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병마와 싸우는 마리온(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은 긍정적 에너지로 주위까지 밝혀주는 인물이다.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마리온은 까칠한 남편 아서(테렌스 스탬프)의 구박에도 ‘연금술사 합창단’에 출근도장을 찍으며 노래한다. 그에게 유일한 낙은 남편과 노래, 친구 뿐이다.
합창대회 본선진출을 노리던 마리온은 친구들과 한 무대에서 노래하는 마지막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 하지만 그를 무시하던 남편 아서가 대신 나서면서 영화는 급반전한다. 하지만 어디 쉬운 일이 있을까. 전혀 생각지 못했던 난관이 ‘연금술사 합창단’의 행진을 가로막는다. 과연 고집불통 아서는 ‘연금술사 합창단’과 아내 마리온의 소원을 이뤄줄 수 있을까.
영국 영화 ‘송 포 유(Song for You)’는 인생과 노래에 관한 이야기다. 삶의 끝에 선 주인공 마리온의 꿈을 살아남은 남편과 친구들이 대신 이뤄주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잔잔한 감동과 깜짝 웃음을 전하는 기분 좋은 작품이다.
‘커티지’ ‘칠드런’ 등 2006년부터 5년 가까이 스릴러에 심취했던 폴 앤드류 윌리엄스 감독은 ‘송 포 유’에서 물 오른 감성 연출을 보여준다. 어떻게 이런 실력을 감추고 칙칙한 스릴러에 매달렸는지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이야기야 새로울 것 없고, 등장인물이나 상관관계 역시 진부한 수준이지만 윌리엄스 감독의 감성 연출 덕에 영화는 시종 아름답고 밝게 빛난다.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다. 무엇보다 안정된 배치가 마음에 든다. 테렌스 스탬프와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등 관록 넘치는 배우와 젬마 아터튼 등 젊은 신예들이 적당히 균형을 맞췄다. 왕년에 악역으로 이름 날린 테렌스 스탬프의 완고한 할아버지 연기가 특히 눈길을 끈다. ‘송 포 유’의 그를 보노라면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아서 역은 그에게 있어 맞춤 정장처럼 딱 들어맞는 느낌이다.
팀을 특별한 무대에 올려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줄거리는 이미 관객에게 익숙하다. 얼마 전 개봉한 ‘콰르텟’이나 일본 영화 ‘스윙걸즈’ 등 비슷한 영화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송 포 유’가 호평을 받는 것은, ‘인생과 노래를 이야기한다’는 원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리온이 그토록 원하던 무대가 스크린 속에 펼쳐지는 순간, 객석에 몰아치는 감동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 덕분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