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윤원 기자] 1859년 미국 남부, 노예의 삶을 전전하며 살던 장고는 어느날 현상금 사냥꾼 닥터 킹 슐츠를 만난다. 그리고 흑인 노예 장고의 인생은 송두리째 뒤바뀐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분노의 추적자'는 주인공 장고가 남부 최고의 악랄한 부호 캔디로부터 아내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면서 막이 오른다. 장고에게 위험한 거래를 제안하는 캔디.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언제 깨질지 예상할 수 없는 바위 위에 놓인 유리잔처럼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영화의 팽팽한 긴장감은 명배우들의 호연에서 나왔다. 장고 역의 제이미 폭스는 노예에서 말을 타고 서부의 평원을 달리는 멋진 총잡이로 변신하는 한 남자의 인생을 훌륭하게 재현해냈다. 이미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 내공을 과시했던 제이미 폭스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서부극에서 전에 없던 캐릭터를 스스로 완성해가며 자신이 시대를 대변하는 연기파 배우임을 증명해냈다.
흑인 노예 장고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닥터 킹은 지난 2009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을 통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타란티노의 보석으로 자리매김한 크리스토프 왈츠가 맡았다.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닥터 킹은 흑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공정한 인물인 동시에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재치있게 모면하는 총잡이다. 돈 되는 수배범이라면 어린 아들이 보는 앞에서도 쏴 죽일 수 있는 냉혈한이기도 하다. 사이키델릭한 연기의 천재로 통하는 크리스토프 왈츠는 유쾌함과 사악함을 오가는 닥터 킹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며 영화 속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특히 닥터 킹이 장고와 함께 공유하는 시간 속에서 그가 어떻게 변모해 가는지, 그리고 그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것은 관객의 큰 즐거움 중 하나가 될 듯하다.
영화 '장고:분노의 추적자'는 19세기 말 미국 남부를 지배했던 흑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흑인 장고를 향한 캔디의 웃음기 가득한 눈빛 속에는 당시 사람들이 흑인에 대해 가졌던 차별과 편견이 녹아 있다.
한 시대의 부패를 대표하는 인물 캘빈 캔디를 숨 막히도록 완벽하게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내겠지만, 한 시대의 악 그 자체가 돼야만 했던 디카프리오 본인에게는 끔찍한 경험일런지도 모른다.
실제로 디카프리오는 캔디 역을 소화하는 데 굉장한 어려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른 배우들과 감독 덕분에 캔디를 연기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어쨌거나 그는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을 해냈음이 틀림없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를 통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연기 인생 최초로 악역에 도전했고, 우아함과 광기를 넘나드는 명연기로 관객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만한 결과를 내놓았다.
'킬 빌'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의 쿠엔티 타란티노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은 이 영화는 와일드 액션 로맨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한다. 삭막한 서부와 노예제도라는 무거운 주제를 익살스럽게 빚어낸 타란티노의 연출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타란티노 특유의 원기왕성하고 생기 넘치는 연출, 기대를 뛰어넘는 전개, 개성 강한 캐릭터와 멋지게 어우러지는 음악 등 이 영화에는 관객을 매료시킬 요소가 충분하다.
지난 2월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남우조연상(크리스토프 왈츠)을 수상하며 쿠엔틴 타란티노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은 '장고:분노의 추적자'는 21일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