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 지도부의 반(反)부패 기강 및 청렴 풍토 확립의 영향으로 중국 추석(중추절) 전통음식인 '월병'이 된서리를 맞고있다.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은 '삼공경비(출장비, 공용 차량 구입 및 유지비, 접대비)' 축소 등 중국 지도부의 부패방지 정책의 영향으로 올해 월병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고 23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정부기관의 공무집행비인 삼공경비 감소를 요구한 후 중국의 고급호텔과 요리집, 마오타이주 등 고급주류의 판매량이 급감했다. 이 같은 정책의 영향이 추석을 한 달 앞두고 '대목'을 맞아야 할 월병시장까지 미치고 있는 것.
특히,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21일 상무회의를 열고, 올해 추석과 국경절에 공금으로 월병을 구매해 선물하는 관행을 철저히 단속한다고 밝혀 월병시장이 더욱 울상을 짓고 있다.
월병은 중국인들이 추석에 즐겨먹는 전통음식으로 추석 선물로 즐겨사용돼왔고, 매년 초고가의 월병선물세트가 등장해 화제가 되곤했다.
류커위안(劉科元) 중국제빵식품공업협회 부회장은 "올해는 작년 추석과 같은 대목은 없을 것"이라며 "추석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당초 계획했던 판매 목표량을 달성한 업체가 매우 적다"고 어려운 시장상황을 전했다.
샹그릴라, 페닌술라, 리츠칼튼 등 고급호텔도 국유기업과 정부의 주문량이 줄어 월병매출이 예년의 50%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리츠칼튼 호텔 관계자는 "올해는 삼공경비 축소 영향 외에도, 반독점법 집행과 외국 제약회사의 뇌물수수 스캔들의 영향으로 제약회사 및 외국계 기업의 월병 주문량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월병 판매량 급감에 따라 월병 '상품권'시장까지 얼어붙고 있다. 중국 유명 월병제조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월병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일부 기업과 개인은 월병을 직접 구매하기 보다 월병 상품권을 나눠주거나 선물하고 있고, 중국 암시장에서는 월병 상품권이 유가증권처럼 거래되기도 한다.특히, 필요이상의 월병을 선물 받는 가정과 개인은 남은 월병을 버리거나 남을 주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지만, 월병 상품권은 '돈'으로 바꿀 수가 있어 최근 몇년 월병 상품권 유통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뤄톈안(羅田安) 식품제조업체 크리스틴 이사장은 "올해 월병 상품권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이상 줄었고, 중소 제조업체의 사정은 더욱 안좋다"고 밝혔다.
월병 상품권 암거래 시장도 불황에 신음하고있다. 개인은 남는 월병 상품권을 암표상에 넘겨 현금화하고, 싼 값에 월병 상품권을 확보한 암표상들은 이들 다시 월병 상품권 발행회사에 넘겨 차액을 남겨왔다. 그 사이에서 월병 암표상들이 '짭잘한' 재미를 봤지만, 올해는 월병 상품권의 유통량이 줄어들어 이들 암표상의 수입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추석이되면 중국 전역에서 유통되는 월병 상품권 규모가 워낙 많고, 월병 상품권에 암표시장을 통해 현금화가 가능해지면서 '월병'은 일종의 '유사 선물(先物)상품' 혹은 '페이퍼 순금'처럼 여겨지며 '월병 경제'가 형성하게 됐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강력한 반부패 의지에 의해 월병 산업이 전체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월병 업체 한 관계자는 "(월병 경기가 어렵기는 하지만)월병은 중국인이 추석 명절 선물과 음식으로 사용해야 하는 일종의 비탄력적 소비재로 판매량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현물이 아닌 월병 상품권과 관련된 업체 및 관계자는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밝혔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