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잇단 조사 부담…경영환경 예측불가능"
[뉴스핌=노종빈 기자] 금융감독원이 대기업 부당 내부거래와 관련 이른바 '테마검사'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융권에서는 그 대상이나 검사 규모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칼 끝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재벌그룹의 대형 금융 계열사들을 향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뉴스핌 6월 5일자 "금감원 '테마검사'에 대기업 손보사 '긴장'" 기사 참조)
◆ '주인있는 금융사' 타깃(?)
7일 금융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이른 바 이번 테마검사의 타깃이 될 '주인있는 금융계열사'가 과연 어디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조사 대상이나 범위, 방법 등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벌 계열사에 대해서도 테마 검사를 할 수 있고 이는 과거에도 중점적으로 해왔던 사항"이라며 "다만 테마검사는 타업종 간에도 연계해서 한꺼번에 볼 수가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에 정해진 바에 따라서 금융사의 내부적 공정성을 저해하는 것이나 제도적으로 보완할 사항이 무엇이 있는지 살피는 것이 목적"이라며 "다만 전수검사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으며 대략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표본을 추출해서 검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융업계에서는 만약 재벌 계열사간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 거래가 이번 조사에 포함될 경우 관련된 세세한 내용까지 포함된다면 상대적으로 그룹 내부거래 규모가 큰 7대 그룹 계열사 쪽이 당연히 타깃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과 계열사간 거래에서는 예컨대 유상증자 과정에서 계열사 주식을 과도하게 떠안은 부분이 없는지, 일부 그룹 계열사 등의 경우 골프장 회원권을 매입관련 지원이 있었는지 여부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계열사 경영과 관련해서는 콜센터를 운영하거나 유지 보수하는 경우 이와 관련된 발주나 납품 사항까지도 점검하게 된다. 예컨대 판촉물 등을 공개입찰하지 않고 수의계약한 경우 합당한 내부절차를 거쳤는지 등을 따지게 된다.
금감원은 이같은 테마검사를 통해 당연히 기존보다 더 깊숙히 들여다 보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조사대상의 기간도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해 뿐 아니라 훨씬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금감원 '타깃'방식 테마검사 부담스러워
이번 금감원 테마검사에서 이사회 결의 하나하나까지도 철저하게 들여다 볼 것이라는 소식에 재벌가 금융업체들은 일단 한숨을 내쉬고 있는 모습이다.
주요 그룹 금융사 관계자들도 "금감원이 하겠다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는 것이 솔직한 입장"이라고 볼멘소리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다할 언급을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일단 추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 거래 상에서 원칙을 지키고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측면에서는 이를 인정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왔으며 거의 매년 정기·부정기 검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사를 통해서 금융건전성을 살피는 것은 역할은 당연한 것"이라며 "하지만 만일 문제를 찾아내기 위한 목적의 검사는 아닌지 뭔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어떤 계약을 하던지 그룹 계열사라고 해서 유리한 것을 더 주는 것은 없다"면서 "대기업일수록 수의계약은 꼭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 하는 것이고 공개입찰 서류를 구비하는 것은 기본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사라고 해서 특별히 검사를 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며 "(금감원이 직접 나서) 이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 "대선 앞두고 테마검사로 재벌들 압박(?)"
이번 금감원의 테마검사가 그룹사들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하는 시각 자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일견 외부 감독기관이 금융 계열사 검사를 원칙대로 한다는 것은 압박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방향성 자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비칠 수가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정관계 유착 등으로 또다시 불필요한 대관 로비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정권 말기 현상 가운데 재계에 대한 조세 압박과 금융 감독을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올해 대선이 가까워 오면서 정부의 재정을 채우기 위한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벌그룹 금융사들에 대한 압박도 이같은 기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당국, 공기업 배당 높이고 세수 강화나서
실제로 지난해 정부는 각 금융 공기업들의 배당 성향을 높임으로써 더 많은 배당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수자원공사, 자산관리공사 등 정부가 출자한 공공기관들부터 총 6048억원을 배당금으로 수령했다.
배당액 기준으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이며 지난해에 비해서도 1709억원, 39.4%이나 증가한 것이다.
또한 국세청의 경우 경기악화에도 불구 세수 각 부문에서의 강화에 나서면서 그룹사들이 강력 반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20여개 대기업은 최근 해외 자회사 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한 과세기준 변경에 따른 세금 추징에 강력 반발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LG전자,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수출 대기업 20여곳이 국세청 세금추징에 불복해 일제히 조세심판 청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국세청은 지난 3월 초 삼성전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끝내고 약 5000억원 이상의 세금 추징을 통보했으며 삼성전자는 추징세액을 전액 납부하기도 했다.
◆ 재벌총수에 대한 간접적 '메시지(?)'
그룹 계열사에 대한 압박은 그룹 총수에 대한 당국의 간접적인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재벌 총수들은 여전히 높은 현금배당을 챙긴것으로 나타났다. 총수들의 배당금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 경영이 잘됐다는 점과 함께 그만큼 그룹에 대한 통제력을 공고히 했다는 방증도 된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그룹 정몽구 회장의 경우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450억원대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뒤를 이어 삼성그룹 이건희 SK그룹 최태원 GS그룹 허창수 한화그룹 김승연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등도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100억대가 넘는 현금배당을 챙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경우도 그룹내 금융 계열사가 거의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금감원의 직접적인 타깃에서는 벗어나 있는 상황으로 풀이되지만 구 회장이 지난해 200억원에 가까운 배당금을 챙겼다는 점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점도 나오고 있다.
◆ 기업들, 경영환경 예측불가능 '리스크'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테마검사에 착수하게 된 것은 최근 검사과정에서 빠져 있었거나 상시 감시과정에서 비리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곳을 묶어서 보자는 의미"라며 "다만 그 대상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법적으로도 명시된 것처럼 금융회사의 건전성확보와 시장의 안정성 유지, 이와 함께 투자자나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세청 관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이 공권력을 동원, 조사를 남용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예측불가능한 리스크에 놓이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들이 정권 말기나 대선 정국으로 갈수록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기업이 잘못이 있을 경우 조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동안 조사가 과도하게 이뤄져온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며 "일례로 당국에서 잘못 부과해서 취소된 세금만 수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마치 형법상 '미란다 원칙'이 있듯이 당국의 조사도 건전한 조사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현 상황에서 기업은 불공정기업으로 낙인찍히고 오너는 조세범으로 몰려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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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