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 ' 로스 컷'도 경계령 발동
[뉴스핌=김양섭 기자] 지난 8일 서울 증시는 오후장 들어 폭락세로 돌변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에 대한 ‘불안감’과 오전장 내내 매도세를 확대해오던 외국인을 바라본 개인들은 오후장 들어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최근 개인들이 빚을 내서 투자한 주식이 시장에 부담이 됐다. 외상으로 사들인 주식(미수 매매분)이나 신용매물이 폭락장세에서 앞다퉈 이탈하면서 당시 코스피 지수 140여포인트 대폭락이 연출됐다. 문제는 반대매매 물량이 앞으로도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개인, 이틀간 1조3천억 매도..신용잔고 부담 ‘손절’
지난 8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74.30포인트(3.82%) 하락한 1,869.45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32.86포인트(6.63%) 떨어진 462.69포인트로 마감했다.
이날 개인투자자는 7,32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5월31일 이후 최대 규모다. 개인들은 최근 이틀 동안만 1조3,04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들을 불안감에 떨게 한 외국인도 이날까지 5거래일간 2조756억원어치를 팔았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급락세를 부추긴 요인중 하나로 신용융자잔고 부담을 꼽았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인 매도세가 스타트를 했고, 개인들의 투매가 가담한 상황이다”며 “신용융자 잔고에 대한 우려로 개인들이 투매에 가담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신용융자잔고는 최근 꾸준히 늘어 5일 기준으로 6조4천232억원이다. 위탁매매 미수금도 3천490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주식 등을 담보로 증권사, 저축은행, 할인금융기관 등에서 투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하고 미수금은 투자자가 자금이 부족할 때 증권사가 대신 주식 대금을 내주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빚을 내서 하게 된 투자는 주가가 급락해 주식 가치가 담보비율 밑으로 떨어지게 되면 강제로 매도되게 된다. 이 같은 반대매매를 우려한 투자자들은 이에 앞서 대거 손절매에 나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본부장은 “개인투자자들의 투매로 수급이 꼬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침에 보합이었지만, 급락한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것이다”며 “예상치 못한 급격한 하락세에서 손절매 매도세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 주식담보대출 장중 반대매매 가능성
시장 일각에서는 이날 장중에 스탁론(저축은행 등을 통한 주식담보대출) 등의 반대매매 물량이 나왔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신용잔고의 경우 반대매매는 다음달 동시호가때 시장가로 매도된다. 스탁론의 경우도 장중에 매도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금융투자협회는 스탁론의 경우도 다음날 동시호가때 매도해야 한다는 내용의 모범규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강제 조항은 아니지만 대부분 이 규정을 준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이같은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거나 명동 등의 사채시장을 통한 주식담보대출인 경우는 장중에 반대매매 물량이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랩어카운트·사모펀드도 '로스컷'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나온 개인 물량중 상당부분은 개인자금 위탁을 받은 투자자문사의 손절매 물량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사모펀드 등의 기관 물량도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윤재현 파레토투자자문 대표는 “개인 매도쪽은 아마 랩어카운트 쪽이 많은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년전 5조원대였던 증권사의 랩 어카운트 잔고는 올 4월 10조7000억원대로 2배 가량 늘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자문사 랩 계정에서 부분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한 것으로 추정되며, 기관들도 사모펀드에서 로스컷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도움말 주신분, 가나다순> 김민국 VIP투자자문 사장, 김상백 레오투자자문 사장,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 김정우 쿼드투자자문 사장,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재현 파레토투자자문 사장, 이종승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장동헌 우리자산운용 운용본부총괄 전무, 전정우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1본부장,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등 1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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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