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허태정 대전시장이 5일 어르신 무임교통 월 3만원 한도제를 철회했다
- 한도제 시행 시 이용자 35%가 추가 교통비 부담을 질 것으로 분석됐다
- 연 120억원 절감 계획은 사라졌지만 구체적인 재원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연간 120억 원 절감계획 무산…넉달만에 정책 철회 지탄 자초
정책 번복 행정력 소모...재정대책 부재에 재정혁신 명분 무색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허태정 대전시장이 민선8기 전임 시정의 예산 설계를 '주먹구구'라고 질타하더니 정작 자신이 추진한 정책은 넉 달 만에 뒤집어 지탄을 자초한다. 바로 재정부담을 줄이겠다며 70세 이상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에 월 3만 원 한도제를 도입하려다 시민 여론을 이유로 전면 철회한 것이다.
이는 재정혁신을 내세웠지만 시민 부담은 사전에 제대로 따지지 못했고 재정 절감계획은 백지화한 시정으로, 정책을 밀어붙이지도 못하고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시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허 시장은 5일 오전 대전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하경옥 의원의 질의에 답하며 70세 이상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사업에 월 3만 원 한도를 적용하지 않고 현행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시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27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월 3만 원 지원 한도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은 이장우 전 시장 재임 당시인 2023년 9월 도입됐다. 이후 무임교통 이용 증가로 재정부담이 커지자 민선9기 대전시는 지난 7월 기존 무제한 이용방식을 월 3만 원 한도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했다.
허 시장은 지난 7월 민선9기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무임교통 사업비가 당초 예상했던 연간 133억 원을 크게 웃돌자 수요 예측 부실을 강하게 질타했다.
당시 허 시장은 "순간의 판단이 연간 200억씩의 예산을 더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며 "수요 예측을 정확하게 해서 예산 범위 내에서 설계했어야 하는데 주먹구구로 예산을 집행했다고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넉 달 뒤 드러난 민선9기의 정책 결정 과정 역시 주먹구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재정 부담을 줄이겠다며 한도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이용자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돌아갈지는 이미 파악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정책을 발표하고 추진한 뒤 시민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면 애초 정책 설계와 사전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이날 시의회 답변에 따르면 어르신 무임교통 사업비는 2023년 56억 원에서 올해 약 363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023년 사업비는 9월 사업 시행에 따른 부분 연도 집행액으로 당초 추산한 연간 사업비 133억 원과는 구분된다.
대전시는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원금액 제한과 지원 연령 상향, 출근 시간대 이용 제한 등을 검토했다. 이 가운데 연간 약 120억 원의 예산 절감이 예상되는 월 3만 원 한도제를 최종 추진 방안으로 정했다.
하지만 제도 변경에 따른 시민 부담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70세 이상 무임교통카드 이용자 11만1927명 가운데 월 이용금액이 3만 원을 초과하는 이용자는 3만9348명으로 전체의 35%에 달했다. 한도제가 시행됐다면 이용자 3명 중 1명 이상이 기존에 없던 교통비 부담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 정도 수치라면 정책을 발표하기 전부터 충분히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전시는 제도 변경을 추진한 뒤 시의회와 노인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했고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기보다 정책 자체를 접는 방식으로 논란을 정리한 셈이다.
허 시장은 이날 "시민들의 여론도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됐다"며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어르신 이동권 보장과 교통복지 증진을 위해 기존 지원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의회와 어르신들의 의견을 수용해 재정부담에도 불구하고 월 3만 원 한도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책을 철회한 뒤에도 재정 부담을 해결할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월 3만 원 한도제를 통해 기대했던 연간 120억 원의 절감계획은 사라졌다. 올해 사업비가 약 36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존 제도를 유지하려면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지출 관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허 시장은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나 별도 지출 관리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결국 한도제를 추진할 때는 시민 부담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고 철회한 뒤에는 재정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는 재정 부담을 앞세우고 철회 과정에서는 시민 여론을 내세웠지만 어느 쪽에서도 구체적인 해법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책의 방향도 재정 운영의 원칙도 분명하지 않은 어정쩡한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책 변경을 위해 투입한 행정력도 문제다. 대전시는 지원금액별 재정 절감 효과와 이용자별 수혜 규모를 분석하고 지원 연령 조정 등 여러 대안을 검토했다. 관계 부서가 제도 설계와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정책 철회로 그동안의 준비 작업은 실제 시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정책을 바꾸겠다고 발표한 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행정력만 소모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어르신 무임교통을 유지 혹은 축소하느냐보다 더 심각한 것은 대전시의 정책 결정이 이처럼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라며 "재정부담과 수혜자 반발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문제인데 정책을 발표한 뒤 여론을 이유로 철회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행정에 대한 시민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결정에 앞서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시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정혁신을 외치며 시작한 정책이 넉 달 만에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재정 부담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시민에게 제시할 새로운 대책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정책을 추진할 때는 준비가 부족했고 철회할 때는 대안이 없었다.
이에 허태정 시정이 보여준 것은 재정혁신도 정책 일관성도 아닌 책임 있는 결정을 미루는 어정쩡한 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나온다.
gyun507@newspim.com












