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WBC와 미PGA 그리고 병역혜택
최근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이 20일간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우리 대한 민국은 일본에 져서 아깝게 준우승을 차지하였는데, 지난 대회 4강에 든 이후 다시 준우승을 일궈냄으로써 한국 야구의 우수성을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재확인시켜준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이번 대회 역시 지난 대회와 마찬가지로 대회 직후 참가 선수들에 대한 병역 혜택에 목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20여 일을 전국민들에게 기쁨과 환희, 감동을 준 선수들에게 전 국민이 고맙고 또 자랑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병역 혜택을 준다는 것이 단지 그들의 노고와 성적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이뤄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병역이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사항이고 그것은 전 국민에게 형평성에 맞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병역 혜택이 주어지기 위해서는 대다수가 수긍하는 명분과 거기에 따른 법률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 적용은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측면에서 과연 WBC라는 대회가 병역혜택을 논할 만한 대회인지를 한번 알아보자.
일단 야구라는 종목이 얼마나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는지 여부는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WBC라는 대회의 성격이 과연 병역혜택 문제를 논할 가치가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WBC를 야구월드컵이라 일컫는 내용의 신문 기사를 몇 번 본적이 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도 “월드컵도 면제를 해줬으니 WBC도 면제를 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라고 생각을 하는 듯하다.
월드컵, 올림픽 그리고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 대회들의 주최는 국제 스포츠 기구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WBC의 주최는 미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다. 국제 기구가 아닌, 한 나라의 프로 스포츠 조직이 주최가 되어 개최하게 된 대회이다.
월드컵과 올림픽과 같은 다른 국제 대회의 참가자들이 순수 자국의 명예를 위해 출전을 하고 또 참가 자체에 의의를 두는 데에 반해 WBC는 보다 상업성이 짙은 대회라는 것이다.
타국의 프로 스포츠 단체가 주최가 되어 펼쳐진 대회에 병역 혜택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또한 타 스포츠와의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골프를 가르치는 사람이니 골프를 예로 들어보자.
WBC와 같이 미국 프로 스포츠 단체가 개최하는 대회에서 성적을 내어 병역 혜택을 준다면, 현재 아시안 게임이 아니라면 어떠한 경우라도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골프 선수들에게도 병역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미 PGA 투어에도 앞에 월드가 붙은 대회는 여럿 대회가 있다. 액센추어 월드 매치 플레이 챔피언 쉽도 있고 타겟 월드 챔피언 쉽도 있다.
굳이 월드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미 PGA Tour 사무국이라는 거대 조직이 개최하는 어떤 대회라도 우승한다면 병역 혜택을 줘야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WBC와 미PGA투어와 다른 것이 과연 무엇인가?
혹자가 두 대회의 파급효과 및 가치를 논하면서 반박한다면 오히려 미 PGA투어에 병역 혜택을 주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참가하는 나라도 골프가 훨씬 다양하고 또한 규모도 훨씬 크다.
이번 대회에서 타격왕에 오른 김태균보다 지난번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한 양용은이 한국을 알리는데 훨씬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쯤은 스포츠 관련 종사자라면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국위 선양 면에서도 한국 야구의 우승보다는 골퍼의 미 PGA 정복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박찬호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만 박세리를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면 믿겠는가?
한국 남자 골프가 세계 빅 무대에 쉽게 진입을 하지 못하는 주 원인은 병역의 의무 때문이다.
골프라는 운동의 특성이 군대에 입대할 나이가 가장 전성기를 발휘할 수 있는 나이와 맞물리는데다 입대 후에도 국군 체육부대 내에서 계속 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다른 운동 종목과는 달리 골프는 군대 복무 기간 내내 운동을 멈춰야 한다.
골프가 올림픽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올림픽과의 형평성을 주장할 수는 없지만, 미 메이저 리그사무국이 주최가 되는 WBC가 병역 혜택 대상이라면 당연히 미PGA 투어도 병역 혜택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단지 한국 내에서 야구가 골프보다 조금 더 대중화 되어 있다고 믿는 여론(실제로 참여율을 따진다면 야구보다 골프가 훨씬 대중화 되어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의 요구와 지난 20여 일을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준 것이 병역 혜택의 이유라면 차라리 이 어려운 시기에 유쾌한 웃음과 잔잔한 가족애를 선사했던 영화 '과속 스캔들' 제작 스탭들에게도 병역 혜택을 줘야 하는 것이 더 말이 되는 것 아닐까?
아무런 명분도 실리도 없는 대회에 병역 혜택을 남발하려 하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오직 국가와 개인의 명예만을 위해 피와 땀을 쏟아내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아울러 같이 하게 된다.
[호주 골드코스트=골프칼럼니스트 노다영(Andy) ndyy2000@naver.com]
최근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이 20일간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우리 대한 민국은 일본에 져서 아깝게 준우승을 차지하였는데, 지난 대회 4강에 든 이후 다시 준우승을 일궈냄으로써 한국 야구의 우수성을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재확인시켜준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이번 대회 역시 지난 대회와 마찬가지로 대회 직후 참가 선수들에 대한 병역 혜택에 목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20여 일을 전국민들에게 기쁨과 환희, 감동을 준 선수들에게 전 국민이 고맙고 또 자랑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병역 혜택을 준다는 것이 단지 그들의 노고와 성적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이뤄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병역이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사항이고 그것은 전 국민에게 형평성에 맞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병역 혜택이 주어지기 위해서는 대다수가 수긍하는 명분과 거기에 따른 법률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 적용은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측면에서 과연 WBC라는 대회가 병역혜택을 논할 만한 대회인지를 한번 알아보자.
일단 야구라는 종목이 얼마나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는지 여부는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WBC라는 대회의 성격이 과연 병역혜택 문제를 논할 가치가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WBC를 야구월드컵이라 일컫는 내용의 신문 기사를 몇 번 본적이 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도 “월드컵도 면제를 해줬으니 WBC도 면제를 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라고 생각을 하는 듯하다.
월드컵, 올림픽 그리고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 대회들의 주최는 국제 스포츠 기구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WBC의 주최는 미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다. 국제 기구가 아닌, 한 나라의 프로 스포츠 조직이 주최가 되어 개최하게 된 대회이다.
월드컵과 올림픽과 같은 다른 국제 대회의 참가자들이 순수 자국의 명예를 위해 출전을 하고 또 참가 자체에 의의를 두는 데에 반해 WBC는 보다 상업성이 짙은 대회라는 것이다.
타국의 프로 스포츠 단체가 주최가 되어 펼쳐진 대회에 병역 혜택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또한 타 스포츠와의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골프를 가르치는 사람이니 골프를 예로 들어보자.
WBC와 같이 미국 프로 스포츠 단체가 개최하는 대회에서 성적을 내어 병역 혜택을 준다면, 현재 아시안 게임이 아니라면 어떠한 경우라도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골프 선수들에게도 병역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미 PGA 투어에도 앞에 월드가 붙은 대회는 여럿 대회가 있다. 액센추어 월드 매치 플레이 챔피언 쉽도 있고 타겟 월드 챔피언 쉽도 있다.
굳이 월드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미 PGA Tour 사무국이라는 거대 조직이 개최하는 어떤 대회라도 우승한다면 병역 혜택을 줘야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WBC와 미PGA투어와 다른 것이 과연 무엇인가?
혹자가 두 대회의 파급효과 및 가치를 논하면서 반박한다면 오히려 미 PGA투어에 병역 혜택을 주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참가하는 나라도 골프가 훨씬 다양하고 또한 규모도 훨씬 크다.
이번 대회에서 타격왕에 오른 김태균보다 지난번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한 양용은이 한국을 알리는데 훨씬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쯤은 스포츠 관련 종사자라면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국위 선양 면에서도 한국 야구의 우승보다는 골퍼의 미 PGA 정복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박찬호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만 박세리를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면 믿겠는가?
한국 남자 골프가 세계 빅 무대에 쉽게 진입을 하지 못하는 주 원인은 병역의 의무 때문이다.
골프라는 운동의 특성이 군대에 입대할 나이가 가장 전성기를 발휘할 수 있는 나이와 맞물리는데다 입대 후에도 국군 체육부대 내에서 계속 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다른 운동 종목과는 달리 골프는 군대 복무 기간 내내 운동을 멈춰야 한다.
골프가 올림픽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올림픽과의 형평성을 주장할 수는 없지만, 미 메이저 리그사무국이 주최가 되는 WBC가 병역 혜택 대상이라면 당연히 미PGA 투어도 병역 혜택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단지 한국 내에서 야구가 골프보다 조금 더 대중화 되어 있다고 믿는 여론(실제로 참여율을 따진다면 야구보다 골프가 훨씬 대중화 되어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의 요구와 지난 20여 일을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준 것이 병역 혜택의 이유라면 차라리 이 어려운 시기에 유쾌한 웃음과 잔잔한 가족애를 선사했던 영화 '과속 스캔들' 제작 스탭들에게도 병역 혜택을 줘야 하는 것이 더 말이 되는 것 아닐까?
아무런 명분도 실리도 없는 대회에 병역 혜택을 남발하려 하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오직 국가와 개인의 명예만을 위해 피와 땀을 쏟아내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아울러 같이 하게 된다.
[호주 골드코스트=골프칼럼니스트 노다영(Andy) ndyy2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