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 "늦은 감 있지만 큰 결단 평가"
[뉴스핌=노희준, 함지현 기자] 저축은행 비리 관련 혐의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발부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31일 오후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박 원내대표는 피의자 자격으로 출석하고 유재만 변호사가 동행했다.
새누리당은 "뒤늦은 감은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대로 큰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한다"고 홍일표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따라 박 원내대표가 3차례에 걸친 검찰의 자진 출석에 불응하면서 이날 국회에 접수된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사진: 김학선 기자] |
민주당 우원식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금 전 오후 2시 23분 박지원 원내대표가 여기서 떠나서 검찰청으로 출두하러 나갔다"며 박 원내대표가 검찰로 출발하면서 자신에게 준 메시지를 공개했다.
박 원내대표는 메시지에서 "검찰 출석과 관련해 당의 입장도 완강하고 저도 있지도 않은 사실에 대해 조사를 받는 것이 억울하다"면서도 "하지만, 당과 여야 동료 의원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고 시급한 민생현안 처리를 위해 8월 민생 국회가 필요한데 제 문제로 인해 실종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인불법사찰 국정조사와 내곡동사저 특검 등 여야의 19대 국회 개원 합의 사항도 지켜져야 하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차질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법원에서 체포영장 청구에 대한 국회의 동의요구가 있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검찰에 출석에 저의 입장과 결백을 설명하려 한다"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여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 박지원 검찰 자진 출두 왜?
앞서 박 원내대표나 당 전체는 검찰의 체포동의안 발부 등에 대해 정치검찰의 야당 탄압이라면서 강력 반발해왔다.
박 원내대표는 그간 줄기차게 "명백한 증거가 있으면 기소하라"며 "재판에 나가 무죄를 밝히겠다"고 밝혀왔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당은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저지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날 박 원내대표가 예상과 달리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이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발부 등이 대선을 앞둔 정국에서 국회 쇄신에 대한 국민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방탄국회'나 '구태 정치' 논란으로 당 전체와 후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 대변인은 가지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소환의 시작부터 방법, 시점 등이 대선을 앞둔 시기에 제1야당 원내대표 소환에 대해 부당한 정치개입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박 원내대표는) 부담이 있었다"며 "'불체포 특권 뒤에 숨어 비겁하게 하는 거 아니냐', '당당하면 나가 조사받으라' 등의 국민들 목소리가 크게 부담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에 대한 야당의 정치탄압으로 인한 억울함과 당과 대선 주자에게 미칠 수 있는 부담 사이에서 깊이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담담한 심정으로 당과 함께,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심사숙고하겠다"며 고민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 대변인도 "(박 원내대표가) 심적으로 고통을 많이 받았고 굉장히 억울해 하면서 개인의 문제면 끝까지 버티겠지만, 당의 문제와 연결되므로 내가 끝까지 버티는 게 올바른 처신이 아닌것 같다고 결심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당내에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박 원내대표가 자진 출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고려했음직하다.
민주당 초선의원인 황주홍 의원은 "박 선배는 큰 그릇다움을 보여주시기 바란다"며 "깨끗하게 출두하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날 의총에서도 소수의견이지만 이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이 이날 의총에서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반드시 통과하기로 당론을 모으는 등 국회 체포동의안이 자칫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닥칠 역풍을 고려한 것으로도 보인다. 또 박 원내대표가 계속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왔듯이 검찰에 출석해도 자신감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원내대표가 검찰에 자진 출석하면서 '방탄국회'라는 논란을 불렀던 8월 국회 개원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우 대변인은 "8월 국회는 해야한다"며 "저쪽에서 방탄이라 했는데 8월 국회에서 할 게 많다. 날짜를 확고히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해, 8월 국회 개원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개원 국회 합의사항이었지만, 아직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민간인불법사찰 국정조사와 내곡동사저 특검에 대한 야당의 강공 드라이브도 예상된다.
한편, 새누리당은 박 원내대표의 자진 출석에 대해 "앞으로 우리 국회가 법을 지키고 특권을 내려놓는 쇄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여야가 더욱 노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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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