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해 한국 핵잠수함 도입이 어려워졌다
- 대미 투자 지연과 이란 전쟁으로 한·미 안보 협의가 중단된 상태다
- 한·미가 합의해도 미국 의회 승인과 핵비확산 우려 해소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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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상·하원 장악...원자력협정 승인 난관
美 의회 90일 반대 없는 '소극적 승인' 필요
핵잠, 농축·재처리 美에 '전략적 기여' 설득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함에 따라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중간선거 이후 한·미 안보 분야 협상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미국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지만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문제에 집중할 만한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또 한·미 협상이 재개돼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핵비확산 문제에 엄격한 기준을 가진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면서 의회 승인을 얻는 것이 쉽지 않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미투자 지연, 이란 전쟁으로 논의 중단
한·미는 지난해 11월 관세 및 안보 분야의 합의 내용을 담은 '관세·안보 조인트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최종 타결하고 공식 발표했다. 이 합의에 따라 한국산 품목에 대한 상호관세 상한은 15%로 설정하고 한국은 총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기로 했다. 동시에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핵연료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미국이 지지한다는 뜻도 확인했다.
정부는 이같은 안보 분야 합의 이행을 속도감 있게 진행시키려 했으나 대미 투자 지연과 미국-이란 전쟁 발발로 한·미 간 협의는 중단된 상태다. 양측은 지난 6월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킥오프 회의'를 가진 이후 지금까지 후속 협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8일 출국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현지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한·미 안보 분야 합의 이행을 위한 협의를 조속히 재개하는데 협조해 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중간선거 참패로 비상이 걸린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안보 협의에 외교적 자산을 집중 투입할만큼 여유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은 당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이란과의 전쟁 마무리, 중동 안정 등에 매달려야 할 상황이어서 한·미 안보 협의에 적극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정부 간 협상이 마무리되고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 시점"이라며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에서 충격적인 완패로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한 상태여서 한·미 협의 재개가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연구소의 한·미 관계 전문가는 "한·미 안보 분야 합의는 관세·대미 투자와 함께 양국 정상 간 합의의 한 축을 이루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대미 투자가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안보 분야 협의가 같이 진전돼야 한다는 점을 미 측에 강조해 소통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합의해도 美 의회 승인 절차 남아
한·미 정부가 이 문제에 합의한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미국 의회의 승인'이라는 더 높은 허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려면 미국 원자력법에 따라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핵잠수함 도입 역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원자력협정과 별개로 법적·조약적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의회를 우회할 수 없다.
한·미 정부가 안보 분야 협상을 마무리하면 미 행정부는 내부 검토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안을 상원과 하원 외교위원회에 각각 제출하게 된다. 국무장관의 핵확산평가보고서가 제출된 시점으로부터 90일 이내에 미 의회가 원자력협정 개정안에 대해 '불승인 공동결의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개정안은 자동으로 승인·발효된다.
만약 상·하원에서 재적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으로 '불승인 결의'를 할 경우 행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은 무효가 된다. 이를 살리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의회로 돌려보내야 한다. 의회가 다시 양원 각각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불승인을 재확인하면 개정안은 폐기된다.
한·미 원자력협력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려면 미 의회가 개정안을 90일 동안 반대하지 않는 '소극적 승인' 방식을 거치게 된다"면서 "하지만 의회는 청문회와 핵확산 평가, 정치적 반대 움직임을 통해 사실상 협상 내용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확산 의지 강조하고 '美에도 도움' 설득해야
미국은 중간선거 결과로 미 행정부와 의회가 권력을 나눠 갖는 '분점 정부'가 됐다. 정부는 사실상 2개의 권력을 상대로 외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해서는 미 의회에 대한 외교력 강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미 의회를 설득하려면 정교한 논리와 공화당과 민주당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 내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는 한·미 동맹 강화와 '동맹 파트너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관여했던 전직 외교관 출신 전문가는 "한국이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를 통해 '핵연료주기'를 완성하는 것이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원자력 시장이 미국·중국·러시아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원자력 강국'이 미국과 기술·공급망·수출을 공조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원전 수출·핵연료 공급망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한국의 원전 건설·운영 역량과 공급망은 미국의 민간 원자력 산업 경쟁력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상호 이익이라는 점을 집중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안보 전문가는 핵확산에 대한 미 의회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이 농축·재처리 권한을 갖는 것은 '핵 잠재력'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국가의 유사한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 비확산체제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비확산 기준을 확고하게 준수하는 동맹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엄격한 조건 아래 단계적으로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미국의 에너지 안보·공급망·원자력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opent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