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인규 기자] 초짜 영화감독은 봉준호나 스티븐 스필버그를, 막 창업한 사업가는 스티브 잡스를, 프로에 갓 입단한 야구선수는 박찬호나, 류현진, 추신수를 꿈 꾼다.
첫 발을 내딛는 사람은 누구나 꿈을 크게 가지게 마련이다. 꿈은 이 힘든 세상에서 내가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삶의 별'이기 때문이다.
올해 신생팀 러시앤캐시 베스피드 지휘봉을 잡은 초짜 김세진(39)감독은 올해 목표를 묻는 질문에 당당하게 "2승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신생팀 감독의 올해 목표가 우승은 언감생심이라고 해도 4강진입이나 최소한 꼴찌는 안하겠다 정도는 될거라 짐작했는데 이 정도면 겸손이 아니라 심한 엄살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상 대학팀인 러시앤캐시 선수들을 프로선수로 조련하고 있는 김세진 감독을 최근 만나 계획을 들어봤다.
-올해 나이가 39세다. 30대에 남자팀 감독을 맡은 전례가 또 있나
감독대행이 아닌 정식제의를 받아서 감독을 맡은 건 처음인 걸로 알고 있다.
-마흔도 되기 전에 감독이 됐는데 제의를 받았을때 심정은?
처음 제의를 받고는 거절했어요. 지도자 경험도 없는데다가 신생팀이니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거죠. 솔직히 제 이름 내세워서 이슈화하려려는게 뻔히 보이는데...
-제의를 수락한 계기는
구단주를 만나보니 한마디로 코드가 맞았어요. 팀 운영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감독에게 주고 구단은 지원만 하겠다고 하셨어요. 그 약속을 지키면 감독 하겠다고 했죠.
러시앤캐시가 감독에게 팀을 전적으로 맡기는 건 배구계에서 거의 보기 드문 일이다. 아직 국내 프로배구계는 감독보다 구단주나 프런트의 입김이 센것이 사실이다. 사실 김세진 감독은 러시앤캐시 감독직 이전에도 여러곳에서 지도자 제의를 받았다고. 그러나 감독의 자율권이 보장되지 않는 코치나 감독을 맡기 싫어 줄곧 고사했다고 털어놨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이 유리한 점이 있나
솔직히 홍보효과밖에 없는 것 같아요(웃음)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들은 자기 실력을 기준으로 선수들을 거기에 맞추려고 하는 경향이 있죠. 그러다 보면 선수 개개인의 자질이나 특성을 놓치게 되고 감독과 선수간 간극이 벌어지게 돼요.
-신생팀은 성적을 내기 어려워 초대감독은 '잘해야 본전'이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클텐데.
(거침없이)없어요. 올해 목표는 2승입니다.
기자가 너무 놀라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2승요? 그냥 2승요?"라고 다시 묻자 김 감독은 담담하게 "예"라고 대답했다.
-너무 엄살떤 목표 아닌가
2승은 현실을 감안해 세운 목표에요. 용병 선발도 늦었고 신생팀이라 선수들 모으는데 오래 걸려 연습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대학교 3학년 이상 '젊은 피'로 구성돼 있지만 다르게보면 아직 프로가 뭔지도 모르는 '대학생 팀'이죠.
김 감독은 올해 목표가 2승인 이유를 설명하며 인터뷰 도중 가장 진지한 표정을 보였다. 그는 "우리 팀은 시즌 개막후에도 경기 끝나고 와서도 연습을 해야할 정도로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며 "구단주께도 올해 목표는 2승이라고 못 박았다"고 말했다.
-구단주가 '2승 달성'이라는 목표를 받아들이던가요?
구단주야 올해부터 우승하고 싶어하시죠.(웃음) 그런데 우리팀의 현실을 솔직히 이야기하니 흔쾌히 인정하시더라.
김 감독은 인터뷰 중간중간 자신과 구단주의 코드가 맞다는 말을 여러번 언급했다. 최윤 구단주는 선수들 이름은 물론 휴대폰 번호와 집까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배구단에 열정을 쏟고 있다고.
-김세진 감독이나 석진욱 코치 모두 지도자로는 첫 걸음이다. 둘 다 지도자 경험이없어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당연한 목소리죠. 저나 석 코치나 팀을 이끌어가면서 실수나 오점이 나올거에요. 그럴때마다 하나씩 고쳐가면서 팀을 만들어 가야죠.
-다른 팀 감독이나 코치진에 비하면 김 감독과 석 코치는 선수들에게 큰 형뻘로 나이차가 크지 않다. 젊은 감독과 코치가 좋은 점이 있나
막내 선수랑 스무살 차이나니 큰 형이나 삼촌뻘 정도 돼요(웃음). 감독이라고 무게 잡아봐야 요즘 선수들한테 먹히지도 않아요. 제가 선수로 뛰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요.
-올 시즌 기대가 되는 선수를 꼽는다면
대학교 3학년인 송희채, 송명근(이상 레프트), 이민규(세터) 경기대 3인방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용병의 활약이 팀 성적을 좌우한다. 헝가리 국가대표 출신 용병 아르파드 바로티는 어떤가
가능성은 있어요. 바로티를 영입하기전 메디컬테스트를 해보니 근력이 일반인수준 밖에 안되더라. 요즘 입에 단내나게 훈련하는데 외모와 달리(?) 마음이 너무 여려서 걱정이에요.
-러시앤캐시를 어떤 컬러의 팀으로 만들고 싶나. '김세진식 배구'는 어떤 색깔인가
삼성화재가 '신치용식 배구'를 확립한 것은 가빈과 레오가 들어오고 난 이후에요. 그전에는 삼성화재식 배구였죠. '신치용식 배구'가 완성되는데 18년정도 걸렸습니다. 저는 '김세진식 배구'보다는 선수들이 중심이 되고 대접받는 '김세진식 팀'을 먼저 만들고 싶어요.
[뉴스핌 Newspim] 글 김인규 기자 (anold@newspim.com) 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