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글로벌 채권시장의 명암이 모호한 지대를 통해 교차되면서 일종의 '지각변동'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것이 어떤 식으로 현실화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하나의 추세로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채권투자자들은 이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과 같은 유럽 선진국보다 멕시코와 브라질이 덜 위험하다고 보고 있으며, 심지어 신흥국 국채의 금리가 선진국과 비교해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1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신흥국은 일단 선진국에 비해 채무 상환 위험이 높다고 간주되기 때문에, 신흥국 채권은 선진국에 비해서 높은 금리를 가진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채무한도 확대를 둘러싼 진통이 계속되자 사실상 무위험 자산으로 간주되던 재무증권의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브라질을 넘어서는 상황이 됐다.
지난주 목요일 미국 1년물 국채 CDS프리미엄은 1000만 유로 당 8만 유로로, 브라질의 4만 5000유로를 크게 넘어섰다. 참고로 미국 국채의 CDS프리미엄 시장은 미국의 상환불이행 위험을 감안해 달러화가 아닌 유로화로 거래된다.
이 같은 CDS시장의 거래가 빈약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신호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멕시코 10년물 국채 금리가 지난주 4% 부근에 머물러 스페인의 6.14%보다 크게 낮은 상태이며, 브리질의 경우 동일만기 국채 금리도 4.188%로 포르투갈의 12%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은 것을 보면 변화는 좀 더 뚜렷하게 확인된다.
각국별 국채수익률은 직접 비교는 불가능한데, 이는 나라별로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 그리고 중앙은행의 정책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또 선진국이라고 일반화할 수 없는 것이 미국 외에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여전히 최상위 '트리플에이(AAA)' 등급을 유지하면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취급받는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선진국은 1990년대 초반의 스웨덴 금융 위기를 극복한 반면, 신흥국은 베네수엘라나 에콰도르가 아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등 엇갈리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유로존의 채무 위기도 당장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는 등 사실상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가 흔들리고 있다. 또 유로존 선진국들 중에서도 주변국들의 경우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최근 상황은 단순히 미국과 유로존의 채무 위기에 따른 '일시적 진통'을 넘어서서 글로벌 국채 위험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에서 보다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계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서 라틴아메이카 국가신용등급을 담당하고 있는 마우로 레오스는 "최근 목격한 채권시장의 변화는 단기적인 위기가 해소되더라도 당분간 지속될 추세로 보인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는 미국도 완전히 안전하다고 볼 수 없고, 그리스 위기가 봉합된다고 해도 손실은 불가피해졌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생각은 물론 현실적인 포트폴리오 운용도 변화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루미스 세일스 글로벌채권펀드의 공동운용 담당인 데이비드 롤리는 "그동안 선진국은 경기를 중심으로, 신흥국은 채무상환 위험을 중심으로 각각 분석했지만, 이제는 어느 쪽이든 두 요인을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이 당장 선진국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그 보다는 달러화의 위기 가능성이나 인플레이션 전망 그리고 중앙은행의 신뢰 손상 등의 위험을 좀 더 주목하는 쪽으로 변화되고 있다.
한편,최근 월가에서도 선진국 국채 딜러와 분석가들이은 신흥시장에 정통한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튼밴스의 글로벌채권팀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마이클 시라미는 "신흥시장 담당 동료들이 선진국시장 동료들을 도와주고 있다"면서 "그리스 등을 커버하던 매니저들이 신흥국 쪽 부서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최근 변화를 전했다.
JP모간 인컴오퍼튜니티펀드의 빌 에이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통적으로 국채 분석가들은 금리변화에만 주의를 기울였지만 이제는 여러가지 고려사항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