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저성장 체제 예상속에 초긴축 경영 고민
-삼성, 롯데 등 주요 사업 합치고 줄이고
[뉴스핌=이강혁 기자] "주요 그룹사의 최근 화두는 아무래도 다운사이징(감량경영) 전략 아니겠습니까. 내년 경영이 정말 어렵다고 보는거죠. 경제 둔화 우려에 총선과 대선까지. 바짝 엎드려야 할 때죠." 최근 자주 듣는 재계 고위 관계자들의 내년 경영 전망이다
삼성, LG 등 재계 주요 그룹의 '군살빼기'가 확산되고 있다. 사업이나 조직, 인력을 합치고 줄이며 허리띠를 조여매고 있는 것. 저성장 체제에 따른 경영 효율화 측면에다 민감한 정치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사들의 내년 경영계획은 여전히 불확실한 가이드라인에 그치고 있다. 사업과 관련한 투자 등의 기본 계획은 짜여져 있지만 큰 그림을 그리기는 부담스럽다는 게 중론이다.
주요 그룹들은 이 같은 흐름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미 덩치로 승부하는 풍토는 아니라는 분위기는 형성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한국경제가 저성장 체제에 들어갔다는 판단으로 초긴축 경영에 들어간 곳도 여럿"이라면서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 조직 슬림화, 효율화 작업은 내년 상반기까지 경영의 가장 큰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그룹의 최근 주요 계열사 흡수합병 추진은 이런 흐름의 단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기의 삼성LED 지분 50% 인수를 의결할 예정이다. 이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합병까지 진행될 것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중론이다.
자체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극대화 측면에서 소위 '되는' 사업을 뭉치며 체중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LG그룹도 조직개편을 통해 군살빼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전자 분야에서는 업황이 어려운 LCD와 PDP 조직을 통합하고 최고운영책임자를 신설하는 등 생산과 구매의 효율적인 연계를 단행한 상태다.
내년 상반기 중 천덕꾸러기 일부 사업을 모아 하나의 부서로 통합하는 방안이 그룹 내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롯데그룹도 계열사 간 흡수합병은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미 음료와 주류, 제과와 제약 등 여러 계열사의 합병작업을 끝낸 상태다.
무거워진 조직을 슬림화하면서 분산된 힘을 한곳에 모으고 필요없는 지출을 줄여가자는 오너의 의지가 크다.
신동빈 회장은 올 상반기 사장단회의에서 "계열사가 너무 많다. 사업영역이 비슷한 계열사를 합쳐라"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한편, 올해 현대건설과 녹십자생명 등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운 현대차그룹은 아직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동차가 사상 최대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영향이 크다.
다만, 다음주 단행될 그룹 정기인사 이후 각 계열사의 조직개편에서는 내년 경영 불확실성을 반영한 중폭 이상의 변동이 있을 것으로 그룹 주변은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 등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최근 사업과 인력의 변동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내년 글로벌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력인 자동차 분야의 일부 부서 통폐합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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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