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전기요금 인상이 불황으로 고통받는 기업들에게 이중고가 될 수 있습니다"
한전의 전기요금 기습인상에 대해 산업계가 '중소기업의 원가부담 상승과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들어 일제히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를 비롯한 14개 경제단체는 "최근 우리 기업들은 내수와 수출의 동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전기요금마저 추가 인상된다면 기업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산업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에 산업계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을 지양해 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실제 최근 경기불황의 여파로 1000원의 이익을 내면 63원은 전기요금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철강산업은 제조원가(원재료 제외)의 25.0%가 전기요금이고 시멘트는 22%, 제지는 16.2%, 섬유는 15.5%에 이르는 등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한상의 측은 "전기는 철강·중공업·반도체 등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라며 "전기요금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오르면 일반생활용품 등 소비재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1년반 사이 산업용 요금을 20.1%나 올려 추가적인 인상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도 지적했다. 건의문은 "지난 1년반 사이 주택용 요금 인상을 최소화(4.8% 인상)하면서 산업용만 20.1%나 올렸다"며 "2000년대 들어 한전의 적자를 이유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린 폭이 70.7%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전기요금 인상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 가정용과 달리 산업용은 흑자구조에 진입했다고도 지적했다. 건의문은 "산업용 전기는 고압선으로 송배전돼기 때문에 배전단계의 전력손실이 적어 수익구조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며 "그 결과 지금 한전은 기업들에게 100원짜리 전기공급에 대해 100원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산업용전기가 저렴하다'는 주장도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한상의는 "한국의 산업용전기가 저렴하지만 주택용이 더 싼 편"이라며 "산업용 요금의 상대가격을 따져보면 미국에 비해 30%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을 100이라 할 때 일본은 98.6, 프랑스 91.0, 영국 84.0 미국 77.1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용요금이 너무 싸서 기업들이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건의문은 "우리기업이 석유제품 1㎘를 제조하는데 100이라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일본은 104, 영국은 107, 미국은 116을 사용해 우리보다 비효율적"이라며 우리의 산업에너지 효율성은 선진국수준이라고 말했다. 불황기에도 지난해 25.7%, 올해는 20.7%의 기업이 에너지절약시설을 투자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침체된 경제활력을 진작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게 되면 살아나려던 기업의욕도 꺾일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심각한 만큼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건의에는 대한상의 외에도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한국조선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비철금속협회,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제지공업연합회, 대한방직협회, 한국화섬협회, 한국클로로알카리공업협회 등이 참여했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14일 산업용 전기요금을 6~7% 가량 올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