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News

속보

더보기

[김윤경 국제칼럼]키프로스의 모럴 해저드

기사입력 : 2013년03월20일 11:22

최종수정 : 2015년03월12일 09:58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유로존이 전체 경제 규모의 0.2% 밖에 안되는 작은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로 인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도 모두 긴장하고 있다.

키프로스가 필요로 하는 자금은 약 200억달러. 이 나라 경제 규모에 맞먹는다.

국제통화기금(IMF) 규정 상 이런 돈을 한꺼번에 빌려줄 수는 없다. 유로존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로 키프로스에 큰 돈을 선뜻 빌려줄 의사가 없다. 그래도 파산을 맞아 유로존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것을 우려, 지난 주말 유로존과 IMF는 마라톤 회의 끝에 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유로존과 IMF돈을 받는 다섯 번째 국가 키프로스에 전례없는 조건을 내걸었다. 키프로스 은행에 예치돼 있는 예금에 세금을 물려 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키프로스 국민들은 수용할 수 없다며 분노를 터뜨리며 현금인출기 앞을 장악하고 시위를 벌였다. 19일(현지시간)엔 키프로스 의회조차 구제금융 협상안의 비준을 거부해버렸다. 경제 컨트롤 타워인 재무장관은 사임해버렸다.

글쎄, 은행 예금에 과세를 한다는 조건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막을 돈을 빌린다는 이 조건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일단은 조건반사적으로 "내가 왜!"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나라 경제를 파탄으로 이끈 정책 담당자들이 책임을 져야지 왜 국민을 볼모로 하느냔 얘기가 당연히 나올 것이다.

키프로스의 경우는 더 복잡한 것이 예금주 상당수가 키프로스인이 아니라는데 있다. 키프로스 은행 예금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가 강력 반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키프로스의 예금 이자세율이 낮기 때문에 러시아 부호들이 돈을 많이 묻어두고 있는데 이번 조건을 이행하게 되면 러시아에서만 18억유로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되어야 한다.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18일엔 TV를 통한 대국민 연설에서 "국가의 파산을 막으려면 구제금융 합의안을 표결해야 한다"고 했다가 이튿날엔 "의회에선 구제금융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의회에서 비준안이 부결되자 역시나 전 세계 금융시장은 크진 않았지만 부담을 안았다. 뉴욕 증시가 하락했고 안전자산 금값은 뛰었다.

예금 인출기 앞에 서 있는 키프로스 국민(출처=디 애틀랜틱)
키프로스 사태는 아마도 유로존과 IMF가 구제금융 조건을 완화해 주는 쪽이거나 키프로스가 고개를 숙이거나 하면서 파국을 맞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또한 스페인처럼 큰 나라도 아니라 키프로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고 유로존을 탈퇴한다고 해도 그리 충격파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맞는 키프로스의 태도에 대해서 만큼은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고 본다.

우선 예금에 대한 일회성 세금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은 앞서 얘기했듯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경제 운용의 책임을 왜 정부가 아닌 국민이 져야 하냐고 항의할 수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공짜 돈을 주어 이런 문제 국가를 살려야만 할까. '유로존의 맏형' 독일 국민들에게 물어보면 당연히 "말도 안된다"고 항의할 것이다. 성실히 경제 생활을 하면서 낸 혈세를 왜 문제국을 살리기 위해 계속 퍼줘야 하는가란 얘기가 나올 것이다. 

유로존이 돕는다는 건 결국 독일 납세자들의 돈이 들어간다는 얘기고, 키프로스에 들어갈 100억유로 가운데 30억유로는 독일 몫이다. 따라서 독일 국민들은 자꾸 쓰러지고 있는 열악한 유로존 국가들에 밑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해야하냐며 성을 내고 있는 중이다. 다시 말해 키프로스 국민들보다 어찌보면 더 억울한 건 독일 국민이란 얘기다. 그렇잖아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얻으려 안간힘인데 키프로스란 난제가 또 생긴 셈이다.

지난 1997년 말 우리나라가 IMF의 돈을 받을 때, 좀 거친 표현이 되겠지만 '비굴하게' 조건을 수용했던 것과는 딴판이란 생각도 든다. 

IMF는 돈을 주는 대신 우리나라에 긴축재정을 할 것과 성장률 목표를 하향할 것, 기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 대기업의 체질개선, 노동시간의 유연성 제고 등을 엄격하게 요구했고 우리나라는 수용했다. 그래서 우리 경제는 IMF 이전과 이후가 너무도 확연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용하게 됐다느니,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이 개선됐다느니 IMF 구제금융을 잘 졸업해낸데 대해 우리끼리 합리화를 하기도 하지만 참 가혹한 시간을 보낸 것도 사실이다.

키프로스는 위기를 맞은 나라로서 구제금융 조건을 있는 그대로 무조건 수용하라, 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다만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일 필요는 있다. 

대통령과 의회가 "구제금융 조건을 못받아들이겠다"고 앞장설 때가 아니라 오히려 국민을 설득하는 쪽을 택해야 하지 않나 싶다.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말대로 키프로스에 일단 예금을 예치해 두고 이익을 누려온 만큼 러시아 역시 어느 정도 이 사안에 대해 입체적인 생각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가장 근본적으로는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8배가 넘도록 은행 산업을 부풀려 놓고 책임은 지지 못하고 있는 키프로스 정부와 당국에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일차적 해법인 구제금융 조건을 거부한 건 유로존 정부들과 도박을 벌이자는 꼴밖에 아닌 것 같다. 이렇게 하면 조건을 좀 완화해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모럴 해저드다. 만약 배째라 식으로 디폴트를 선언한다면 그건 더 큰 모럴 해저드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외교부 1차관 인사 충격파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국장급에서 일약 차관으로 직행한 박윤주 외교부 1차관 임명에 외교부가 술렁이고 있다. 외교부 조직과 인사를 총괄하는 책임자인 1차관에 현재 실장급(1급)보다 후배 기수인 박 차관을 전격 기용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 중이다. 이번 인사는 파격을 넘어 충격에 가깝다. 박 차관은 전임 김홍균 1차관보다 외무고시 기수로 11기 아래이며 나이도 9살이나 어리다. 박 차관이 미국 관련 업무를 오래했다고는 하나 본부 주요 국장도 거치지 않았고 공관장도 특명전권대사가 아닌 총영사를 지냈다. 기수나 나이, 경력 모든 면에서 전례가 없는 인사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박윤주 신임 외교부 1차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 첫 출근을 하고 있다. 2025.06.11 gdlee@newspim.com 퇴직한 외교관 출신의 한 인사는 "차관이 실장보다 후배였던 경우는 외교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면서 "이 정도 인사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보성 출신인 박 차관은 민주당 정부에서 요직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 출범 때 정권인수위원회를 거쳐 이종석 당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밑에서 일했다. '자주파·동맹파 파동'으로 외교부 북미국장에서 물러난 위성락 현 국가안보실장도 당시 NSC에서 함께 일했으며, 위 실장이 주미 대사관 정무공사일 때도 워싱턴 공관에서 함께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미국 심의관과 인사기획관을 거쳐 애틀랜타 총영사로 임명됐지만, 1년여 만에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교체됐다. 외교부가 술렁이는 이유는 단순히 의외의 인물이 발탁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 차관 임명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전례없는 파격 인사로 조직에 충격을 가하고 강도 높은 조직 개편과 체질 개선을 추진하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민주당 정부가 집권했을 때마다 개혁의 대상이었으며, 실제로 외교부를 '손보려는' 시도도 자주 있었다. 노무현 정부때는 중앙인사위원회·행정자치부 출신의 차관을 임명해 조직 개편을 시도했고, 문재인 정부 때는 주미 대사관의 한·미 정상통화 유출사건을 계기로 외교부 내 '친미 라인'을 제거하기 위해 과도한 징계를 가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외교부의 한 중견 간부는 "이번 차관 인사가 태풍의 전조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외교부 내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박 차관 임명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opento@newspim.com 2025-06-11 16:23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김현지 총무비서관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급 인선도 추가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재명 대통령 인선의 핵심은 '실용'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해야 하는 정부인 만큼 기존에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성남·경기라인 인물들은 정부 요직에 내정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총무비서관으로 내정된 김현지 전 보좌관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때 시민운동을 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대학 졸업 직후인 1998년 당시 변호사이던 이 대통령이 설립을 주도한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으며 이곳에서 집행위원장, 사무국장 등을 거쳤다. 이 대통령이 정치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던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도 함께했다. 성남시립병원추진위원회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한 것. 이후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도 시민운동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2011년 성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환경·도시 전문가 등이 주축이 된 민관 협력 기구 '성남의제21'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에야 도청 비서관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이 대통령을 보좌하기 시작했다. 김 전 보좌관은 '그림자 보좌'로 유명하다. 본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성향이다. 시민운동가로 활동할 때는 지역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는 언론 노출을 지양해왔다. 또한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김 전 보좌관은 리스크 관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고 조심성이 강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각각 대장동 사건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당직을 내려놓은 영향도 있다. 김 전 보좌관이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자리를 대체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 전 보좌관이 맡게 될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공무원 직제상 1급에 해당한다. 특히 대통령실 2급 이하 행정관 등 실무진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수석급 인선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강유정 대변인 등 비교적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옅은 통합형 인재를 등용하는 한편 실무라인에는 김 전 보좌관처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복심'들을 배치하고 있다. 대통령실 1부속실장에 내정된 김남준 전 당대표 정무부실장, 의전비서관의 권혁기 당대표 정무기획실장, 인사비서관의 김용채 전 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원외에서 이 후보를 후방지원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핵심인물들도 이재명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용조 혁신회의 집행위원장은 대통령 국가안보실 비서관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고문은 전남 경제부지사에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와 더 긴밀히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heyjin@newspim.com 2025-06-11 17: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