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맏딸 역할 및 경영인으로 호평
재계 주요 그룹의 후계자들이 뛰고 있다. 창업 오너 세대가 세상을 떠나며 그들의 2세, 3세, 4세로 이어지는 새로운 오너십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오너 패밀리 간 사업을 승계 받고, 이를 분리하고 경쟁하면서 한국식 오너 경영문화가 개화 중이다. 창업세대의 DNA를 물려받고 경영전면에 나설 준비를 하는 후계자들. <뉴스핌>은 연중기획으로 이들 후계자들의 ‘경영수업’ 측면에서 성장과정과 경영 스타일, 비전과 포부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뉴스핌=김기락 기자] 철저하게 베일 속에 가려진 인물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도 철 지난 매거진을 뒤져도 그에 대한 정보는 보기 어려웠다.
눈앞에 있는 사실은 홍보실에서 보내온 “1962년생 이화여대 행정학과 졸업, 이노션 고문(2005~), 해비치호텔앤리조트 전무”가 전부였다. 한 줄 더 있다. “이력도 매우 짧습니다”라는 홍보 담당자의 문자메시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맏딸이자 광고 회사 이노션의 정성이(51세) 고문 얘기다. 정 고문은 대외적인 활동 보다 조력자 성격을 중시한 현대가의 여성 풍토를 잘 따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오너 경영인의 책무도 기대이상으로 수행 중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노션에서 고문 자리는 그를 더욱 그렇게, 다시말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인으로 보이게끔 만들었다.
표면적으로 고문 직책을 내세웠지만 현대차그룹과의 관계를 감안시, 이노션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임은 분명하다.
경영인으로서 특히 인사 등 사내 주요 정책 결정은 그가 대부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리모트 경영인’이라고 말한다. 공개적 경영 라인에서 벗어나 조용히 거리를 두며 회사를 보듬고 작동시킨다는 의미에서다.
정 고문은 이노션을 경영할 때 좀처럼 앞에 나서지 않는다. 그의 외부 공개 활동에 대한 ‘사진’ 하나 구하기도 어렵다.
그래서일까? 회사안팎에서는 정 고문을 대하기 어렵다고 표현하는 이가 적잖다.
1985년 2월 이화여대 행정학과 졸업 후 선두훈 대전 선병원 이사장과 결혼해 20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았으니 그랬을 게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전업주부로 지내면서 바깥세상 돌아가는 일에 큰 관심을 두기 어려웠을 터.
2005년, 정 고문은 20년 전업주부의 ‘경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광고 비즈니스 세계로 뛰어든다. 경영인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듣기 어려웠으나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배려와 일종의 상속 차원의 사전 작업으로 재계에서는 해석한다.
사업 경력이 전혀 없는 정 고문이 이노션 경영에 참여하자, 당시 광고업계는 한 회사의 실질 경영자로 재계에 데뷔한 그의 발걸음에 눈길을 맞췄다.
정성이 고문 스스로도 나름 고민도 많았을 게다. 가장 부담스러웠던 것은 든든한 아버지의 그늘 덕에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라는 광고업계의 경계속 시샘이었을 것 같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전업주부의 변신에 대한 외부의 ‘색다른’ 시선과 과연 회사를 잘 이끌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해소해야하는 책임감도 그렇다.
좀처럼 밖으로 나서지 않는 현대차 가문의 여성 가운데 이례적으로 경영 전반에 나섰기에 세간의 관심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경영능력 평가에 대해서는 결론적으로 ‘우수’ 성적을 받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이노션은 광고업계 1, 2위자리를 제일기획과 다투고 있다. 연간 광고취급액이 2조원을 훌쩍넘어 3조원 시대 안착에 도전 중이다.
이노션은 정 고문과 그의 동생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각각 40%씩, 정 회장이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 고문은 이노션외에 해비치호텔일정 지분과 현대차 주식 1400여주 그리고 남편 회사의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 그가 소유 중인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공식적인 지분은 없다. 비상장사이지만 광고업계 내 이노션 입지를 감안할 때 정 고문의 자산 가치는 수백억원대로 추산된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왼쪽>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지금도 3세 경영인이라는 수식어가 부자연스러운 정 고문은 맏딸 역할을 십분 수행, 집안의 화목을 엮어내는 데에 많은 일을 한다는 후문이다.
정 고문이 맡은 이노션은 정몽구 회장의 애정이 각별하다고 한다.
정 회장을 보좌했던 한 최고위급 임원은 “정 회장이 이노션 설립 전부터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기업 도약 중심축의 하나로 브랜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사업을 구상했다”며 “그 결과 인하우스 형태로 이노션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광고주(클라이언트) 다양화를 통해 이노션의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고문과 이노션의 그룹 내 역할과 비중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정 고문에게 커뮤니케이션사업을 맡기면서 그룹차원에서 이노션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게 이 최고위급 임원의 솔직한 토로이다.
정성이 고문의 이노션은 이렇게 출발한 것이다.
<정성이 이노션 월드와이드 고문 약력>
1962년 9월 서울 출생
1985년 2월 이화여대 행정학과 졸업
1985년 9월 결혼
2003년~현재 해비치리조트 이사, 해비치호텔앤리조트 전무
2005년 5월~현재 이노션(innocean)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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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