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손희정 기자]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의 국내 커피믹스 시장 경쟁을 둘러싼 혈투는 식품업계에서도 단연 화두였다. 커피믹스의 대명사가 된 동서식품이 장학한 시장구도 속에서 남양유업이 도전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이 ‘창’이라면 동서식품은 ‘방패’가 됐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대형마트 기준 커피믹스 판매점유율은 동서식품이 84.4%, 남양유업이 1.7%에 달한다.
하지만 남양유업이 조기에 ‘프렌치카페믹스’를 대형마트 3사에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판매도 급증했다. 대형마트 기준 남양유업의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은 지난 2월 5.9%에서 6월에는 11.3%까지 상승했다.
이에 반해 동서식품의 점유율은 2월 79.4%에서 지난 6월에는 77.1%를 기록하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같은 기간 네슬레의 시장점유율은 1월 11.7%에서 6월에는 9.7%로 추락하며 사실상 2위 자리를 내줬다. 동서식품이 커피믹스 시장의 신입생인 남양유업을 인식하게 된 것도 이맘때다.
대형마트 기준 커피믹스 업계 점유율. |
다만, 대형마트 현장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서식품에 자극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10년간 동서식품과 네슬레로 양분돼왔던 커피믹스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나타났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이 이같은 성과를 기록한 배경에는 남양유업 특유의 공격적 마케팅이 자리했다. 동서식품 커피믹스 프림 성분인 ‘카제인나트륨’을 직접 거론하며 ‘우리는 저지방 우유를 넣었다’고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카제인나트륨’은 해로운 성분이 아닐뿐더러 남양유업의 여타 제품에도 사용되는 성분이다. 하지만 의외로 이 전략이 통했다.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믹스’지난 8월 동서식품은 자사 커피원료에서 ‘카제인나트륨’을 ‘천연카제인’으로 대체했다.
동서식품도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동서식품은 지난 8월 B2B 시장 강화를 위한 캡슐커피 ‘타시모 프로페셔널’을 출시하는 한편, 10월에는 신제품 인스턴트커피믹스 ‘카누’를 출시하면서 남양유업의 공세에 맞섰다.
이런 창과 방패의 치열한 승부에서 가장 득을 본 것은 사실 창도 방패도 아닌 소비자다.
다양한 신제품으로 인해 선택의 폭을 넓히게 된 것은 물론 다양한 ‘경품’ 경쟁의 수혜까지 누리게 됐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이 남양유업과 경쟁에 휘말리면서 일선 판매장인 대형마트에서는 대대적 소비자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커피믹스 1+1 행사, 고가의 경품을 얹어주는 행사 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
경쟁이 없던 무풍지대에 창과 방패가 충돌하면서 소비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셈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영억이익은 예년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다고 해서 영업익 하락은 소비자 실익과는 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믹스 가격정책이 공급자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의미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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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손희정 기자 (sonh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