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남도의 가을

기사입력 : 2013년07월29일 09:01

최종수정 : 2013년07월25일 16:32

 

1. 남도 들녘엔 가을이 내리고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이 그리움이다. 거짓 없이 진실 되게 생각하는 것이 그리움이다. 세상물정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은 나이가 되어 애타는 마음으로 그리워했던 남도로 떠나던 날 달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얗게 밤을 뒤척였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서울을 떠나는 속뜰은 노랗게 혹은 붉게 물들며 가을 한 복판으로 망아지처럼 뛰어갔다.

어떤 식자는 남도 봄 색을 이렇게 말했다. 산그늘 마다 연분홍 진달래가 햇살을 받으며 밝은 광채를 발하고, 길가엔 개나리가 아직도 노란 꽃을 머금은 채 연둣빛 새순을 피우고, 해묵은 동백나무에 선홍빛 동백꽃이 점점히 붉은 홍채를 내뿜고, 목이 부러지듯 잔인하게 떨어진 꽃송이들은 풀밭에 누워 피를 토하고, 토담 위 키 큰 살구나무에서 하얀 꽃잎이 떨어져 내리는 원색을 남도 봄 빛깔이라 했다.

내가 본 남도 가을색은 이랬다. 강진만 구강포 갈대에서 반사된 가을볕이 중년 여인의 호수같이 깊은 눈 속에 은은하게 투영될 때, 끝없이 펼쳐진 들녘의 벼 알갱이 위로 두륜산 화강암 금기(金氣)가 일렁일 때, 마당가 우물물로 우둑우둑 세수한 농부가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윤기 있는 웃음을 지을 때, 대청마루에 닿을락 말락 스치는 치마말기를 부여잡고 조신하게 걸어가는 종부(宗婦)의 손등에서 남도의 가을 색을 볼 수 있다. 남도의 봄 색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면, 남도의 가을 색은 가슴으로 듣는 것이라 하겠다.

영암 월출산을 끼고 높낮이를 하며 숨 가쁘게 달리던 버스가 답사 마수걸이 강진 땅에 도착하니 중화참이었다. 관상가들은 해가 가장 밝은 정오에 관상을 본다. 그래야만 그 사람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남도 색깔을 보기에 가장 적당한 시간에 우리는 남도 일번지에 도착한 것이다.
 
당산나무 아래에서 바라 본 칠량 뜰과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혼이 서린 만덕산엔 풍성한 남도 가을색이 다북다북 내려 앉고 있었다. 그런 가을색은 판소리 다섯 바탕 눈 대목들과 어울려 우조·평조·계면조를 밟고, 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장단을 타고, 상쇠를 따라, 어깨춤을 추며 남도 들녘을 아우르고 있었다.

2. 다산 초당엔 북어국 백반체 글씨가 여전하고
 
우리들이 점심을 먹은 강진군 칠량면 수양식당은 순박했다. 월척은 됨직한 조기를 비롯하여 꼬막, 나물 등 상다리가 휘도록 반찬이 차려져 나왔다. 식당 주변엔 새마을 운동 당시 지어졌음직한 슬레이트 지붕의 나라의원, 복원다방, 천일택배집이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엄마 눈빛으로 답사객들을 맞아 주었다.
 
남도 특유의 넉넉한 인심 밥상을 물리치고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집필한 다산 초당 입구 귤동 마을에 도착하니, 거대한 한옥 여러 채가 고압적인 자세로 우릴 맞이했다. 어쩐지 다산의 실용정신과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에 초당도 가기 전 불편스런 맘이 꿈틀대고 있었다.
 
다산은 강진에서 유배지를 네 번 옮겼는데, 총 18년간의 유배생활 중 이 곳 다산에서 11년을 살다 유배에서 해제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유배자들은 대개 자살을 생각한다고 한다. 언제 군왕이 내리는 사약이 도착할지 몰라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을 매는 경우가 많았다 한다.

다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한다. 유배지인 강진에 도착했을 때 그를 반겨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갈 곳 없어 상심한 채 염세적 삶을 보내고 있을 무렵 거처하던 주막집 노파가 '아이는 남편과 아내가 함께 만들었는데, 왜 남자의 성씨를 따라야 하나? 그런 법도가 어디에 있나?'라고 다산에게 물었다. 

공자, 맹자, 주자도 답할 수 없는 여염집 노파의 질문에 크게 깨달은 바 있어 살아야겠다는 의욕과 함께, 실용학문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다산은 이 주막집에서 4년을 지냈고 그 집 당호를 '마땅히 지녀야 할 네 가지'라는 뜻으로 사의재(四宜齋)라 했다. 그러나 그 네 가지 내용과 주막집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다.
 
다산 초당으로 오르다 보면 괴상하게 생긴 소나무 뿌리 옆에 다산이 강진읍내와 절집을 떠돌다가 이 곳 다산으로 오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 외가 쪽 친척 윤종진의 무덤이 보인다. 난 이 윤종진의 무덤에서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무덤 앞에 위패처럼 생긴 비석에 불교에서 쓰는 만(卍)자가 새겨진 것인데, 이 만자가 무속에서 쓰는 끝이 한 번 더 꺾인 만자라는 사실에 당혹스러울 정도로 놀랐다. 

어떻게 주자학이 판을 치던 시대에, 불교글자가 그것도 무당들이 요즘의 하느님 반열에 올려놓은 삼신을 형상화한 끝이 한 번 더 꺾인 만자를 새겨 놓을 수 있었을까? 증폭되는 궁금증을 안고 대숲 자드락길을 거칠게 호흡하며 올랐다.

초당에 올라서니 뭔가 부자 집에 온 기분이었다. 이름은 초당이라 했지만 정면 5칸 측면 2칸의 커다란 팔작 기와지붕이었다. 툇마루도 넓고 방도 큼직하여 유배객이 살던 집 같지가 않았다. 보존회의 잘못된 판단에 따라 잘못 지어진 집이었다. 

다산에 대한 예비지식 없이 온 사람들에게 유배객 팔자가 늘어졌다는 잘못된 인식만 심어주는 꼴이었다. 억장이 무너져 왔다. 다산 초당에선 다산의 정신을 오롯이 느낄 수 없었다. 인위적인 것으로 덧칠하고 각색한 유산을 보며 가을걷이가 다 끝난 들녘에 꽂혀있는 허수아비 심정이 됐다.

그래도 이런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이 '술에 곯아떨어진 다음 날 아침 밥상에 나온 북어 국 백반 같다.'는 다산의 글씨를 집자해 만든 다산동암(茶山東庵) 현판과, 유배에서 해제되어 초당을 떠나며 썼다는 정석(丁石) 글씨였다. 특히 바위에 새겨진 정석(丁石)은 다산의 전 생애가 응고된 글씨 같아 옷깃을 여미게 했다. 

초당을 내려오면서 '우리 모두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쳐 이 위대한 역사의 영웅을 공경하고 배워야 함이 마땅하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은 꽉 차 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또 하나의 득철(得哲)이었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체결…원유·무기류 관세 철폐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29일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했다. UAE는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남아시아를 잇는 물류 허브로, 우리 기업들이 세계 각국으로 진출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타니 빈 아흐메드 알제유디 UAE 대외무역 특임장관이 한-UAE CEPA에 정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 무기류 수입 관세 즉시 철폐…원유 수입 관세 3%→0% 양국 CEPA는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후 양국 정부 간 집중적인 협상을 거쳐 같은 해 10월 타결됐다. 정부는 협정문에 대한 법률 검토와 국문본 마련, 법제처 심사 등 정식 서명에 필요한 국내 절차를 진행해 왔다. UAE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4위 교역 상대국으로 손꼽힌다. 교역 규모는 2021년 113억달러에서 2022년 195억달러, 지난해 209억달러 등으로 매해 상승하고 있다. 우리는 주로 자동차·전자기기·합성수지 등 공산품을 수출하고, UAE로부터 원유·석유제품·천연가스 등 국내 산업에 필수적인 에너지와 원료를 주로 수입한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양국 국기를 든 삼광초등학교 어린이환영단의 환호에 인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2024.05.29 photo@newspim.com CEPA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양국은 높은 수준으로 상품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시장 개방 수준은 품목수를 기준으로 한국 92.5%, UAE 91.2%다. 우리 중동 주력 수출품인 무기류는 대부분 품목이 협정문 발효 즉시 UAE 시장 내 관세가 철폐돼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 압연기·금속 주조기 등 기계류 상당수는 5년 내, 자동차·부품·가전제품 등은 발효 후 최장 10년 이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특히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관세도 발효 후 최장 10년 내 철폐된다. 화물·특수차 중에서는 덤프차·적재차량 등에서 상당수 즉시 철폐를 확보해 중동의 건설시장 붐에 힘입은 수출 상승이 전망된다. 이 외 의료기기·화장품 등 공산품뿐만 아니라 우리 주요 농수산물도 관세 철폐 혜택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이로써 UAE와 아직 CEPA를 체결하지 않은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우리 기업의 수출 여건을 대폭 개선하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CEPA를 통해 원유 수입 관세도 철폐된다. 양국은 UAE산 원유 수입 관세를 발효 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석유화학 제품의 주 원료인 나프타 수입 관세는 5년에 걸쳐 절반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원유 수입 관세는 3%에서 0%로, 나프타 수입 관세는 0.5%에서 0.25%로 줄어든다. 이를 통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가격 경쟁력 제고와 국내 물가 안정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 온라인 게임 서비스 '최초 개방'…처음으로 국경 간 정보 이전 허용 UAE는 다른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는 개방하지 않았던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한국과의 CEPA에서 최초로 개방했다. 이를 통해 중동 지역으로 게임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공급하거나 관련 업체가 직접 현지에 진출할 때 우리 기업 활동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다. 또 우리 의료 기관의 현지 개원과 원격 진료를 허용하고, 산후조리·물리치료 서비스도 개방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국은 이번 CEPA에서 ▲에너지·자원 ▲첨단산업 ▲순환경제 ▲시청각 서비스·공동제작 ▲스마트팜 ▲보건산업 ▲관광 ▲수송 ▲해상운송 ▲디지털경제·무역 ▲귀금속 ▲공급망 ▲경쟁 ▲바이오경제 등 신통상 의제를 포함한 14개 협력 분야를 명시했다. 특히 UAE는 다른 국가들과 기존에 체결한 CEPA와 달리 대체·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자원에 관한 협력을 포함했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2024.05.29 photo@newspim.com 이에 대해 산업부는 "14개 협력 분야를 명시함으로써 양국 간 미래지향적 경제 협력을 가속화하기 위한 포괄적인 경제 협력 체계를 마련했다"고 풀이했다. 또 양국은 CEPA를 통해 통관과 정부 조달, 디지털 무역, 지식재산권 등 양국 간 무역 과정에서 적용되는 무역 규범을 개선했다. 이를 기반으로 양국은 물품 통관에 대한 사전심사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수출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정부 조달 협정 비가입국인 UAE와 주요 중앙정부기관의 조달 시장을 개방하고, 투명성·비차별성 원칙이 반영되도록 했다. 디지털 무역과 관련해 UAE는 자국 최초로 국경 간 정보 이전을 허용했다. 이 규정을 통해 UAE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현지에서 수집한 정보를 국내로 이전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높은 수준의 지재권 보호 규범을 도입해 우리 기업의 저작권·상표 침해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 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앞으로 정부는 이날 서명된 CEPA의 후속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이른 시일 안에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양국은 CEPA 비준과 발효를 위한 자국 내 법적 절차를 완료한 후, 이를 증명하는 서면 통보를 교환하게 된다. 이후 한-UAE CEPA는 서면 통보 접수일 후 두 번째 달의 첫 번째 날에 발효된다. rang@newspim.com 2024-05-29 14:04
사진
삼성전자 노조 '창사 첫 파업' 선언...다음달 7일 '단체 연차 사용'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나선다. 전삼노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일방적인 사측의 교섭 결렬을 이유로 즉각 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국삼성전자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김정인 기자]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노조가 여러 차례 문화행사를 진행했음에도 사측은 지난 28일 아무런 안건도 없이 교섭에 나왔다"며 "이 모든 책임은 노동자를 무시한 사측에 있다. 이 순간부터 즉각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일한 만큼 공정하게 지급하는 것'이 가장 큰 요구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손 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임금 1~2% 인상이 아니다. 일한 만큼 공정하게 지급하라는 것"이라며 "성과금을 많이 달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도 개선을 통해 투명하게 지급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삼성전자만의 처우개선이 아닌 삼성그룹 계열사와 협력사, 한국의 노동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버스를 이용해 24시간 농성을 이어간다. [사진=김정인 기자] 전삼노는 총파업까지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며 다음달 7일, 조합원 2만8400명의 단체 연차 사용을 통해 첫 파업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24시간 농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임금협상을 위한 교섭을 이어왔지만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는 결국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기 결정과 조합원 찬반 투표 등을 거쳐 지난달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후 지난 28일 임금협상을 위한 8차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 인사 2명의 교섭 참여를 두고 입장차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업턴을 기대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노사 갈등 장기화로 '노조 리스크'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사측은 최근 10년 내내 위기라고 외치고 있다"며 "위기라는 이유만으로 노동자가 핍박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kji01@newspim.com 2024-05-29 13:2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