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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경제②] 경영자와 범죄자 사이를 오가는 ‘CEO’

기사입력 : 2012년11월08일 10:55

최종수정 : 2012년11월08일 10:55

[뉴스핌=강필성 기자] “요즘 대표이사(CEO)를 맡는다는 것은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걷는 것과 같습니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기업에서 CEO라면 모든 임직원들의 꿈이자 목표지만 정작 CEO 입장에서는 늘 마음 한켠에는 감옥에 대한 부담을 안고 살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한두명의 CEO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배경에는 경영자를 형법상 처벌할 수 있는 형법 제355조 2항의 배임죄가 자리하고 있다.

8일 재계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사회 각계에서 요구되는 ‘기업가 정신’은 외견만 보면 아직도 현실에서 먼 이야기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서 도전보다는 현금을 쌓아놓고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채용이나 신규사업 투자도 당연히 보수적이 되고 있다.

원인에는 경기둔화, 규제강화 등 다양한 이슈가 있지만 경영자의 실패를 형법으로 다스릴 수 있는 국내 법체계도 무관하지 않다. 그 핵심은 바로 배임죄의 존재다.

 

국내 주요 그룹 오너들은 모두 배임죄로 인해 법정에 선 경험이 있다. 사진은 4대그룹 사옥으로 특정 기사와는 무관함.

 

◇ 경영실패를 범죄로 만드는 형법 ‘배임’

형법 제355조 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 형법 제356조는 ‘타인의 사무처리를 업으로 하는 자가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위해 행위를 할 경우’를 업무상 배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경영자가 자신의 회사를 배신하고 자신이나 제3자에게 이득을 주는 행위다.

문제는 이 배임죄의 적용으로 인해 기업 경영자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국내 주요 그룹 오너 중에서 배임죄에 따른 전과가 없는 사람도 드물다”며 “일부 과실도 있었지만 그만큼 경영상 판단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려 오너를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잘나가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의 사업이 시작할 때부터 성공만 했던 것이 아니다”라며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모두 배임죄에 해당될 수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배임죄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상의 실패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재계의 주요 오너들이 법정에 설 때 거론되는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하지만 배임죄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경영상 판단의 원칙’을 적용해, 실패 여부와 상관없이 성실하게 경영상의 판단을 내린 경우라면 사법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의 경우, ‘경영상 판단의 원칙’을 참작할지 여부는 어디까지나 재판부에 달려있다. 판사의 판단에 따라 범죄자 CEO가 될 수도, 성실한 CEO가 될 수도 있다는 것.

한 변호사는 “배임죄 판단여부가 재판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 경영자나 주주 입장에서는 늘 억울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법 적용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다 보니 재판부에서도 양형 재량권을 통해 소극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 <사진=김학선 기자>
특히 국내 대기업이 수많은 계열사와 그룹단위 경영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임죄의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예를 들어 A그룹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5개 계열사가 프로젝트에 뛰어들었고 이중 4개 계열사가 큰 수익을 얻었지만 B계열사가 수익을 내지 못했다면 B계열사 CEO는 배임죄를 적용받을 수 있다. 나아가 채권자와 주주 중 한쪽만 손해를 보고 다른 한쪽이 이익을 보는 경우도 배임죄를 물을 수 있다.

◇ ‘기업가 정신’을 권하지 않는 사회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기업의 채용규모 및 투자규모에 대한 정치권 비판이 많아지고 있지만 투자와 채용을 늘렸다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면 도대체 누가 책임을 질거냐”며 “결국 도전보다는 안전, 모험보다는 안주에 머물게 되는 것이 오늘날 우리 기업사회다”라고 토로했다.

결국 CEO에게 회사 손실에 대한 책임을 형법으로 묻게 되는 이상 CEO 입장에서는 모험을 해서 자신을 범죄자로 만들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대기업이 도전 없이 골목시장의 빵집, 외식업종에 진출하려는 이유도 이런 형법상의 문제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경제 민주화’에 대한 화두로 진행되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해 범죄 형량을 3년에서 7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통합당은 ‘사면법 개정안’을 통해 징역 3분의 2이상 형기를 채우지 못할 경우 사면을 제한하게 하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법학박사는 “배임죄를 형법으로 다루는 것 자체가 전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사례”라며 “대부분의 나라는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을 형사가 아닌 민사상으로 해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감정적으로 재벌 엄단을 외치는 것은 좋은데, 적어도 배임죄는 재판부에서도 유죄 판단이 쉽지 않고 해외 사례도 없어 형량을 소극적으로 부여할 수밖에 없던 것”이라며 “단순히 기계적으로 형량을 높이기보다는 양형지침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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