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저하고' 전망을 두고 '낙관'과 '안이'라는 표현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단 최근 한은의 전망 성적표가 초라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은의 전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단순히 '적응적 기대'에만 기초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한은의 전망이 틀렸기 때문에 이번에도 틀릴 것이란 막연한 예상을 넘어서서 최근의 부진한 지표들과 한은 전망의 취약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의견들도 눈에 띈다.
◆ 한은을 향한 '이유있는 不信'
최근 5년간 한은의 전망을 살펴보면 한은을 향한 불신에도 일단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은 꾸준하게 틀려왔고 덕분에 통화정책도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형편이다.
2008년에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면서 8월에 기준금리를 5.25%로 인상한 후 두 달 뒤에는 임시회의까지 열어가며 급하게 기준금리를 내렸다. 결국 2009년 2월 기준금리는 2.00%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도 사실상 예상하지 못했다. 2011년 10월 김중수 한은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12년 경제성장률이 4% 초반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2.0%으로 나타났다.
이번 7월 전망에서 한은은 내년 성장률이 다시 4%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과연'이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
2008년 이후 한은의 전망과 실제 성장률 비교 <자료:한국은행> |
한은의 전망을 불신하는 전문가들은 실제 최근의 경제지표가 별다른 호전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울러 글로벌 차원에서 상존하고 있는 여러 불확실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미국의 출구전략 및 재정절벽 문제, 일본의 아베노믹스, 중국의 경기둔화와 유럽의 장기침체 등을 주요하게 꼽고 있다.
이에 더해 이집트의 정치적 혼란 등으로 유가가 다시 고공행진을 벌일 경우 한은의 전망은 또다시 엇나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시한다.
또한 한은이 추경과 금리인하의 효과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성장률을 상향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책 패키지가 실시되면 통상 경기부양의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민간의 심리가 영향을 받는 부분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폴리시믹스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경제주체들이 기대를 했다면 재정승수는 커지겠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와 민간의 투자와 소비심리를 훼손시킬 가능성도 열려있기 때문이다.
◆ 中, 성장목표치 낮추고 내수 강조…한은 "하방 리스크일 뿐"
중국에 대한 전망도 논란이다.
한은은 이번 전망 발표에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7.8%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중국 재정부장은 올해 성장률을 7%로 언급했다가 논란이 있자 다시 7.5%로 수정했다. 일부에서는 하반기에 중국 GDP 성장률이 7%를 밑돌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윤항진 연구원은 "지난달 발생했던 자금 경색과 부동산 규제정책, 해외경기 둔화 등으로 하반기 중국 GDP 성장률은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3, 4분기 GDP성장률은 7.0~7.5% 사이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지금 중국의 국면을 가볍게 보면 안 될 것"이라며 "20년간의 성장 후유증을 치유하는 기간인데 이게 1~2년 내에 끝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해외IB들은 중국 경착륙에 대비해서 이머징을 탈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 역시 중국의 경기둔화를 하방리스크로 상정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현재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중국은 설비과잉, 부동산 규제의 부작용,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과 신용경색 가능성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나 단기간에 현재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안정적 물가수준,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정부의 대응능력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 역주행 시동거는 서울채권시장
한은의 전망이 또다시 틀릴 가능성이 제기되자 서울 채권시장은 다시 역주행 기미를 보이고 있다.
11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한은이 상저하고 경기 사이클을 제시하고 GDP 마이너스 갭률이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오히려 0.16%p나 하락했다.
한은의 예상만큼 향후 우리경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동부증권 문홍철 연구원은 "대외 경기에 대한 시각이 한은과 시장이 다소 다르다"며 "내수가 정체돼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흥국의 성장률 전망이 하향추세에 있다. IMF도 신흥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했다. 추경지출은 세수부족분 보충, 투자보다는 복지부문에 집중되는 점 등으로 성장률 상향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한은의 낙관적 시각보다는 경기의 하방 위험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 부동산 경기도 다시 가라앉고 있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이후 우리경제의 성장률 추이, (e)는 한은 전망치 <자료:한국은행> |
이날 한은은 올해 2분기 실질국내총생산 속보치를 발표한다.
한은의 전망이 들어맞기 위해서는 향후 우리경제의 성장률이 분기비로 1%를 꾸준하게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분기 실적치가 1%를 넘지 않으면 한은의 올해 전망치 달성은 어려울 수 있다.
이미 어느 정도의 수치를 확인했을 한은의 기대대로 2분기 성적표에서 경기회복의 시그널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