 등 다양한 경험을 위한 플랫폼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HMD가 그동안 대중화에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투박함과 지나친 무게 등으로 휴대 편의성이 높지 않은데 있다. 또 100만원대를 호가하는 높은 가격도 부담이었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자용 시제품은 300달러(약 32만원)로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또 페이스북이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처럼 IT기업들의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면서 HMD의 대중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특히 구글글라스로 촉발된 스마트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와 기존 HMD의 접목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 글로벌 IT기업, HMD 잇단 출시
HMD에 주력해왔던 업체는 소니다. 소니는 1990년대부터 이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특히 게임기로 개발을 지속해왔다.
최근 '게임개발자회의 2014'(GDC 2014)에서는 '프로젝트 모피어스'라는 프로토타입 제품을 공개했다.
프린터 및 프로젝터 생산 업체인 엡손도 HMD 시장에 뛰어들었다.
엡손은 이달초 HMD 형태의 스마트안경 '모베리오 BT-200'을 공개했다. 2012년 공개한 모베리오 BT-100의 후속작으로 안경 양측면에 초소형 LCD 프로젝터와 정밀 광학 장치를 내장했다.
무게는 88g. 전작(240g)보다 60% 가벼워졌다. 안경부에는 카메라와 블루투스 기능이 추가돼 사용 편의성이 한층 높아졌다.
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해 사실상 웨어러블 기기 범주안에도 포함된다.
▲ 엡손의 모베리오 BT-200 |
이밖에 마이크로소프트, 스팀, 엔비디아 등도 자체적으로 HMD를 중심으로 한 VR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국내에서도 연구진과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HMD 개발이 한창이다.
카이스트(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유회준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증강현실 전용 프로세서가 내장된 고성능.초저전력 머리 장착형 디스플레이(HMD)인 '케이 글래스(K-Glass)'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케이 글래스는 연구팀이 직접 전용 프로세서를 개발해 기존 상용칩을 활용한 구글 글래스보다 데이터 처리속도가 30배 이상 빠르고 사용시간은 3배 이상 길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그린광학이라는 중소업체도 안경을 끼면 전방에 50인치 대형 스크린 수준의 영상을 투사해주는 HMD를 개발하고 상품화를 계획중이다.
중소업체인 아큐픽스는 HMD를 이미 상품화했다. 올해초에는 일본 콘텐츠 회사와 제휴를 맺고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아큐픽스가 제조한 HMD 마이버드는 무게가 78g에 불과해 일본 소니의 대표 HMD 제품이 320g인 것에 비해 가볍고 안경 타입의 소형제품이어서 장소의 제약이 없다는 게 회사측의 입장이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이동 중에도 TV 및 영화 등의 동영상 콘텐츠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웨어러블 기기 경쟁에 돌입한 삼성전자, 구글, 애플, LG전자 등이 특허 확보에 빠른 시장 진출을 위해 HMD 업체들에 투자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