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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 세상토크] 박근혜,"인생은 한 줌이고 한 점입니다"

기사입력 : 2013년01월07일 18:37

최종수정 : 2013년03월13일 15:39

 

 

<명재곤 논설위원>
“아무리 어떻게 살아도 결국 ‘한 줌’으로 되고, 긴 역사에서 볼때 그냥 조그만 ‘점 하나’ 찍고 가는 것입니다”

 

‘한 줌’과 ‘한 점’으로 역사속 자신의 인생을 피력했다.  18년여간의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보내면서 마음을 추스르는 데에 큰 역할을 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의 마음을 때리는, 마음에 와닿는 한 글귀를 소개하면서 답을 대신했다.

화자(話者)가 화자인지라, ‘인생은 결국 한 줌이고 한 점이다’는 법구경(法句經)류의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을 줬다.

유한의 삶에서 사심을 버리고 역사에 의미있는, 혹은 의미있는 방점을 찍지 못하더라도 ‘ 점 하나’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는 귀를 솔깃하게 했다.

 화자는 다름아닌 다음달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박근혜 당선인이다.

 1년여전,  2012년1월2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에서 당시 집권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인 박근혜 의원은 자신의 인생역정을 솔직담백하게 꾸밈없이 밝혀 큰 화제였다.

‘힐링캠프’ 공동 진행자중 사회 비판의식이 강한 김제동씨도 있었기에 이래저래 프로그램 시청률은 꽤 높았다. 김제동씨의 까칠한 질문에도 박 당선인은 어색하지 않게 무난히 답변을 하면서 메인 진행자인 이경규씨의 질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박 당선인의 '한 줌, 한 점론(論’)은 그의 삶을 회고한 자전적 에세이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1998년 출간)에서 출발한다. 

박 당선인은 책속에서 “긴 역사의 흐름속에서 보면 한 인간이 살다가는 기간은 작은 한 점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한 점이 영원히 남는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며 삶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박 당선인은 자신은 ‘사심이 없고’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이미지를 나름 심었고 그의 지지자들은 물론 무당 중도파들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지 않나 싶다.

박근혜 당선인의 경쟁력중 하나로 그의 반대편에 있는 ‘나꼼수’의 일원인 김어준씨도 대담집 ‘닥치고 정치’에서 ‘사심이 없는 것’을 들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의 사심이 드러나고 엿보이는 정치형태에 염증을 느낀 많은 이들에게는 진영의 피아구분없이 일단 사심이 없는 정치인을 찾아 다녔다는 게 지난 대선의 큰 흐름중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리는 박 당선인이 신뢰하는 이들로 채워졌다.

인수위가 현판식을 갖고 공식출범했고 박 당선인은 인수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사실상 박근혜 시대의 시작을 천명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사람은 누구인가.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당선인이다. 인수위의 돛이 올려진 순간 박 당선인은 미래 권력의 수식어를 떼고 현재 권력의 정점에 섰다. 인수위가 정권 이앙기의 두달여간 짧지만 궁극적 방향성을 결정짓는 항해를 어떻게 할련 지 국민적 관심사이다.

박 당선인은 새 술을 준비하고 새 부대를 만들어 나가는 국정 최고 운영자의 책무를 졌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

성경(聖經)식 해석과는 달리, 편의상 새 술이 새 정부의 정치철학을 수행할 인사들이라면 새 부대는 대선과정에서 내놓은 다양한 공약의 제도화 작업, 즉 당선인의 정치철학 시현 공간으로 볼수 있겠다.

박근혜 당선인이 새 술을 국민들에게 선보이고,새 부대를 평가받고 싶은 것은 정권을 잡은 정치인으로서는 당연한 행위다. 국민에 대한 책무이다.

 


지난 4일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인수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국정기획조정위, 정무위, 외교국방 통일위, 경제1,2위, 법질서 사회안전위, 교육과학위, 고용복지위, 여성문화위등 9개분과위 간사등 인수위원을 확정지었다.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 홍보팀장도 인선돼면서 박근혜 정부 1기의 밑그림을 그릴 인물군은 일단락됐다.

조각작업이 진행되는 이달 한달동안은 연일 박근혜의 사람들이 뉴스의 중심에 설 것이다.

국무총리 및 대통령실장 하마평이 분주할테고 이어 내각 수장들, 대통령 수석 비서관,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등 굵직굵직한 자리를 어느 누가 꿰차고 앉을지, 아니 박 당선인이 누구를 앉힐 지가 향후 50여일동안 초미의 관심사다.

‘새 술’은 항상 기대가 되고 조심스럽다. 박 당선인이 빚어 올린 새 술이 모두 향기롭기를 바라는 것은 현 정국에서 여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대통합이라는 새 부대에 담아서는 안되는 새 술 아닌 새 술이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인수위의 한 시간은 다음 정부의 1년이 될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해달라”

박 당선인이 7일 비공개로 주재한 첫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강조한 이 대목은 ‘한 줌, 한 점론’과 얼핏 겹쳐진다. 사심없이 사명감 및 소명의식을 가지고 열정을 쏟아야한다는 관점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과 차후 인선, 임명될 다음 정부의 핵심 동력들은 당선인의 전화를 기다리기 전에 에세이집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을 일독하는 것도 나름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박 당선인이 신뢰해서 자리를 맡긴 이들은 더욱 그렇다.

사심이 있다고 고백하고 자진사퇴, 용퇴하는 이들이 있지는 않겠지만.

박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의 최대 실책은 인사 문제라고 누차 지적했다. 당선인 측근들이 정부 출범전에 다시 한번 곱씹어 보길 바란다.

 누가 ‘새 술’이고 ‘헌 술’인가. 박 당선인이 말하는 ‘한 줌’과 ‘한 점’을 이해하고 체화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뉴스핌 Newspim] 명재곤 논설위원 (s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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