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치기·폭력행위 방지 및 필리버스터 도입 등에 찬반 엇갈려
[뉴스핌=노희준 기자] 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돼 19대 국회는 이전 국회와 다른 모습이 예상된다. 직권상정으로 인한 '날치기' 처리와 의원들의 몸싸움이 줄어드는 대신 쟁점 법안에 대한 단독처리는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선진화법'의 골자는 크게 네 가지다. 크게 보면 다수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을 막기 위한 제도(직권상정 요건 강화, 필리버스터 도입)와 의안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제도(신속처리제도, 국회질서 문란행위 방지)로 구분된다.
◆ 일방적 국회 운영 방지…소수 목소리 제도화
직권상정 요건 강화와 필리버스터 도입으로 '날치기 국회', '전기톱과 해머가 난무하는 국회'라는 오명은 씻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직권상정은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와 각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소수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한 점도 수적 힘으로 밀어붙이는 다수를 막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던 소수의 행태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재적 의원 1/3 이상이 요구하면 본회의 심의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거꾸로 다수가 소수에 발목잡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반대토론에 나섰던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소수파의 발목잡기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서 우리 스스로 식물국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무제한 토론은 더 이상 토론할 의원이 없거나 재적의원 1/3이상의 종결동의를 재적의원 3/5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거나 회기가 종료될 때만 끝나게 된다. 19대 의석분포로 볼 때 일당이 토론종결을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박상천 민주당 의원은 찬성 토론을 통해 '회기 종료에 의한 필리버스터 종료'를 거론하며 '식물국회' 우려를 일축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제도라고 국회선진화법을 옹호하기도 했다.
'식물국회' 우려해서인듯, 예산안 및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12월 1일 자정에 자동 종료되도록 했다. 예산안 심사도 매년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하고, 심사를 못할 경우 그 다음날에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 신속처리제도 도입…'폭력행위'방지 방안도 담아
의안 처리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제도도 법안에 담았다. 특정 법안을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고,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일정 조건에서 본회의에 자동상정된다.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심의 지연 의안도 본회의 부의 여부를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한편에선 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 요건과 법사위 심의지연 의안의 본회의 부의 요건이 19대 의석분포상 사실상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선 새누리당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법안의 상정 자체가 쉽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특정 의안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하려면 재적의원(본회의)또는 재적위원(상임위) 과반수가 동의를 요구해 재적의원이나 재적위원 3/5 이상 찬성(무기명투표)해야 한다. 본회의 기준으로 3/5를 달성하려면 최소 180명이 찬성해야 하는 것이다.
법사위에서 120일간 잠자는 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 요건도 소관 상임위원장과 간사가 협의하거나 협의되지 않을 경우 재적의원 3/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 요구가 실현되려면 의장과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하거나 본회의 투표를 거쳐야 한다. 여러 과정을 거쳐야 본회의 부의가 가능한 셈이다.
동시에 폭력행위를 엄하게 다스리는 방안을 넘어 소수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국회가 파행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도 넣었다. 의원이 의장석이나 위원장석을 점거해 의장이나 위원장 조치에 불응할 경우 징계안을 바로 본회의에 부의해 의결토록 했다. '질서문란행위'에 대한 징계처분을 강화해 공개회의에서 경고나 사과를 받는 경우 2개월 동안 월급의 1/2이 감액되고, 출석정지를 당하게 되면 3개월 동안 전액 월급이 감액된다.
◆ 대화와 토론의 틀은 만들어졌다…'의원의지'와 '문화' 중요
이렇게 독단적인 국회 운영을 막는 한편 신속한 법안 처리 방안을 동시에 담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일단 대화와 토론의 틀이 만들어진 만큼 당사자인 의원들의 의지에 따라서는 민주주의에 좀더 부합하는 진전된 국회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대체로 동의하고 합의해서 만든 법이기 때문에 (국회선진화법 탓에) 식물국회가 된다는 것은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하기 나름이지만, 집권당 지도부도 청와대에 대해 법이 이렇기 때문에 밀어붙이기는 못할 것이라는 하소연도 하면서 그런 과정에서 정치가 조금씩 대화와 토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반대했던 정의화 국회의장 직무대행은 "기쁨보다는 우려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선진 국회는 결코 제도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니고 정치 문화와 관행이 선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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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